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이카와 영화 해석을 곱씹다 보니 섬의 환대가 달라 보였다

영화와 드라마를 천 편 넘게 보다 보면, 낯선 곳에서 지나치게 반갑게 맞아주는 장면이 먼저 마음에 걸립니다. 〈극장판 치이카와: 인어 섬의 비밀〉도 그랬어요. 치이카와 일행은 먹을거리와 즐길 거리가 가득한 섬으로 초대받습니다. 처음에는 귀여운 친구들의 여행처럼 보이지만, 섬 주민들이 세이렌을 물리쳐 달라고 부탁하는 순간 환대의 뜻이 달라집니다. 치이카와 영화 해석의 출발점은 괴물이 얼마나 무서운가보다, 누가 누구를 어떤 이유로 섬에 불렀는가에 있다고 봅니다.
이 글은 초반 설정부터 시작해 범인의 정체와 마지막 장면까지 다룹니다. 영화를 아직 보지 않았다면 여기서 멈추는 편이 좋습니다. 귀여운 캐릭터를 보며 편히 쉬고 싶은 날에도 권하기는 조심스러운 작품입니다. 웃음과 노래가 있지만, 이야기의 중심에는 상실과 폭력이 놓여 있습니다.
반가운 초대장에 빠져 있던 이야기
토끼가 가져온 초대장에는 특별한 섬으로 오라는 말이 적혀 있습니다. 치이카와와 하치와레는 설레지만, 라코는 그 제안을 수상하게 여깁니다. 섬에 도착한 뒤의 환영도 마찬가지예요. 처음 볼 때는 들뜬 여행의 풍경이고, 사정을 알고 다시 떠올리면 외부인에게 위험한 일을 맡기려는 주민들의 절박한 행동입니다. 똑같은 장면이 뒤늦게 다른 뜻을 얻는 방식이 이 영화의 묘미입니다.
그렇다고 주민들을 단순히 비겁하다고 몰아붙이기도 어렵습니다. 세이렌에게 주민들이 끌려가는 상황에서 두려움은 실제였으니까요. 다만 치이카와 일행은 섬에서 무슨 일이 시작됐는지 모른 채 그 두려움 속으로 들어왔습니다. 환대가 진심이었을 수는 있어도, 위험을 설명하지 않은 초대를 공정한 부탁이라 부르기는 어렵습니다. 누군가의 생존을 위한 선택이 다른 누군가에게 부담을 넘기는 순간을 영화는 밝은 섬 풍경 속에 숨겨 둡니다.
세이렌을 악역이라고 부르기 어려운 이유
세이렌은 거대한 몸으로 섬을 위협합니다. 치이카와 일행의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을 생각하면 무섭다는 반응이 먼저 나오는 게 당연합니다. 그런데 세이렌이 찾는 것은 자신과 함께 지내던 인어를 죽이고 먹은 사람입니다. 그 사실을 알고 나면 세이렌의 분노에는 이유가 생깁니다. 이유가 있다는 말이 주민들을 끌고 간 행동까지 정당화하지는 않습니다. 영화가 흥미로운 건 바로 그 사이에 세이렌을 놓아둔다는 점입니다.
나가노는 공식 인터뷰에서 세이렌의 목소리에 귀여움과 무서움이 함께 필요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화면에서도 그 두 감정이 부딪힙니다. 작고 귀여운 치이카와가 늘 안전한 세계에 살지 않듯, 사랑스러운 얼굴의 세이렌 역시 그 얼굴만으로 판단할 수 없습니다. 저는 이 작품의 섬이 관객에게도 같은 실수를 시킨다고 느꼈습니다. 먼저 본 외형과 먼저 들은 사연을 믿게 한 다음, 그 판단에 빠진 부분을 하나씩 보여주니까요.
히토하와 후타바의 비밀이 남기는 불편함
사건의 시작에는 사고로 목숨이 위태로워진 후타바가 있습니다. 히토하는 후타바를 살리려고 인어를 죽여 그 고기를 먹입니다. 후타바는 살아나고, 이후 히토하도 인어 고기를 먹습니다. 두 친구가 헤어지지 않게 됐다는 사실만 보면 애틋합니다. 하지만 그 시간을 가능하게 한 것은 인어 한 명의 죽음입니다. 한 사람을 살리려던 절박함과 다른 생명을 빼앗은 책임을 동시에 봐야 하는 장면입니다.
인어 고기를 먹은 두 사람의 몸에 생긴 건전지 장치도 인상적입니다. 영원히 살 수 있다는 말은 보통 축복처럼 들리죠. 여기서는 건전지를 갈아 끼워야 하는 몸으로 드러납니다. 살아남았다는 안도감에 낯설고 불편한 감각이 섞입니다. 두 사람이 그 비밀을 평생 함께 짊어질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한 선택이라도 그 결과까지 아름다워지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원작자 나가노는 히토하와 후타바에게 처음에는 얼굴과 대사가 있었지만, 지금처럼 얼굴을 드러내지 않고 말도 들리지 않게 바꿨다고 밝혔습니다. 영화 속 두 사람을 보며 관객은 긴 변명이나 고백을 듣지 못합니다. 그래서 이들의 사정을 이해한 뒤에도 마음이 쉽게 놓이지 않습니다. 그 침묵은 두 사람을 미워하거나 용서하는 일 모두를 관객에게 맡기는 듯합니다.
치이카와가 말하지 않은 진실과 마지막 장면
치이카와는 단서들을 통해 두 사람의 비밀에 가까워지지만, 세이렌 앞에서 그 이름을 밝히지 않습니다. 저는 그 침묵을 범행을 괜찮다고 여긴 표시로 읽지 않았습니다. 당장 눈앞의 두 사람을 넘길 수 없었던 마음에 더 가깝게 보였습니다. 그렇다고 진실을 말하지 않은 선택의 무게가 사라지는 것도 아닙니다. 치이카와가 누군가를 아끼는 만큼, 관객은 죽은 인어와 세이렌의 상실도 기억하게 됩니다.
마지막에 세이렌이 무엇을 알아챘는지, 섬을 떠난 히토하와 후타바에게 어떤 일이 닥칠지는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그 불확실함 때문에 영화가 끝난 뒤에도 처음의 환영 장면과 치이카와의 침묵이 다시 떠오릅니다. 밝은 노래와 친구들의 우정이 이 이야기를 따뜻하게 만들지만, 따뜻함만으로 지워지지 않는 일이 있었다는 사실까지 품고 있습니다. 귀여운 모험담을 기대했다가 오래 생각할 이야기를 만나고 싶은 사람에게 특히 잘 맞는 영화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