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영 작가가 고윤정을 만났더니, 첫방송부터 이상하게 마음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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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영 작가가 고윤정을 만났더니, 첫방송부터 이상하게 마음이 걸렸다

얼마 전 JTBC 새 토일드라마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 첫 방송을 보고 나서, 바로 다음 회차를 틀기보다 잠깐 멈추게 됐습니다. 박해영 작가의 드라마는 늘 그랬습니다. 사건이 크게 터져서가 아니라, 인물이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내뱉은 말 하나가 뒤늦게 마음에 남습니다.

이번 작품이 더 눈에 들어온 이유는 고윤정 때문이었습니다. ‘무빙’, ‘환혼: 빛과 그림자’, ‘언젠가는 슬기로운 전공의생활’까지 거치며 이미 스타성을 증명한 배우가 박해영 작가의 문장 안으로 들어왔다는 건 꽤 흥미로운 조합입니다. 박해영 작가 고윤정 첫방송이라는 키워드가 괜히 검색되는 게 아니었습니다.

첫 방송 정보만 놓고 보면 조용한 출발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는 2026년 4월 18일 JTBC에서 첫 방송됐습니다. 첫 회 시청률은 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 2.2%로 알려졌습니다. 숫자만 보면 폭발적인 출발은 아닙니다. 그런데 박해영 작가의 드라마를 시청률 첫 주만으로 판단하기는 늘 애매합니다.

‘나의 아저씨’도 처음부터 모두에게 쉬운 드라마는 아니었고, ‘나의 해방일지’ 역시 초반에는 조용히 쌓이다가 후반으로 갈수록 대사가 오래 회자됐습니다. 박해영 작가의 장점은 첫 회에 모든 카드를 펼치는 데 있지 않습니다. 인물이 왜 저렇게 말하는지, 왜 저렇게 숨는지, 왜 저렇게 미워하면서도 떠나지 못하는지를 천천히 보여주는 쪽에 가깝습니다.

  • 방송: JTBC 토일드라마
  • 첫 방송: 2026년 4월 18일
  • 극본: 박해영
  • 연출: 차영훈
  • 출연: 구교환, 고윤정, 오정세, 강말금, 박해준
  • 첫 회 시청률: 전국 유료가구 기준 2.2%

고윤정은 왜 이번 작품에서 다르게 보이나

고윤정이 맡은 변은아는 영화사 최필름의 PD입니다. 날카로운 시나리오 리뷰 때문에 ‘도끼’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인물입니다. 이 설정이 재미있는 건, 고윤정이 그동안 보여준 선명한 이미지와 조금 다른 방향으로 에너지를 쓴다는 점입니다.

‘무빙’의 장희수는 몸으로 버티는 인물에 가까웠고, ‘환혼’에서는 판타지 장르 안에서 얼굴과 분위기의 힘이 컸습니다. 그런데 변은아는 상대를 찌르는 말, 타이밍을 계산하는 침묵, 일터에서 살아남은 사람 특유의 냉정함이 중요합니다. 화려하게 보이는 장면보다 눈빛을 거둬들이는 순간이 더 크게 작동합니다.

솔직히 고윤정에게 박해영 작가의 대사는 쉬운 도전이 아닙니다. 박해영식 인물은 멋있게 말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기 밑바닥을 너무 빨리 들켜버릴 것 같은 말들을 툭 던집니다. 배우가 조금만 힘을 주면 대사가 문학적으로 떠 보이고, 힘을 빼면 그냥 평범하게 지나가 버립니다. 그 중간을 잡아야 합니다.

구교환과 고윤정 조합이 만드는 불편한 균형

구교환이 연기하는 황동만은 영화계 모임 안에서 아직 데뷔하지 못한 예비 영화감독입니다. 잘난 사람들 사이에서 혼자 뒤처진 느낌, 초대받지 못한 사람처럼 맴도는 감각, 들키기 싫은 열등감이 그의 몸에 붙어 있습니다.

여기서 변은아는 단순한 로맨스 상대처럼 놓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동만의 허세를 가장 정확히 보는 사람에 가깝습니다. 그게 이 드라마의 묘한 긴장을 만듭니다. 누군가를 위로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 사람의 가장 보기 싫은 면을 먼저 발견하는 관계. 박해영 작가가 잘 쓰는 인간관계입니다.

근데 이 지점에서 취향이 갈릴 수 있습니다. 빠른 전개, 명확한 사건, 강한 장르적 쾌감을 기대하면 첫 방송은 다소 느리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인물이 자기 자리를 못 찾고 흔들리는 과정을 보는 데 흥미가 있다면 꽤 오래 붙잡힐 만합니다.

이 드라마가 맞을 사람과 조금 힘들 수 있는 사람

이 작품은 ‘나 왜 이렇게 별로지’라는 감정을 모른 척하지 않는 사람에게 더 잘 맞습니다. 잘난 친구를 축하하면서도 속으로는 배가 아팠던 적, 남의 성취를 보며 내 삶이 작아지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다면 황동만의 찌질함이 단순히 남의 이야기처럼 보이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 추천: ‘나의 아저씨’, ‘나의 해방일지’처럼 대사와 공기의 여운을 좋아하는 사람
  • 추천: 구교환 특유의 불안하고 우스운 얼굴을 좋아하는 사람
  • 추천: 고윤정이 스타 이미지 밖에서 어떤 연기를 하는지 보고 싶은 사람
  • 비추천: 첫 회부터 큰 사건과 빠른 전개를 원하는 사람
  • 비추천: 인물의 열등감, 질투, 자격지심을 오래 보는 게 피곤한 사람

스포일러 없이 말하면

첫 방송은 이야기를 크게 밀어붙이기보다 인물의 결을 세우는 데 시간을 씁니다. 제목처럼 ‘무가치함’이라는 감정을 정면에 놓고, 그 감정을 부끄러워서 숨기려는 사람들의 몸짓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어떤 장면은 웃기고, 어떤 장면은 살짝 민망합니다. 민망하다는 건 그만큼 현실의 감각이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박해영 작가의 작품을 좋아했던 사람이라면 이번에도 대사보다 대사 뒤의 표정을 보게 될 겁니다. 고윤정은 그 안에서 예쁘게 보이는 역할보다 정확하게 보이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아직 첫 방송만으로 작품의 온도를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적어도 이 조합이 왜 궁금했는지는 충분히 납득됐습니다. 저는 이런 드라마가 처음부터 크게 외치지 않고, 몇 회 뒤에 조용히 사람을 붙잡는 쪽이라고 봅니다.

박해영 작가가 고윤정을 만났더니, 첫방송부터 이상하게 마음이 걸렸다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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