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세션 영화를 뒤늦게 봤더니, 집착 멜로인 줄 알았던 복수의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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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세션 영화를 뒤늦게 봤더니, 집착 멜로인 줄 알았던 복수의 얼굴

얼마 전 고전 스릴러를 다시 훑다가 브라이언 드 팔마의 영화 <옵세션>을 오래 붙잡고 있었다. 제목만 보면 누군가에게 병적으로 매달리는 멜로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상실과 죄책감, 닮은 얼굴이 만들어내는 불안에 더 가까운 작품이다. 1976년에 나온 영화인데도 지금 봐도 묘하게 끈적한 힘이 있다.

이 영화는 히치콕의 <현기증>을 떠올리게 만드는 작품으로 자주 언급된다. 사실 그 비교를 피하기는 어렵다. 사랑했던 사람을 잃은 남자, 과거와 닮은 여자의 등장, 기억이 욕망으로 바뀌는 과정이 모두 닿아 있다. 다만 <옵세션>은 더 노골적으로 감정의 과잉을 밀어붙인다. 우아하다기보다 어딘가 뜨겁고, 불편하고, 때로는 통속극처럼 느껴진다.

사랑보다 죄책감에 가까운 이야기

<옵세션>의 출발점은 유괴 사건이다. 주인공 마이클은 아내와 딸을 잃고, 그 사건 이후 오랫동안 멈춘 사람처럼 살아간다. 세월이 흘러 그는 죽은 아내와 너무 닮은 여성을 만나고, 그 순간부터 영화는 현실보다 기억의 논리로 움직인다.

여기서 중요한 건 마이클이 새 사랑을 시작한다기보다, 잃어버린 시간을 되감으려 한다는 점이다. 그는 눈앞의 여성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한다. 그녀의 말투, 얼굴, 분위기까지 전부 과거의 빈자리에 끼워 맞춘다. 그래서 이 영화의 ‘옵세션’은 단순한 집착이 아니라, 상실을 인정하지 못하는 사람이 만든 사적인 신전처럼 보인다.

이런 설정은 지금 기준으로 보면 꽤 위험하게 느껴질 수 있다. 여성 인물이 남성의 기억과 욕망 안에서 소비되는 방식이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영화는 그 불편함을 완전히 감추지 않는다. 오히려 그 시선이 얼마나 왜곡되어 있는지, 그리고 그 왜곡이 어떤 파국을 부르는지 차갑게 보여준다.

히치콕을 좋아한다면 익숙하고, 드 팔마를 좋아한다면 더 흥미롭다

브라이언 드 팔마는 카메라 움직임으로 심리를 설명하는 감독이다. <옵세션>에서도 인물의 대사보다 화면의 흐름이 먼저 감정을 만든다. 성당, 계단, 그림자, 느린 줌, 음악이 쌓이면서 관객은 인물의 판단이 잘못됐다는 걸 알면서도 그 감정의 소용돌이에 끌려간다.

특히 버나드 허먼의 음악은 이 영화의 절반 가까운 분위기를 책임진다. 허먼은 <현기증> 음악으로도 유명한 작곡가라, <옵세션>을 보면 의도적으로 과거의 영화적 기억을 불러오는 느낌이 강하다. 음악이 감정을 과장하는데, 이상하게 그 과장이 이 작품에는 맞는다. 현실적인 스릴러가 아니라 죄책감이 부풀어 오른 악몽에 가까워서다.

다만 빠른 전개를 기대하면 답답할 수 있다. 요즘 스릴러처럼 사건을 촘촘히 배치하고 반전을 자주 던지는 작품은 아니다. 영화는 인물 하나의 감정에 오래 머문다. 누군가에게는 우아한 최면처럼 느껴지고, 누군가에게는 오래된 멜로드라마의 과한 몸짓처럼 보일 수 있다.

