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원 첫 동성 키스신 화제, 클라이맥스를 보고 나서 더 오래 남은 장면

요즘 드라마 이야기를 하다 보면, 작품 전체보다 특정 장면 하나가 먼저 입에 오르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ENA 드라마 클라이맥스에서 하지원이 나나와 보여준 동성 키스신도 그런 장면이었죠. 처음엔 ‘파격’이라는 단어가 앞섰지만, 실제로 작품 안에서 보면 단순한 자극 장면으로만 소비하기엔 조금 다른 결이 있습니다.
하지원은 극 중 톱스타 추상아를 맡았습니다. 한때 국민적인 사랑을 받았지만, 권력과 욕망의 판 안에서 점점 벼랑 끝으로 몰리는 인물입니다. 여기에 나나가 연기한 황정원, 그리고 과거의 한지수라는 존재가 겹치면서 해당 키스신은 단순한 로맨스보다 상실과 집착, 투사의 감정에 가깝게 읽힙니다.
화제가 된 이유는 ‘첫 동성 키스신’이라는 수식어만이 아니다
하지원이라는 배우가 가진 이미지를 떠올려보면 이 장면이 왜 크게 반응을 얻었는지 이해가 됩니다. 다모, 시크릿 가든, 기황후처럼 강인하면서도 감정선이 선명한 캐릭터를 오래 해온 배우잖아요. 그런데 클라이맥스의 추상아는 익숙한 하지원의 에너지와 꽤 다릅니다. 날이 서 있고, 불안하고, 때로는 무섭게 느껴질 정도로 건조합니다.
여기서 나나와의 키스신은 ‘하지원이 이런 장면을 찍었다’는 놀라움으로 먼저 퍼졌습니다. 여러 인터뷰에서 하지원은 이 장면을 부담보다 캐릭터의 관계로 접근했다고 말했습니다. 단순히 동성애 코드인지 아닌지보다, 추상아가 상대를 어떤 인간으로 바라보는지가 중요했다는 취지였죠. 사실 이 지점이 꽤 중요합니다. 장면의 화제성은 배우의 도전에서 시작됐지만, 오래 남는 건 인물의 감정이기 때문입니다.
스포일러 주의: 추상아가 황정원을 바라보는 방식
이 아래에는 클라이맥스의 인물 관계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극 중 추상아에게 한지수는 단순한 과거 인물이 아닙니다. 자신이 잃어버린 어떤 시절, 죄책감, 보호하지 못했다는 감정이 한꺼번에 얽힌 존재에 가깝습니다. 이후 황정원을 마주했을 때 추상아가 흔들리는 건, 새로운 사랑이 시작돼서라기보다 사라진 사람의 그림자를 현재의 사람 위에 겹쳐 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나나와의 키스신은 멜로의 확신이라기보다 착각과 갈망이 섞인 순간으로 보입니다. 보는 사람에 따라 불편할 수도 있고, 갑작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 어긋남이 바로 추상아라는 인물의 상태를 드러냅니다. 그는 누군가를 온전히 바라보는 법을 잃었고, 자신이 감당하지 못한 과거를 현재의 사람에게 밀어 넣습니다. 이 장면이 깔끔한 로맨스로 보이지 않는 이유도 거기에 있습니다.
나나와 하지원의 조합이 의외로 설득력 있었던 부분
나나는 황정원을 차갑고 유연하게 잡아냅니다. 감정을 크게 터뜨리기보다 시선을 오래 남기는 쪽에 가까운 배우인데, 이 작품에서는 그 절제가 하지원의 불안정한 에너지와 맞물립니다. 하지원이 추상아를 마른 불길처럼 밀고 간다면, 나나는 그 불길 앞에 서 있는 유리 같은 인상입니다.
하지원이 인터뷰에서 나나와의 호흡이 편했고, 모니터를 보니 잘 어울렸다고 말한 것도 이해됩니다. 둘의 장면은 감정적으로 뜨겁다기보다 이상하게 서늘합니다. 그래서 더 쉽게 잊히지 않습니다. 보통 키스신은 관계의 진전을 보여주는 장치로 쓰이지만, 여기서는 관계의 균열을 보여주는 장치에 가깝습니다.
- 배우 팬이라면 하지원의 새로운 얼굴을 보는 재미가 큽니다.
- 자극적인 장면만 기대한다면 생각보다 건조하고 심리극에 가까워 당황할 수 있습니다.
- 인물의 어두운 욕망을 따라가는 드라마를 좋아한다면 장면 하나보다 전체 흐름이 더 흥미롭게 보입니다.
이 작품이 맞는 사람, 조금 안 맞을 수 있는 사람
클라이맥스는 편하게 틀어놓고 보는 드라마와는 거리가 있습니다. 권력 카르텔, 생존 욕망, 배우와 검사 부부의 관계, 과거 사건이 얽혀 있어서 인물들이 대체로 날카롭습니다. 감정선을 친절하게 풀어주기보다 어느 정도는 시청자가 따라가야 하는 쪽입니다.
그래서 빠른 전개와 강한 장면을 좋아하는 분에게는 꽤 잘 맞습니다. 반대로 인물에게 쉽게 정 붙이는 드라마를 선호한다면 피로할 수 있습니다. 추상아도 호감형 인물은 아닙니다. 다만 좋은 인물과 흥미로운 인물은 다릅니다. 추상아는 분명 후자에 가깝고, 하지원은 그 불편한 인물을 피하지 않고 끝까지 밀고 갑니다.
하지원 첫 동성 키스신이라는 키워드만 보고 들어오면 장면의 자극성에 시선이 쏠리기 쉽습니다. 그런데 막상 보고 나면 더 남는 건 ‘왜 저 인물이 저렇게까지 무너졌을까’라는 쪽입니다. 저는 이 장면이 화제성으로는 크게 소비됐지만, 작품 안에서는 추상아의 결핍을 드러내는 장면으로 보는 편이 더 맞다고 느꼈습니다. 하지원이 오래 쌓아온 배우 이미지가 있었기에, 그 균열이 더 선명하게 보였던 것도 사실이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