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수아비 9회까지 봤더니, 이 드라마는 범인보다 ‘공범의 얼굴’이 더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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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아비 9회까지 봤더니, 이 드라마는 범인보다 ‘공범의 얼굴’이 더 무섭다

얼마 전 허수아비 9회를 다시 보는데, 이상하게 범인의 정체보다 차시영의 표정이 더 오래 남았습니다. 보통 수사극은 범인이 드러나는 순간 긴장이 빠지기 쉬운데, 이 작품은 그 지점에서 방향을 살짝 틉니다. “잡았다”가 아니라 “그럼에도 왜 끝나지 않았나”로 이야기를 밀어붙이거든요.

이 글에는 허수아비 9회 주요 전개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아직 9회를 안 봤다면 감상 후 읽는 쪽이 훨씬 낫습니다.

9회는 사건 해결 이후를 의심하게 만든다

ENA 월화드라마 허수아비는 연쇄살인 사건을 쫓는 형사 강태주와, 그가 혐오하던 차시영이 위태롭게 공조하는 이야기입니다. 1회부터 8회까지가 “누가 범인인가”에 가까웠다면, 9회는 “누가 진실을 가리고 있었나”에 더 가깝습니다.

9회에서 차시영과 형사들은 연쇄살인범 검거 공로를 인정받습니다. 그런데 강태주는 무원에서 발견된 시신을 근거로 돌아오죠. 그의 말은 단순합니다. 연쇄살인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 여기서 드라마의 재미가 생깁니다. 이미 끝났다고 믿고 싶은 사람들과, 끝나지 않았다고 보는 사람이 정면으로 부딪힙니다.

시청률 흐름도 흥미롭습니다. 닐슨코리아 기준 9회는 전국 평균 7.2%, 최고 8.0%를 기록했습니다. 8회가 7.4%, 10회가 7.9%였다는 점을 보면, 9회는 잠깐 쉬어가는 회차가 아니라 후반부 상승을 위해 불씨를 다시 당기는 회차에 가깝습니다.

차시영의 ‘공범성’이 드러나는 순간

허수아비 9회에서 가장 큰 충격은 차시영이 단순히 거친 형사나 모호한 조력자가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시신 은닉 시도, 그리고 형사들과의 작당 모의가 드러나면서 이 인물은 더 이상 회색지대에만 머물 수 없게 됩니다.

사실 이런 전개는 범죄 스릴러에서 자주 쓰이는 반전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허수아비가 조금 다른 건, 차시영을 갑자기 악인으로 소비하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이희준의 연기는 “들켰다”는 공포보다 “그래도 여기까지 와버렸다”는 체념을 더 강하게 보여줍니다. 그래서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화가 나면서도, 그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계속 따지게 됩니다.

  • 강태주: 사건을 끝난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인물
  • 차시영: 진실을 알고도 덮는 쪽에 가까워진 인물
  • 이기환: 아이러니하게도 진실에 접근하게 만드는 목격자
  • 강성서 형사들: 정의보다 조직의 생존 논리를 먼저 계산하는 집단

9회의 묘미는 여기 있습니다. 범인은 한 명일 수 있지만, 사건을 괴물처럼 키운 사람은 여럿일 수 있다는 것. 드라마 제목인 ‘허수아비’도 그 의미가 더 선명해집니다. 누군가는 앞에 세워진 가짜 표적이고, 누군가는 뒤에서 줄을 잡고 있으며, 누군가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 서 있습니다.

강태주가 다시 돌아오는 이유

박해수가 연기하는 강태주는 늘 약간 눌려 있는 사람처럼 보입니다. 분노가 있어도 크게 터뜨리기보다, 눈빛과 숨으로 버팁니다. 그래서 9회에서 그의 복귀는 영웅의 귀환처럼 화려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지친 사람이 다시 지옥문 앞에 서는 느낌에 가깝습니다.

강태주가 “끝나지 않았다”고 말하는 장면은 수사극의 클리셰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 드라마 안에서는 그 말이 꽤 무겁게 들립니다. 그는 이미 사건 때문에 많은 것을 잃었고, 주변 사람들 역시 그를 편하게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돌아온다는 건, 정의감 하나로 설명하기엔 부족합니다. 죄책감, 집착, 의심, 생존 본능이 뒤섞인 선택에 가깝죠.

개인적으로는 이 지점이 허수아비 9회의 가장 좋은 부분이었습니다. 수사극의 주인공을 완벽한 판단자로 세우지 않고, 망가진 사람이 망가진 방식으로 진실에 접근하게 만듭니다. 깔끔한 카타르시스는 덜하지만, 그래서 더 끈적합니다.

이 회차가 맞는 사람, 안 맞는 사람

허수아비 9회는 빠른 액션이나 통쾌한 검거 장면을 기대하면 답답할 수 있습니다. 사건이 해결되는 맛보다, 이미 해결된 것처럼 포장된 사건을 다시 의심하는 맛이 강합니다. 대사 사이의 침묵, 인물 간 불신, 조직 내부의 눈치 싸움을 좋아하는 분에게 더 잘 맞습니다.

이런 분에게 잘 맞습니다

  • 범인 찾기보다 은폐 구조를 파고드는 수사극을 좋아하는 분
  • 박해수, 이희준처럼 감정을 눌러 연기하는 배우의 호흡을 선호하는 분
  • 회차가 진행될수록 선악 구도가 흐려지는 드라마에 끌리는 분
  • 단순 반전보다 인물의 선택이 남기는 찝찝함을 즐기는 분

이런 분에겐 덜 맞을 수 있습니다

  • 한 회 안에서 사건이 명쾌하게 풀리는 구조를 좋아하는 분
  • 경찰 내부 비리나 은폐 소재가 피로하게 느껴지는 분
  • 주인공이 시원하게 밀어붙이는 수사극을 기대하는 분

9회 이후가 더 궁금해지는 이유

허수아비는 총 12부작입니다. 9회는 전체로 보면 마지막 구간의 입구에 해당합니다. 그래서 이 회차는 모든 답을 주기보다, 이미 얻었다고 생각한 답을 흔듭니다. 연쇄살인범 검거라는 공적 성과가 생겼는데, 동시에 그 성과 자체가 의심받기 시작합니다. 수사극에서 꽤 좋은 긴장입니다.

특히 차시영의 위치가 중요합니다. 그는 이제 강태주의 조력자라고 부르기 어렵고, 그렇다고 단순한 적으로 밀어내기도 애매합니다. 시청자가 가장 불편해하는 인물일수록 드라마의 중심에 가까워지는 법인데, 9회는 정확히 그 방향으로 갑니다.

솔직히 허수아비 9회는 보는 맛이 산뜻한 회차는 아닙니다. 대신 보고 나면 인물들이 한 번씩 다 의심스럽게 보입니다. 저는 이런 드라마가 오래 남는다고 생각합니다. 범인을 맞히는 재미는 방송이 끝나면 사라지지만, “저 사람은 어디서부터 망가졌나”라는 질문은 꽤 오래 따라오니까요.

허수아비 9회까지 봤더니, 이 드라마는 범인보다 ‘공범의 얼굴’이 더 무섭다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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