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수아비 드라마 범인까지 보고 나니, 진짜 무서운 건 이름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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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아비 드라마 범인까지 보고 나니, 진짜 무서운 건 이름이 아니었다

얼마 전 ENA 드라마 허수아비를 끝까지 보고 나서, 범인 이름보다 오래 남은 건 그 범인을 둘러싼 사람들의 얼굴이었다. 보통 수사극은 “누가 죽였나”를 끝까지 끌고 가는데, 이 작품은 조금 다르다. 범인을 찾는 재미도 분명 있지만, 더 집요하게 묻는 건 “왜 그렇게 오래 못 잡았나”에 가깝다.

먼저 말해두면, 아래 내용에는 허수아비 드라마 범인과 후반부 전개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다. 아직 끝까지 보지 않았다면 여기서 멈추는 편이 낫다. 이 드라마는 반전 하나만 소비하고 지나가기엔 장면 배치가 꽤 치밀한 편이라, 모르고 볼 때의 긴장감이 확실히 있다.

범인은 이용우, 그런데 이름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

허수아비에서 강성 연쇄살인사건의 진범으로 드러나는 인물은 이용우다. 작품은 그를 단순한 괴물로만 그리지 않는다. 이미 수감된 상태의 인물이 과거 사건과 다시 연결되고, 30년 전 수사에 얽힌 사람들을 흔들기 시작한다. 여기서 드라마가 선택한 방식이 흥미롭다. 범인을 마지막까지 숨기기보다, 일정 지점에서 “누군지”를 드러낸 뒤 “어떻게 이 일이 가능했는지”로 시선을 돌린다.

특히 이용우의 본명, 이기환이라는 정보가 나오면서 시청자들이 초반에 느꼈던 이름의 혼란도 의미를 갖는다. 처음에는 이기범, 이기환, 이용우 같은 이름들이 범인 후보처럼 흩어져 보인다. 그런데 후반으로 갈수록 그 이름들은 단순한 미끼가 아니라, 사건이 얼마나 오래 왜곡되고 덮였는지를 보여주는 흔적처럼 기능한다.

이기범 의심은 왜 그렇게 강했나

초반 시청자들이 가장 많이 의심한 인물 중 하나는 이기범이었다. 피해자 동선, 손수건, 서점, 섬뜩한 표정 같은 요소들이 너무 노골적으로 붙어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장르물을 많이 본 사람이라면 이 지점에서 바로 의심하게 된다. “이렇게 빨리 범인처럼 보여준다고?”라는 감각이 생긴다.

그런데 이 드라마는 그 의심을 허술하게 쓰지 않는다. 이기범에게 쏠리는 시선은 시청자를 속이기 위한 장난이라기보다, 당시 수사가 얼마나 쉽게 누군가를 범인처럼 만들 수 있었는지를 체감하게 하는 장치에 가깝다. 누군가의 표정, 위치, 소문, 관계가 몇 개 겹치면 사람들은 금세 확신한다. 허수아비는 그 확신이 얼마나 위험한지 계속 건드린다.

  • 이기범은 초반부 의심을 끌어당기는 인물이다.
  • 이용우는 연쇄살인사건의 실제 진범으로 드러난다.
  • 이기환이라는 이름은 후반부 진실과 연결되는 중요한 장치다.
  • 작품의 관심은 범인 맞히기보다 왜곡된 수사와 침묵의 시간에 있다.

허수아비라는 제목이 무서워지는 순간

제목 허수아비는 처음엔 범행 방식이나 현장의 이미지로 다가온다. 논밭에 서 있는 사람 모양의 물체, 밤에 보면 사람인지 아닌지 헷갈리는 존재. 그런데 끝까지 보면 이 단어는 훨씬 넓어진다. 범인만 허수아비인 게 아니다.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공권력, 진실 앞에서 멈춘 사람들, 억울한 사람을 세워놓고 사건을 끝낸 체계까지 모두 이 제목 안으로 들어온다.

이 지점에서 살인의 추억과 비교하게 되는 것도 자연스럽다. 살인의 추억이 잡히지 않은 범인을 향한 시대의 무력감을 남겼다면, 허수아비는 이미 잡힌 범인을 앞에 두고도 끝나지 않는 죄책감과 책임을 본다. 같은 실제 사건 모티브를 떠올리게 하지만, 시선의 방향은 다르다. 하나는 미제로 남은 공포를 응시했고, 다른 하나는 진범 확인 이후에도 남아 있는 사람들의 시간을 들여다본다.

이 드라마가 맞는 사람과 조금 버거울 사람

허수아비는 빠른 쾌감의 범죄 오락물을 기대하면 다소 무겁게 느껴질 수 있다. 범인 추적의 재미가 없는 건 아니지만, 매회 시원하게 단서를 던지고 바로 회수하는 타입은 아니다. 오히려 인물들의 죄책감, 권력의 자기보호, 피해자와 오인된 사람들의 시간을 오래 붙든다.

그래서 이 작품은 범인 맞히기보다 사건의 후폭풍을 보는 쪽에 관심 있는 사람에게 더 잘 맞는다. 박해수, 이희준처럼 감정의 결을 오래 끌고 가는 배우를 좋아한다면 몰입도도 높다. 반대로 범인이 누구인지 빠르게 알고 싶은 시청자에게는 중반부가 답답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답답함 자체가 드라마의 설계에 가깝다. 이 사건이 30년 넘게 답답한 방식으로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스포를 알고 봐도 볼 만한 이유

범인이 이용우라는 걸 알고 봐도 허수아비의 힘이 크게 줄지는 않는다. 이 작품의 진짜 긴장은 “누구냐”보다 “그동안 누가 무엇을 외면했나”에서 생긴다. 특히 후반부 법정 장면과 과거 수사 과정이 겹치는 대목은 범인의 정체보다 더 불편한 감정을 남긴다.

개인적으로는 이 드라마를 범인 찾기 검색어로만 소비하기엔 아깝다고 느꼈다. 물론 허수아비 드라마 범인을 찾는 마음은 충분히 이해된다. 나도 중반까지는 이름과 단서를 몇 번씩 되짚었다. 그런데 끝까지 보고 나면, 이 작품이 남기는 건 범인의 이름 석 자보다 훨씬 무겁다. 누군가를 잡지 못한 시간, 누군가를 잘못 잡은 시간, 그리고 그 사이에서 아무도 제대로 사과받지 못한 시간이 화면 밖까지 따라온다.

허수아비 드라마 범인까지 보고 나니, 진짜 무서운 건 이름이 아니었다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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