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독스 시즌2 기다리다 시즌1을 다시 봤더니 보인 진짜 매력

얼마 전 자연 다큐멘터리를 틀어놓고 밥을 먹다가, 이상하게 계속 젓가락을 멈추게 만든 작품이 있었습니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의 언더독스였어요. 제목만 보면 약자들의 성장담처럼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동물의 세계에서 늘 주연 자리를 빼앗겼던 이상하고 작고 때로는 좀 지저분한 생명들에게 카메라를 돌리는 시리즈입니다.
요즘 검색창에 언더독스 시즌2를 치는 분들이 늘어난 것도 이해됩니다. 시즌1이 5부작이라 부담 없이 끝나고, 라이언 레이놀즈의 내레이션이 워낙 강하게 남거든요. 다만 2026년 10월 기준으로 시즌2의 공개일이나 전체 에피소드 구성은 공식적으로 뚜렷하게 고정된 상태로 보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지금 이 작품을 볼지 말지 고민한다면, 시즌2 소식만 기다리기보다 시즌1이 내 취향에 맞는지 먼저 판단하는 쪽이 더 현실적입니다.
시즌2를 기다리게 만드는 건 동물보다 관점이다
언더독스는 잘생긴 포식자, 장엄한 이동, 눈물 나는 생존 서사로 밀어붙이는 전통적인 자연 다큐와 방향이 조금 다릅니다. 여기서 주인공은 대개 ‘왜 굳이 저걸 보여주지?’ 싶은 동물들입니다. 이상한 번식 전략, 기묘한 방어 방식, 찜찜할 만큼 노골적인 생존법이 중심에 놓입니다.
그런데 이게 단순한 기괴함 전시로 끝나지 않습니다. 사실 자연계에서 살아남는다는 건 우아함의 문제가 아니니까요. 누군가는 강한 턱으로, 누군가는 눈에 띄지 않는 색으로, 또 누군가는 상대가 싫어할 만큼 불쾌한 방식으로 버팁니다. 이 시리즈가 재미있는 건 그 지점을 꽤 유머러스하게, 그러나 생물학적 호기심을 잃지 않고 보여준다는 데 있습니다.
시즌1은 총 5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됐고, 한 편이 대략 30분대 후반이라 주말 오후에 몰아보기 좋습니다. 넷플릭스식 긴장감보다는 디즈니+와 내셔널지오그래픽 계열 다큐 특유의 선명한 촬영, 빠른 템포, 가족 시청 가능한 대중성을 갖고 있습니다. 다만 소재가 의외로 노골적이라 아주 어린 아이와 볼 때는 에피소드별 분위기를 먼저 확인하는 편이 낫습니다.
라이언 레이놀즈 내레이션이 호불호를 가른다
이 작품을 이야기할 때 라이언 레이놀즈를 빼놓기 어렵습니다. 자연 다큐의 내레이션은 보통 경건하거나 시적인 쪽으로 갑니다. 그런데 언더독스는 농담을 자주 던지고, 관찰자라기보다 옆자리에서 같이 보고 있는 친구처럼 반응합니다. 이게 잘 맞으면 굉장히 신선합니다. 반대로 차분한 BBC식 다큐를 기대했다면 처음 10분 안에 결이 다르다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솔직히 저는 이 선택이 꽤 영리하다고 봤습니다. 시즌1이 다루는 동물들은 대중적으로 귀엽거나 압도적인 존재가 아닙니다. 그렇다면 프로그램도 점잖은 척만 해서는 안 됩니다. 조금 삐딱하고, 장난스럽고, 가끔은 민망한 유머까지 섞어야 이 동물들이 가진 ‘비주류의 에너지’가 살아납니다.
- 차분한 명상형 자연 다큐를 원한다면 호흡이 빠르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 동물의 특이한 습성을 유쾌하게 배우고 싶다면 만족도가 높습니다.
- 라이언 레이놀즈식 농담을 좋아한다면 내레이션 자체가 감상 포인트가 됩니다.
- 징그러운 장면에 약하다면 일부 에피소드는 살짝 각오가 필요합니다.
