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 드라마 결말을 보고 나니 마지막 변수가 오래 남았다

드라마를 다 보고 나서도 마지막 고백 장면보다 미정이 혼자 버텨 온 시간이 더 오래 남았다. 채널A의 10부작 드라마 ‘마녀’는 불운의 법칙을 추적하는 이야기처럼 시작하지만, 끝에 가서는 누군가를 위험한 사람이라고 부르는 말이 얼마나 쉽게 한 사람의 삶을 좁히는지 보여준다. 아래에는 마지막 회의 주요 장면이 담겨 있다. 아직 시청 전이라면 여기서 멈추는 편이 좋다.
동진은 왜 미정에게서 사라졌을까
고등학생 때 박미정에게는 가까워진 남자들이 다치거나 죽는다는 소문이 붙는다. 미정은 ‘마녀’라는 말을 들으며 학교를 떠나고, 어른이 된 뒤에도 다른 사람과 거리를 두고 산다. 이동진은 그때 미정에게 아무 말도 건네지 못한 일을 오래 마음에 담아 둔다. 훗날 데이터를 다루는 일을 하면서도 미정 주변의 사고를 추적하는 이유다.
동진은 사고들 사이에서 일정한 조건을 찾아낸다. 미정을 좋아하는 사람이 가까이 다가가고, 함께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위험이 커진다는 가설이다. 그는 배달을 핑계로 미정을 만나며 거리와 시간을 조절하고, 직접 다치는 일도 겪는다. 보는 입장에서는 그의 마음이 절실하게 느껴지면서도 불안하다. 미정이 모르는 사이 동진이 자신의 목숨을 걸고 있다는 사실까지 생각하면, 이 관계를 낭만적인 헌신으로만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9회에서 동진은 짧은 메시지를 남기고 자취를 감춘다. 형사인 친구 김중혁이 행적을 따라가면서 동진이 회사를 그만두고 오랫동안 미정 곁에서 법칙을 시험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마지막 회를 앞두고 동진이 살아 있는지, 그가 찾아낸 답이 무엇인지가 가장 큰 궁금증으로 남는다.
김중혁에게도 적용된 법칙이 바꾼 것
중혁은 미정을 만나 동진의 가설을 직접 확인한다. 자신은 미정에게 연애 감정이 없으므로 가까이 있어도 사고가 일어나지 않는다. 그런데 동진이 모아 둔 다른 사건 자료의 중심에는 미정이 아니라 중혁이 있다. 중혁을 향한 마음을 품은 사람에게도 비슷한 위험이 따라붙었던 것이다. 은실과 중혁 사이에 형성되는 불안한 기운은 이 법칙이 미정 한 사람만의 문제가 아님을 보여준다.
이 반전이 중요한 건 ‘미정에게 정말 특별한 힘이 있느냐’는 질문을 흔들기 때문이다. 사고가 반복된다는 사실과 그 원인을 한 사람에게 돌려도 된다는 판단은 같은 말이 아니다. 동진은 수치를 모으고 조건을 좁혀 가지만, 법칙이 왜 존재하는지까지 명쾌하게 증명하지는 못한다. 드라마는 설명되지 않는 불안을 남겨 두면서도 미정이 받아 온 비난은 분명하게 바라보게 한다.
중혁은 미정에게 동진이 10년 전 전하지 못했던 ‘마녀의 존재 부정’ 리포트를 건넨다. 미정은 동진이 자신을 관찰하고 시험한 까닭이 마녀임을 입증하려는 데 있지 않았다는 것도 알게 된다. 그가 찾고 싶었던 것은 미정에게 다가갈 방법이었다. 그 사실이 동진의 모든 행동을 가볍게 만들지는 않지만, 미정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단서는 된다.
할슈타트에서 확인한 마지막 변수
미정은 동진을 찾아 오스트리아 할슈타트로 간다. 동진이 기다리고 있던 곳에서 두 사람은 마침내 마주 선다. 동진이 사랑한다고 고백하자 다시 먹구름과 번개가 몰려온다. 이전의 사고를 기억하는 시청자라면 두 사람이 재회하고도 헤어져야 하는지 긴장하게 되는 순간이다.
그때 미정이 멀어지려는 동진을 붙잡는다. 미정을 좋아했던 사람들이 그녀의 곁을 떠났을 때 사고를 당했다는 점, 함께 머무는 동안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점을 떠올린 것이다. 동진이 혼자서는 확인할 수 없었던 마지막 변수를 이번에는 미정이 찾아낸다. 이어 미정도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고, 불안하게 변하던 하늘은 고요해진다.
그래서 마녀 드라마 결말은 두 사람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함께 있기로 선택하는 장면으로 끝난다. 다만 한 번의 장면으로 앞으로의 모든 위험이 사라졌다고 단정할 근거까지 주지는 않는다. 나는 그 여백이 좋았다. 확실한 보증이 없는데도 미정이 더는 겁 때문에 먼저 물러서지 않는다는 변화가 선명하기 때문이다.
이 드라마가 잘 맞는 취향
‘마녀’는 사건을 빠르게 풀어 가는 미스터리를 기대하면 중반부가 느리게 느껴질 수 있다. 비슷한 조건을 확인하는 과정이 반복되고, 동진의 행동을 어디까지 사랑으로 받아들일지도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반면 두 인물이 오래 품은 죄책감과 두려움이 마지막 선택에 어떻게 닿는지 보는 걸 좋아한다면, 10회에 이르는 시간이 힘을 발휘한다.
내게 가장 남은 장면은 번개가 사라지는 순간보다 미정이 동진을 붙잡는 순간이다. 평생 다른 사람의 안전을 위해 혼자 남는 쪽을 택했던 사람이 처음으로 곁에 있겠다고 말한다. ‘마녀’라는 이름이 빼앗았던 것은 사랑만이 아니라 그렇게 선택할 권리였다는 생각이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