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월화드라마 다시 골라봤더니 취향이 먼저 보였다

드라마를 고를 때 제목보다 먼저 묻는 게 있다. 지금 웃고 싶은지, 조용히 마음을 쓰고 싶은지. 같은 sbs 월화드라마라도 그날의 기분에 따라 잘 맞는 작품은 달라진다. 월요일 밤에 지친 머리로 틀기 좋은 작품과 인물의 감정을 천천히 따라가고 싶은 날의 작품을 같은 별점으로 줄 세우기는 어렵다.
그래서 다시 볼 작품 네 편을 골랐다. 모두 실제로 월요일과 화요일에 방송된 드라마다. 아래에는 이야기의 출발점만 담았고, 반전이나 마지막 회 내용은 적지 않았다.
가볍게 웃고 싶다면 사내맞선
<사내맞선>은 친구 대신 맞선 자리에 나간 신하리가 상대가 자기 회사의 사장 강태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시작한다. 설정부터 현실적이진 않다. 그런데 이 드라마의 장점은 그 설정을 진지하게 변명하느라 시간을 쓰지 않는 데 있다. 서로의 정체를 숨기고 들키는 과정에서 생기는 소동을 빠른 템포로 밀어붙인다.
안효섭과 김세정이 맡은 두 사람의 대화는 가볍게 튀고, 주변 인물의 연애도 극에 활기를 더한다. 퇴근 후 복잡한 관계도를 외우기 싫은 날에 잘 맞는다. 한 회를 끝내면 다음 회로 넘어가기 쉬운 편이고, 전체 12회라 긴 드라마를 시작할 부담도 비교적 작다.
대신 재벌 사장과 직원의 만남, 우연이 겹치는 전개에 거부감이 크다면 초반부터 취향이 갈릴 수 있다. 저는 이 작품을 현실 연애의 세밀한 관찰보다 로맨틱 코미디의 속도와 장난기를 즐길 때 고른다. SBS가 공개한 첫 회 방송일은 2022년 2월 28일 월요일이다.
지난 연애의 여운이 좋다면 그 해 우리는
<그 해 우리는>도 로맨스지만 속도는 다르다. 학창 시절 함께 다큐멘터리를 찍었던 최웅과 국연수가 헤어진 뒤 다시 카메라 앞에 서게 된다. 재회라는 익숙한 출발점에서 이야기가 묻는 건 누가 먼저 마음을 돌릴지보다 두 사람이 왜 서로를 오해했는지에 가깝다.
최우식과 김다미가 연기하는 인물들은 말을 아끼거나 엉뚱한 데서 날을 세운다. 그래서 대사가 적은 장면에도 감정이 남는다. <사내맞선>이 설렘을 바로 건넨다면, 이 작품은 그 감정이 생길 자리를 오래 만든다. 이별 뒤에도 상대를 완전히 미워할 수 없었던 경험이 있다면 작은 표정 변화가 유난히 눈에 들어올 것이다.
다만 빠르게 사건이 터지는 로맨스를 기대하면 초반 몇 회가 느리게 느껴질 수 있다. 풍경과 음악, 인물의 침묵까지 함께 보는 쪽에 더 어울린다. SBS 회차 안내 기준으로 2021년 12월 6일 월요일에 시작해 총 16회가 방송됐다. 주말에 한꺼번에 보기보다 하루에 한두 회씩 보는 편이 이 작품의 호흡과 잘 맞았다.
잔잔한 감정선을 오래 따라가고 싶다면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클래식 음악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늦게 바이올린을 시작한 채송아와 재능을 인정받은 피아니스트 박준영이 만난다. 둘 다 좋아하는 일을 계속하고 싶지만, 재능과 기대 앞에서 자꾸 주저한다. 연애 이야기이면서도 자신의 속도를 받아들이는 이야기로 읽힌다.
박은빈과 김민재가 보여주는 조심스러운 거리감이 이 드라마의 매력이다. 큰 고백보다 상대의 연주를 듣는 태도나 대답을 기다리는 시간이 기억에 남는다. 클래식을 몰라도 인물의 망설임은 이해할 수 있다. 반대로 선명한 악역과 통쾌한 해결을 원한다면 답답하게 느낄 장면도 있다.
특히 일을 좋아하지만 잘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자신감을 잃어본 사람에게 권하고 싶다. <그 해 우리는>이 지나간 관계를 다시 들여다본다면, 이 작품은 아직 말하지 못한 마음을 천천히 꺼낸다. 2020년 8월 31일 월요일부터 방송된 16부작이다.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당긴다면 낭만닥터 김사부 2
로맨스보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선택이 궁금한 날에는 <낭만닥터 김사부 2>가 있다. 돌담병원으로 온 젊은 의사 서우진과 차은재가 김사부를 만나며 부딪히고 배운다. 응급 상황이 몰아칠 때는 전개가 빠르지만, 오래 남는 건 수술 장면 자체보다 누가 어떤 책임을 지기로 했는가 하는 순간이다.
한석규가 연기하는 김사부는 모든 문제를 대신 해결해 주는 인물로만 그려지지 않는다. 후배들이 스스로 판단해야 하는 자리를 남긴다. 안효섭과 이성경이 맡은 두 의사가 각자의 약점을 안고 버티는 모습까지 보이면, 병원 드라마의 긴장감과 성장 이야기가 함께 들어온다.
의료 현장의 절박한 장면이 이어져 편하게 웃으며 볼 작품을 찾는 날에는 무거울 수 있다. 반면 팀이 조금씩 맞아 들어가는 이야기를 좋아한다면 16회를 따라갈 힘이 충분하다. SBS 회차 안내에는 2020년 1월 6일 월요일 첫 방송과 2월 25일 화요일 마지막 방송이 기록돼 있다. 앞선 시즌을 봤다면 인물과 공간이 더 반갑겠지만, 시즌 2의 새 인물들부터 따라가도 중심 갈등은 이해할 수 있다.
첫 회를 고를 때는 줄거리보다 속도를 본다
네 편 가운데 무엇을 틀지 망설여진다면 첫 회의 사건보다 내가 편안하게 느끼는 속도를 생각하면 쉽다. 짧고 경쾌한 대화가 필요하면 <사내맞선>, 지나간 마음을 더듬고 싶으면 <그 해 우리는>, 조용한 성장담을 원하면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긴박한 현장과 팀 이야기에 끌리면 <낭만닥터 김사부 2> 쪽이다.
다시보기 서비스와 이용 조건은 시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시청 직전 SBS의 작품별 회차 안내를 확인하는 편이 정확하다. 작품을 고를 때 남의 별점보다 내 컨디션을 먼저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잘 만든 드라마라도 오늘의 나와 박자가 맞아야 다음 회가 기다려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