언더독스 시즌2가 나온다면 기대되는 방향
시즌2가 실제로 어떤 구성으로 공개될지는 아직 더 지켜봐야 합니다. 하지만 시즌1의 구조를 보면 방향은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습니다. 제작진은 이미 ‘귀엽고 멋진 동물’보다 ‘평소 카메라가 오래 머물지 않았던 동물’에 관심이 있다는 걸 보여줬습니다. 시즌2가 나온다면 더 작은 생물, 더 낯선 서식지, 더 기묘한 생존 전략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큽니다.
저는 특히 곤충, 양서류, 심해 생물 쪽으로 더 깊게 들어가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자연 다큐에서 포유류는 늘 강합니다. 표정이 있고, 감정 이입이 쉽고, 화면 장악력이 좋습니다. 하지만 언더독스라는 제목이라면 오히려 얼굴을 읽기 어려운 생물들에게 시간을 더 줘야 합니다. 우리가 쉽게 사랑하지 못했던 존재를 이해하게 만드는 것이 이 시리즈의 장점이니까요.
또 하나 기대되는 건 톤의 조절입니다. 시즌1은 첫 시즌답게 ‘우린 이런 다큐야’라는 선언이 강했습니다. 그래서 농담도 선명하고, 편집도 빠르고, 소재도 일부러 센 쪽을 고릅니다. 시즌2가 이어진다면 그 장점을 유지하되, 몇몇 에피소드에서는 조금 더 길게 관찰하는 호흡도 가능해 보입니다. 웃기다가 갑자기 경이로워지는 순간이 많아질수록 이 작품은 더 오래 남습니다.
이런 사람에게 특히 잘 맞는다
언더독스는 모든 자연 다큐 팬에게 똑같이 추천할 작품은 아닙니다. 하지만 맞는 사람에게는 꽤 정확히 꽂힙니다. 웅장한 자연의 위대함보다 ‘저런 방식으로도 살아남는구나’ 하는 발견을 좋아하는 분에게 잘 맞습니다. 동물을 귀엽게 소비하는 콘텐츠에 피로감을 느낀 사람에게도 의외의 환기가 됩니다.
비슷한 계열을 굳이 비교하자면, 전통적인 내셔널지오그래픽 다큐의 영상미에 코미디 쇼의 리듬을 섞은 쪽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집중해서 노트하며 보기보다, 가볍게 틀어놓았다가 어느 순간 화면 앞으로 당겨 앉게 되는 작품입니다. 가족과 같이 보기에도 괜찮지만, 번식과 배설, 포식 같은 이야기가 꽤 솔직하게 나오니 민감한 시청자와 볼 때는 톤을 감안하는 게 좋습니다.
- 추천: 짧고 재밌는 자연 다큐를 찾는 사람
- 추천: 기괴하지만 똑똑한 생존 전략에 흥미가 있는 사람
- 추천: 라이언 레이놀즈의 말맛을 좋아하는 사람
- 비추천: 조용하고 장엄한 자연 영상만 보고 싶은 사람
- 비추천: 벌레, 점액, 배설 관련 장면에 예민한 사람
시즌2 소식보다 먼저 확인할 것
언더독스 시즌2를 기다리는 분이라면 우선 시즌1의 1화를 먼저 보는 걸 권합니다. 이 작품은 1화에서 자기 색깔을 거의 다 보여줍니다. 촬영 퀄리티, 내레이션의 농담 밀도, 동물을 바라보는 삐딱하지만 애정 있는 시선까지요. 1화가 맞으면 5부작은 금방 끝납니다. 반대로 1화의 농담이 산만하게 느껴진다면 시즌2가 나와도 취향이 크게 바뀌긴 어려울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시리즈가 자연 다큐의 입구를 넓혀준다는 점에서 반갑습니다. 꼭 아름답고 위대한 생명만 볼 가치가 있는 건 아니니까요. 조금 못생기고, 이상하고, 때로는 불편한 방식으로 살아가는 존재들을 보고 있으면 이상하게 마음이 느슨해집니다. 세상은 생각보다 다양한 방식으로 버텨지고 있고, 그 사실을 웃기게 알려주는 다큐는 생각보다 귀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