영화 더 메뉴를 다시 봤더니, 웃기는데 점점 불편해지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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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더 메뉴를 다시 봤더니, 웃기는데 점점 불편해지는 이유

얼마 전 지인에게 영화 더 메뉴를 추천했는데, 보고 난 뒤 첫 반응이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이거 코미디야, 공포야?”라는 말이었거든요. 사실 이 영화는 그 애매한 표정이 딱 맞습니다. 고급 레스토랑에 초대된 사람들이 특별한 코스 요리를 먹는 이야기처럼 시작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접시 위에 올라오는 건 음식보다 사람의 욕망에 가깝습니다.

더 메뉴는 2022년 개봉한 블랙 코미디 스릴러입니다. 러닝타임은 107분 정도라 부담은 크지 않은 편이고, 랄프 파인즈, 안야 테일러 조이, 니콜라스 홀트가 중심을 잡습니다. 겉으로는 ‘미식 문화 풍자’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돈을 내고 특별함을 소비하려는 사람들, 예술가를 신격화하는 분위기, 그리고 그 안에서 망가져가는 창작자의 자존심을 꽤 날카롭게 찌릅니다.

고급 레스토랑 영화인 줄 알았는데, 분위기가 이상하게 틀어진다

영화의 무대는 외딴섬에 있는 레스토랑 ‘호손’입니다. 손님들은 거액을 내고 이곳의 코스 요리를 경험하러 옵니다. 셰프 슬로윅은 거의 종교 지도자처럼 주방을 통제하고, 직원들은 한 치의 오차 없이 움직입니다. 처음에는 그 장면들이 우아하게 보입니다. 접시는 아름답고, 설명은 과하게 진지하며, 손님들은 자신이 특별한 경험을 하고 있다고 믿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가 재미있는 지점은 그 우아함이 오래가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코스가 하나씩 나올수록 분위기는 조금씩 비틀립니다. 웃긴데 웃고 나면 찝찝하고, 잔혹한데 이상하게 과장된 연극을 보는 느낌도 납니다. 특히 니콜라스 홀트가 연기한 타일러는 미식에 대한 지식을 과시하는 인물인데, 이 캐릭터를 보고 있으면 ‘아는 척’과 ‘진짜 애정’ 사이의 차이가 얼마나 큰지 바로 보입니다.

이 영화가 겨냥하는 사람들

더 메뉴는 단순히 부자들을 조롱하는 영화는 아닙니다. 물론 영화 속 손님들은 대체로 불편한 인물들입니다. 돈으로 모든 걸 살 수 있다고 믿는 사람, 경험을 인증용으로 소비하는 사람, 창작물을 평가하면서도 책임은 지지 않는 사람, 남의 노동을 배경처럼 여기는 사람. 그런데 영화는 그들을 납작하게만 만들지 않습니다. 오히려 너무 익숙해서 더 불편합니다.

영화나 드라마를 많이 보다 보면, 어떤 작품은 ‘주제의식이 세다’는 말로는 부족할 때가 있습니다. 이 작품이 그렇습니다. 관객을 향해서도 은근히 묻습니다. 우리는 작품을 좋아한다고 말하면서, 그걸 만든 사람의 노동과 감정은 얼마나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비싼 식당, 한정판 굿즈, 프리미엄 좌석, 평론가의 문장, 별점 앱. 이런 것들이 전부 나쁘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더 메뉴는 그 소비의 태도가 어디까지 우스워질 수 있는지 보여줍니다.

스포 없이 말하는 관전 포인트

  • 랄프 파인즈의 압박감: 셰프 슬로윅은 소리를 많이 지르지 않아도 무섭습니다. 차분한 말투와 표정만으로 공간을 장악합니다.
  • 안야 테일러 조이의 균형감: 마고는 이 이상한 세계를 관객 대신 의심하는 인물입니다. 그래서 영화가 지나치게 관념적으로 흐르지 않습니다.
  • 음식 연출의 아이러니: 접시는 아름답지만 먹고 싶기보다는 해석하게 됩니다. 미식 다큐를 좋아하는 사람일수록 더 묘하게 느껴질 장면이 많습니다.
  • 짧은 러닝타임: 107분 안에서 설정, 긴장, 풍자를 빠르게 밀어붙입니다. 늘어지는 구간이 거의 없습니다.

스포일러에 민감하다면 예고편도 많이 보지 않는 쪽이 낫습니다. 이 영화는 큰 반전 하나로만 굴러가는 작품은 아니지만, 코스가 진행되며 정보가 쌓이는 방식 자체가 재미입니다. 특히 중반 이후부터는 장면의 의미가 계속 달라지기 때문에, 아무것도 모른 채 보는 맛이 꽤 큽니다.

누구에게 잘 맞고, 누구에겐 안 맞을까

이 영화는 깔끔한 장르 쾌감을 기대한 사람에게는 조금 애매할 수 있습니다. 피가 많이 튀는 공포영화라기보다는 심리적으로 불쾌한 블랙 코미디에 가깝습니다. 웃음도 편하게 터지는 쪽이 아니라, 상황이 너무 이상해서 새어 나오는 쪽입니다. 그래서 나이브스 아웃의 계급 풍자, 기생충의 공간 감각, 유전이나 미드소마처럼 분위기로 조이는 영화를 흥미롭게 봤다면 꽤 잘 맞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반대로 따뜻한 음식 영화, 성장 서사, 미식의 즐거움을 기대한다면 추천 순위는 조금 내려갑니다. 더 메뉴는 맛있는 음식을 보며 힐링하는 영화가 아닙니다. 오히려 ‘왜 이렇게까지 모두가 진지한가’라는 불편함을 끝까지 밀고 갑니다. 데이트 영화로도 취향이 갈립니다. 보고 나서 대화할 거리는 많지만, 분위기가 가볍게 풀리는 작품은 아닙니다.

다시 볼수록 남는 건 햄버거 장면이다

이 영화에서 가장 오래 남는 장면을 하나 꼽으라면, 저는 화려한 코스보다 단순한 음식이 등장하는 순간을 고르게 됩니다. 자세히 말하면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조심스럽지만, 그 장면은 영화 전체가 말하고 싶었던 감정을 가장 쉽게 보여줍니다. 창작이란 결국 누군가를 놀라게 하는 기술만은 아니라는 것. 누군가에게 제대로 닿는 경험이 사라질 때, 아무리 완벽한 코스도 공허해질 수 있다는 것.

더 메뉴는 보고 나면 기분이 산뜻한 영화는 아닙니다. 대신 꽤 오래 씹히는 영화입니다. 미식, 예술, 계급, 팬심, 비평, 노동 같은 단어들이 한 접시 안에 꽤 독하게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영화를 ‘재미있다’고만 추천하기보다, 콘텐츠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불편하게 마주해볼 만한 작품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영화 더 메뉴를 다시 봤더니, 웃기는데 점점 불편해지는 이유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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