이 영화가 맞는 사람과 조금 힘들 수 있는 사람

영화 추천을 할 때 별점보다 더 중요하게 보는 건 관객의 리듬이다. <옵세션>은 취향이 제법 갈리는 영화다. 그래서 누구에게나 고전 명작처럼 권하기보다는, 어떤 감정선을 좋아하는지 먼저 봐야 한다.

  • 히치콕식 심리 스릴러와 1970년대 미국 영화의 질감을 좋아한다면 잘 맞는다.
  • 사건보다 인물의 죄책감, 기억, 강박이 천천히 쌓이는 이야기를 선호한다면 볼 만하다.
  • <현기증>, <캐리>, <드레스드 투 킬>처럼 스타일이 강한 영화를 흥미롭게 봤다면 비교하는 재미가 있다.
  • 현대적인 속도감, 명확한 인물 동기, 깔끔한 도덕적 균형을 원한다면 피로할 수 있다.
  • 닮은 사람에게 과거의 사랑을 투사하는 설정이 불편하다면 감상 중 거리감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를 ‘완벽한 스릴러’라기보다 ‘매우 흥미로운 집착의 표본’으로 보는 쪽이 더 맞다고 느꼈다. 완성도만 놓고 보면 거칠고, 몇몇 전개는 지금 관객에게 과장되어 보인다. 그런데 바로 그 과잉 때문에 오래 남는다. 잘 만든 영화는 매끈해서 기억에 남고, 이상한 영화는 찜찜해서 기억에 남는데, <옵세션>은 후자 쪽의 힘이 있다.

스포일러 없이 봐야 하는 이유

<옵세션>은 줄거리 정보를 많이 알고 보면 손해가 큰 영화다. 반전 자체보다 중요한 건, 관객이 마이클의 시선에 얼마만큼 속아 들어가느냐다. 처음에는 그가 불쌍해 보이고, 다음에는 위험해 보이고, 어느 순간부터는 이 사람이 보고 있는 세계 전체가 믿기 어려워진다.

그래서 검색할 때도 자세한 줄거리나 엔딩 해석부터 읽는 건 추천하지 않는다. 먼저 영화를 보고 나서, 왜 이 인물이 같은 실수를 반복하려 했는지 생각해보는 편이 훨씬 낫다. 특히 마지막부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지만, 감정의 논리로 보면 꽤 일관된 선택처럼 보인다.

OTT로 볼 때 체크할 점

고전 영화는 서비스별 제공 여부가 자주 바뀐다. 같은 제목의 다른 작품도 많아서 검색할 때는 감독명 브라이언 드 팔마, 제작연도 1976을 함께 확인하는 게 좋다. 한국어 제목이 <옵세션>으로 표기되기도 하고, 원제 으로 등록된 경우도 있다.

비슷한 제목의 드라마나 다른 스릴러와 혼동하기 쉽다. 특히 ‘옵세션’이라는 단어가 워낙 여러 작품에 쓰이다 보니, 출연진에 클리프 로버트슨, 제너비브 뷔졸드, 존 리스고가 있는지 확인하면 정확하다. 존 리스고의 젊은 시절 연기를 보는 재미도 의외로 크다.

내가 이 영화를 권하고 싶은 순간

누군가가 “반전 있는 영화 추천해줘”라고 말하면 <옵세션>을 바로 꺼내지는 않을 것 같다. 대신 “사랑이라고 믿었지만 사실은 자기 안의 상처를 붙잡는 영화가 보고 싶다”고 하면 떠오른다. 이 영화는 누군가를 사랑하는 이야기라기보다, 자기 죄책감의 모양을 사랑이라고 착각한 사람의 이야기처럼 보인다.

그래서 보고 나면 산뜻하지 않다. 대신 오래 생각하게 된다. 우리는 종종 어떤 사람을 그 사람 자체로 보는 게 아니라, 내가 잃어버린 것과 닮았다는 이유로 특별하게 여긴다. <옵세션>은 그 착각을 낭만으로 포장하다가, 어느 순간 차갑게 벗겨낸다. 그 불편한 순간까지 견딜 수 있다면 이 영화는 꽤 진한 감상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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