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빙 신작 드라마 골라봤더니 취향이 갈렸다

얼마 전 티빙을 켜고 신작 목록을 한참 넘기다가, 새로 나온 드라마가 많아도 막상 고르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로맨스라도 어떤 작품은 사건을 따라가게 만들고, 어떤 작품은 인물의 마음을 오래 바라보게 한다. 2026년 10월 23일 기준 티빙에서 볼 수 있는 최근 드라마 네 편을 골랐다. 이야기의 출발점만 소개하니 반전이나 후반부 전개에 관한 스포일러는 없다.
가볍게 시작하고 싶다면 나의 유죄인간
10월 19일 첫 방송한 <나의 유죄인간>은 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재벌 3세 윤이준과, 그의 수행비서로 위장 잠입한 형사 강재희의 이야기다. 임시완과 설인아가 주연을 맡았다. 티빙과 tvN의 작품 소개만 봐도 이 드라마가 내세우는 재미는 분명하다. 정체를 숨겨야 하는 사람과 그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 계속 가까이 붙어 있어야 한다.
로맨스를 보고 싶은데 두 사람이 친해지기까지 긴 시간을 기다리기는 싫을 때 잘 맞는 설정이다. 잠입 수사 때문에 작은 말실수도 긴장으로 이어지고, 티격태격하는 장면에는 가벼운 웃음이 붙는다. 다만 살인 사건이 이야기의 출발점인 만큼 순전히 달콤한 연애담을 기대하면 온도가 다르게 느껴질 수 있다. 반대로 수사물의 촘촘한 단서 풀이만 원하는 사람에게도 로맨스의 비중이 크게 다가올 듯하다.
현재 방영 중이라 매주 인물 관계의 변화를 기다리는 맛도 있다. 첫 회를 고를 때는 장르 이름보다 내가 지금 원하는 긴장의 정도를 생각하면 빠르다. 무거운 범죄극은 부담스럽지만 아무 사건도 없는 로맨스는 심심하다면, 이 작품이 그 사이에 놓인다.
이야기에 깊이 들어가고 싶다면 100일의 거짓말
<100일의 거짓말>은 1930년대 경성을 배경으로 한다. 미국으로 떠나려던 소매치기 이가경이 독립군과 거래한 뒤 조선총독부에 신분을 숨기고 들어간다. 그곳에서 엘리트 통역관 사토 히데오를 만난다. 김유정과 박진영이 중심을 잡는 첩보 로맨스이며, 티빙에서는 10월 10일부터 공개됐다.
이 작품은 좋아하는 마음이 생겨도 쉽게 믿을 수 없는 관계에 끌리는 사람에게 권하고 싶다. 두 사람이 가까워질수록 각자의 신분과 목적이 장애물이 되는 구조라서, 설레는 장면에도 불안이 함께 따라붙는다. 시대극의 공간과 의상에 눈길이 가겠지만, 시청을 붙잡는 질문은 결국 저 사람이 누구 편인가에 가깝다.
가볍게 틀어 두고 집안일을 하며 보기에는 아까운 편이다. 인물들이 숨기는 정보와 관계의 변화를 놓치면 감정의 무게도 덜 전해질 수 있어서다. 반면 한 회가 끝나면 다음 회를 바로 보고 싶어지는 이야기를 찾는다면 우선순위에 올릴 만하다. 역사적 배경이 있는 첩보극이라는 점도 취향을 가른다. 밝은 분위기가 필요한 날보다는 화면에 집중할 수 있는 밤에 더 어울린다.
퇴근 뒤에는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의 출발점은 간단하다. 회사에서 위아래로 치이며 지내던 팀장 공은태가 로또 1등에 당첨된다. 당첨금은 13억 원. 그런데 사직서를 내지 않고 다음 날도 출근한다. 이준혁이 연기하는 공은태의 선택 하나로 평범한 사무실 풍경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한다.
직장 드라마를 볼 때 내가 먼저 보는 것은 회사가 얼마나 현실적인가보다 그곳에서 사람이 어떻게 달라지는가다. 이 작품의 재미도 돈을 얻은 뒤 모든 문제가 사라진다는 상상보다는, 그동안 참아 온 사람이 같은 상황을 어떤 마음으로 마주하는지에 있다. 회의실이나 동료의 말 한마디가 유난히 크게 느껴졌던 날이라면 설정이 금세 와닿을 것이다.
대신 화려한 범죄나 대규모 반전을 기대하고 고르면 소박하게 느껴질 수 있다. 직장 생활의 피로를 조금 웃으며 바라보고 싶은 사람, 로맨스보다 생활에 가까운 갈등을 선호하는 사람에게 맞는다. 티빙에서 한 편을 고를 시간이 길지 않은 평일 저녁에도 시작하기 편한 이야기다.
한 번에 이어 보고 싶다면 포핸즈
매주 새 회를 기다리기보다 끝난 작품을 이어 보고 싶다면 <포핸즈>가 있다. tvN에서 8월 29일부터 10월 4일까지 방송했고, 티빙에서도 볼 수 있다. 음악에 재능이 있는 청춘들이 예술고등학교에서 만나 우정과 사랑, 경쟁을 겪는 이야기다. 송강과 이준영이 출연한다.
음악 드라마라고 해서 연주 장면만 따라가는 작품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 같은 무대를 바라보는 두 사람이 서로에게 자극이 되는 관계, 잘하고 싶은 마음 때문에 가까운 사람과 부딪히는 순간이 이 설정의 매력이다. 결과보다 연습 과정과 인물 사이의 미묘한 거리를 보는 편이라면 더 잘 맞는다. 반면 빠른 사건 전개를 원한다면 청춘들의 고민을 따라가는 시간이 길게 느껴질 수 있다.
네 편 중 지금 내게 한 작품만 고르라면, 피곤한 평일에는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 화면에 집중할 여유가 있는 주말에는 <100일의 거짓말>을 틀겠다. 작품의 평판보다 시청할 때 내게 남아 있는 에너지와 원하는 감정의 온도를 먼저 맞추는 편이 실패가 적었다. 티빙 신작 드라마도 그렇게 고르면 목록 앞에서 보내는 시간이 조금 짧아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