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 시청률 순위 따라 봤더니 취향은 달랐다

드라마 추천을 부탁받으면 시청률 순위부터 보여 달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그런데 상위권 작품을 나란히 놓고 보면 의외로 닮은 점이 적다. 배신과 복수로 밀어붙이는 작품도 있고, 동네 사람들의 밥상을 오래 바라보는 작품도 있다. 숫자는 많은 사람이 본 흔적이지만, 내 취향에 맞는지는 이야기가 흘러가는 방식에서 갈린다.
먼저 어떤 시청률을 비교하는지
아래 순위는 종합편성채널과 케이블에서 방송한 드라마의 전국 유료방송 가구 기준 최고 회차 시청률을 비교한 것이다. 닐슨코리아 집계를 바탕으로 방송사와 제작사 자료에 널리 쓰이는 수치를 소수 첫째 자리로 표시했다. 전 회차 평균이나 온라인 재생 수는 아니다. 지상파의 전국 가구 시청률과도 조사 대상이 달라 두 수치를 한 줄로 세우지 않았다.
이 기준이 중요한 이유는 간단하다. 1990년대 지상파 드라마 《첫사랑》은 최고 65.8%를 기록했다. 가족이 같은 시간에 TV 앞에 모이던 시절의 숫자다. 지금은 본방송 외에도 다시보기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로 시청이 흩어진다. 따라서 65.8%와 요즘 드라마의 20%대를 크기만으로 비교하면 작품이 놓인 환경을 놓치기 쉽다.
비지상파 최고 회차 시청률 상위 5편
- 1위 《부부의 세계》, JTBC, 28.4% — 부부의 신뢰가 무너진 뒤 관계가 어디까지 뒤틀리는지 집요하게 따라간다.
- 2위 《재벌집 막내아들》, JTBC, 26.9% — 회귀 설정을 재벌가의 승계 싸움과 엮어 다음 회를 누르게 만든다.
- 3위 《눈물의 여왕》, tvN, 24.9% — 멀어진 부부가 다시 서로를 바라보는 과정을 로맨스와 가족극으로 펼친다.
- 4위 《SKY 캐슬》, JTBC, 23.8% — 입시 경쟁을 소재로 부모의 욕망과 불안을 날카롭게 드러낸다.
- 5위 《사랑의 불시착》, tvN, 21.7% — 낯선 곳에 떨어진 인물의 로맨스를 공동체의 온기와 함께 그린다.
1위와 5위의 차이는 약 6.7%포인트다. 하지만 두 작품을 고를 때 체감하는 차이는 그보다 크다. 《부부의 세계》가 인물 사이의 불신을 계속 조여 온다면, 《사랑의 불시착》은 위기 속에서도 곁에 있어 주는 사람들을 보는 맛이 있다. 같은 ‘대박 드라마’라는 말로 묶기 어려운 이유다.
순위보다 취향으로 고르면 달라진다
빠른 전개와 강한 감정 충돌을 원한다면 《부부의 세계》나 《재벌집 막내아들》 쪽이다. 전자는 배신 이후의 심리전이 중심이라 편안한 밤에 틀 작품은 아니다. 후자는 누가 다음 판을 가져갈지 지켜보는 재미가 크다. 다만 회귀물의 설정과 후반 전개를 받아들이는 정도에 따라 만족도가 갈릴 수 있다. 두 작품 모두 여기서는 결정적인 장면을 밝히지 않았다.
인물 관계를 오래 따라가는 편이라면 《눈물의 여왕》이 더 잘 맞는다. 큰 사건이 이어지지만, 결국 눈길이 가는 곳은 두 사람이 서로에게 남긴 상처와 애정이다. 반대로 로맨스보다 사회 풍자를 보고 싶다면 《SKY 캐슬》을 권한다. 아이의 성적을 둘러싼 어른들의 말과 행동이 긴장을 만든다. 입시 이야기가 너무 가까워 피곤하게 느껴질 사람에게는 진입 장벽이 될 수도 있다.
조금 더 다정한 시간을 원한다면 《사랑의 불시착》이 안전한 선택이다. 설정은 비현실적이어도 인물들이 가까워지는 과정은 쉽게 따라갈 수 있다. 다만 우연과 극적인 장치를 현실성보다 감정선에 맞춰 받아들여야 재미가 산다. 실제로 추천할 때도 저는 ‘몇 위인가’보다 ‘지금 어떤 기분으로 볼 건가’를 먼저 묻는다.
순위표 밖에서 한 편 더 고른다면
6위권에 놓이는 《도깨비》는 최고 약 20.5%를 기록했다. 판타지 로맨스와 쓸쓸한 분위기를 좋아한다면 상위 다섯 편보다 이 작품이 더 오래 남을 수 있다. 《응답하라 1988》도 최고 약 18.8%로 뒤를 잇는다. 사건의 속도보다는 골목의 가족과 이웃을 천천히 알아가는 재미가 크다. 바쁜 전개를 기대하면 느리지만, 인물과 함께 지내는 드라마를 좋아하면 그 느림이 장점이 된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에서 볼 계획이라면 재생 가능 여부는 시청 직전에 확인하는 편이 좋다. 작품의 서비스와 이용 조건은 바뀔 수 있다. 시청률은 첫 후보를 좁히는 데 유용하다. 마지막 한 편은 숫자보다 내가 지금 견딜 수 있는 감정의 무게와 원하는 이야기의 속도로 고르는 편이 더 잘 맞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