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19 작품을 골라봤더니 취향이 먼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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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19 작품을 골라봤더니 취향이 먼저 보였다

얼마 전 친구가 넷플릭스에서 19세 이상 작품을 찾다가 고르는 데만 한참을 썼다고 했다. 막상 재생한 영화는 취향에 안 맞아 20분 만에 껐단다. 청소년 관람불가라는 표시만으로는 어떤 밤에 어울릴지 알기 어렵다. 잔혹한 장면을 견딜 수 있어도 어두운 이야기가 버거운 날이 있고, 반대로 묵직한 드라마를 보고 싶은데 액션만 이어지면 심심할 수 있다.

그래서 넷플릭스 19 작품은 수위보다 ‘무엇 때문에 계속 보게 되는가’로 고르는 편이다. 아래 다섯 편은 넷플릭스 작품 페이지에서 청소년 관람불가로 표시된 작품이다. 이야기의 출발점만 소개하고, 주요 반전과 끝은 건드리지 않았다.

복수의 설계도를 따라가고 싶다면 더 글로리

〈더 글로리〉는 학창 시절 심각한 괴롭힘을 당한 문동은이 오랜 시간을 들여 복수를 준비하는 이야기다. 16개 에피소드로 이어지는 만큼 한 번에 터지는 쾌감보다 계획이 조금씩 맞물리는 과정을 보는 재미가 크다. 인물 사이의 힘이 바뀔 때마다 긴장도 달라진다.

이 작품이 맞는 사람은 빠른 액션보다 대사와 시선, 관계의 균열을 읽는 걸 좋아하는 시청자다. 송혜교의 절제된 연기와 임지연의 불안한 에너지가 맞붙는 장면만으로도 오래 붙잡힌다. 다만 초반의 학교 폭력 묘사는 꽤 고통스럽다. 복수극의 통쾌함을 기대하고 시작했다가 그 장면에서 멈추는 사람도 이해된다. 지금 마음이 지쳐 있다면 첫 회부터 무리해서 이어 볼 필요는 없다.

인물의 얼굴이 바뀔 때마다 이야기가 달라진다면 마스크걸

〈마스크걸〉은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를 안고 사는 김모미가 밤에는 얼굴을 가린 채 인터넷 방송을 하면서 시작된다. 모두 7개 에피소드다. 사건 하나를 곧장 쫓기보다, 그 사건을 둘러싼 여러 인물의 욕망과 집착을 차례로 보여준다. 그래서 같은 사람을 보고도 회차가 지나면 생각이 달라진다.

〈더 글로리〉가 한 사람의 오래된 계획을 따라가는 작품이라면, 〈마스크걸〉은 인물마다 시선을 옮기며 예상 밖의 방향으로 흐른다. 기괴한 분위기와 블랙코미디를 즐긴다면 이쪽이 더 잘 맞는다. 반면 외모 평가, 집착, 폭력적인 상황이 불편하다면 몰아보기는 피하고 싶다. 장면의 세기뿐 아니라 인물을 대하는 시선도 꽤 날카로운 작품이다.

불안해서 멈출 수 없는 이야기를 원한다면 인간수업

〈인간수업〉의 주인공 오지수는 학교에서는 조용한 모범생이지만, 밖에서는 위험한 불법 사업에 발을 담그고 있다. 10개 에피소드 동안 작은 비밀이 조금씩 더 큰 위험을 부른다. 잘못된 선택을 하는 인물을 보며 ‘거기서 멈췄으면’ 싶다가도 다음 회를 누르게 되는 드라마다.

청춘 드라마의 학교 배경을 좋아하지만 밝은 성장담은 당기지 않을 때 권한다. 인물들이 영리하게 문제를 해결하는 이야기라기보다, 자신이 감당할 수 있다고 믿은 일이 통제 밖으로 벗어나는 이야기다. 그래서 속도감은 좋지만 보고 난 뒤의 기분은 무겁다. 청소년이 얽힌 범죄와 착취의 맥락이 부담스럽다면 다른 작품을 먼저 고르는 편이 낫다.

시리즈를 시작할 시간이 없다면 길복순과 발레리나

한 편으로 끝내고 싶을 때는 두 영화가 좋은 갈림길이 된다. 〈길복순〉은 업계에서 이름난 암살자이자 십 대 딸을 키우는 엄마다. 사람을 죽이는 일에는 능숙하지만 딸과의 관계는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액션 장면도 볼거리지만, 이 영화에서 더 흥미로운 건 일과 집에서 서로 다른 얼굴로 살아가는 길복순이다. 전도연의 존재감과 인물 관계를 함께 보고 싶다면 이쪽이다.

〈발레리나〉는 친구의 죽음 뒤 복수에 나서는 전직 경호원 옥주를 따라간다. 설명을 길게 쌓기보다 색감과 음악, 거친 액션으로 감정을 밀어붙인다. 인물의 사연을 촘촘히 알아가는 영화보다는 선명한 목적을 향해 달리는 영화를 보고 싶은 밤에 맞는다. 두 작품 모두 폭력 묘사가 있고, 〈발레리나〉에는 성적 착취와 관련된 소재도 등장한다. 같은 청소년 관람불가 액션이라도 보고 난 뒤의 감촉은 꽤 다르다.

내가 한 편만 고른다면 시간을 넉넉히 낼 수 있는 밤에는 〈더 글로리〉, 짧고 강한 영화를 원하는 밤에는 〈발레리나〉를 택하겠다. 넷플릭스 19라는 검색어 안에도 차분한 복수극부터 불편한 심리극, 빠른 액션까지 들어 있다. 등급은 입구일 뿐이고, 끝까지 보게 만드는 건 결국 그날의 취향이다.

넷플릭스 19 작품을 골라봤더니 취향이 먼저 보였다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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