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브 오리지널 드라마 추천을 부탁받고 다시 고른 여섯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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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브 오리지널 드라마 추천을 부탁받고 다시 고른 여섯 편

얼마 전 친구가 웨이브를 켜 놓고도 한참 동안 작품을 고르지 못했다. 학원 액션부터 조용한 여행 이야기까지 한 화면에 있으니, 인기순으로 훑는 것만으로는 답이 안 나온다. 1000편 넘게 영화와 드라마를 보면서 느낀 건 재미있는 작품과 지금 내 기분에 맞는 작품이 늘 같지는 않다는 점이다.

그래서 웨이브 오리지널 드라마 추천을 부탁받으면 먼저 묻는다. 오늘 긴장하고 싶은지, 낯선 설정에 빠지고 싶은지, 아니면 조금 쉬고 싶은지. 아래 여섯 편은 그 대답에 따라 고른 작품들이다. 줄거리의 출발점만 적었고, 이후 전개를 밝히는 스포일러는 넣지 않았다.

숨 돌릴 틈 없는 이야기가 필요하다면

《약한영웅 Class 1》은 공부에는 강하지만 싸움에는 익숙하지 않은 연시은이 폭력에 맞서는 이야기다. 박지훈이 연기하는 시은, 최현욱의 수호, 홍경의 범석이 가까워지는 과정이 액션만큼 중요하다. 이 작품을 권할 때는 ‘통쾌한 학원물’을 기대하는지부터 확인한다. 몸싸움은 빠르고 강렬하지만, 보고 난 뒤 오래 남는 건 세 사람의 관계다. 친구 사이의 균열까지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에게 잘 맞는다. 학교 폭력 묘사가 부담스럽다면 컨디션이 좋은 날 시작하는 편이 낫다.

《거래》는 친구 사이를 믿을 수 없게 만드는 8부작 범죄 스릴러다. 두 청년이 우발적으로 동창을 납치하면서 일이 커진다. 유승호, 김동휘, 유수빈이 연기하는 인물은 각자 절박한 사정이 있지만, 그렇다고 누구의 선택도 쉽게 두둔하기 어렵다. 거대한 범죄 조직보다 좁은 관계 안에서 번지는 의심을 좋아한다면 이쪽이다. 《약한영웅 Class 1》이 감정까지 몰아붙인다면, 《거래》는 어긋난 선택이 다음 선택을 부르는 과정을 지켜보는 재미가 크다.

설정 하나로 대화를 오래 나누고 싶다면

《S라인》에서는 성적 관계를 맺은 사람들의 머리 위에 붉은 선이 나타난다. 설명만 들으면 자극적인 미스터리 같지만, 내게 더 흥미로운 건 비밀이 눈에 보이게 됐을 때 사람들의 태도가 어떻게 바뀌는가다. 이수혁이 진실을 쫓는 형사를, 아린이 선을 볼 수 있는 학생을 연기한다. 독특한 규칙이 사회에 끼치는 영향을 상상하는 장르물을 좋아한다면 눈여겨볼 만하다. 성적 관계를 소재로 삼고 있어 가족과 편하게 볼 작품을 찾는 경우에는 권하지 않는다.

같은 장르물이어도 《약한영웅 Class 1》은 인물에게 먼저 마음이 가고, 《S라인》은 설정에서 질문이 시작된다. 전자는 친구와 함께 보기보다 혼자 몰입할 때 힘이 좋았다. 후자는 한두 편을 본 뒤 ‘저런 선이 실제로 보인다면?’ 하고 이야기할 사람이 있으면 더 재미있다. 두 작품 모두 가볍게 틀어 두기에는 화면과 대사를 놓치기 아깝다.

지친 저녁에는 속도를 낮춰도 좋다

《박하경 여행기》는 국어 교사 박하경이 토요일 하루, 낯선 곳으로 떠나는 8부작 드라마다. 매번 다른 장소와 사람을 만나지만 여행 정보나 명소 소개가 중심은 아니다. 이나영이 연기하는 하경을 따라 걷다 보면 별일 아닌 듯 지나간 만남이 조금씩 마음에 남는다. 사건이 연달아 터져야 재미를 느끼는 사람에게는 느릴 수 있다. 반대로 한 회를 보고 잠시 멈춰도 괜찮은 이야기를 찾는다면 좋은 선택이다. 피곤한 평일 밤에는 두 편씩 몰아보기보다 한 편씩 보는 쪽이 이 작품의 호흡에 맞았다.

가볍게 웃고 싶지만 현실과 너무 멀어진 이야기는 싫다면 《위기의 X》를 고르겠다. 희망퇴직과 주식 하락, 집값 앞에서 흔들리는 중년 남자가 다시 중심을 잡으려 애쓰는 6부작 코미디다. 권상우의 망가짐이 웃음을 만들고, 임세미와 성동일이 붙는 장면에서는 인물을 놀리는 데서 멈추지 않는 온기가 있다. 다만 돈과 일자리 걱정이 요즘 너무 가까운 사람이라면 웃음이 마냥 편하지는 않을 수 있다. 《박하경 여행기》가 조용한 쉼이라면, 《위기의 X》는 현실을 보며 한번 웃고 넘길 힘을 준다.

풍자가 당기는 날에는 이 작품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는 정치와 공직의 언어를 빠른 대사로 비트는 코미디다. 제목 때문에 무거운 정치극으로 예상하기 쉽지만, 웃음의 상당 부분은 권력을 다루는 사람들이 자기 말과 체면에 붙잡히는 순간에서 나온다. 인물들이 주고받는 말을 놓치지 않고 볼 때 재미가 살아난다. 정치 풍자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반가울 것이고, 조용히 틀어 놓을 드라마를 찾는 사람에게는 다소 바쁠 수 있다.

여섯 편 중 첫 작품을 하나만 골라야 한다면, 몰입이 급한 날엔 《거래》, 마음이 지친 날엔 《박하경 여행기》를 고르겠다. 작품의 최초 공개 방식과 지금 볼 수 있는 서비스는 다를 수 있으니 재생 전 웨이브에서 제목을 한번 검색하면 된다. 결국 오래 기억나는 드라마는 남들이 가장 높게 평가한 작품보다, 내가 보던 날의 기분을 정확히 만난 작품인 경우가 많았다.

웨이브 오리지널 드라마 추천을 부탁받고 다시 고른 여섯 편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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