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원작 드라마 로맨스 골라봤더니 취향이 보였다

얼마 전 친구에게 로맨스 드라마를 추천하려다 목록을 세 번이나 바꿨다. 같은 ‘설레는 이야기’라도 어떤 사람은 가볍게 웃고 싶고, 어떤 사람은 사랑에 빠진 뒤의 복잡한 마음까지 보고 싶어 한다. 웹툰 원작 드라마 로맨스도 마찬가지다. 네 편을 골랐지만, 잘 맞는 시청 기분은 꽤 다르다. 아래 내용은 인물과 기본 설정만 다루며 주요 반전과 엔딩은 밝히지 않는다.
연애보다 내 마음이 궁금한 날엔 유미의 세포들
이동건 작가의 웹툰을 드라마로 옮긴 ‘유미의 세포들’은 평범한 직장인 유미의 머릿속을 무대로 만든다. 누군가의 답장을 기다릴 때 기대와 불안이 번갈아 올라오는 순간, 괜찮은 척하면서 혼자 서운해지는 순간을 세포들의 움직임으로 보여준다. 실사 장면과 애니메이션을 섞은 방식이 처음에는 낯설 수 있는데, 몇 회 지나면 오히려 그 표현이 유미의 마음을 읽는 가장 쉬운 통로가 된다.
이 작품을 권하고 싶은 사람은 운명적인 첫눈에 반함보다 ‘연애할 때 나는 왜 저렇게 행동할까’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다. 상대가 마음에 들어도 생활의 속도나 표현 방식이 다르면 관계가 흔들린다는 걸 꽤 세밀하게 짚는다. 반면 시작부터 끝까지 달콤한 커플 장면이 이어지길 바란다면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다. 유미가 사랑하는 방식만큼 자기 삶을 다시 챙기는 과정도 중요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티빙에서 시즌별 시청 가능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조금 특별한 재회를 기다린다면 이번 생도 잘 부탁해
이혜 작가의 동명 웹툰을 바탕으로 한 ‘이번 생도 잘 부탁해’는 전생을 기억하는 반지음이 19번째 삶에서 문서하를 다시 만나는 이야기다. 설정만 들으면 환생이라는 장치가 로맨스를 밀어붙일 것 같지만, 드라마에서 오래 남는 건 지음의 확신과 서하의 낯섦 사이에 생기는 거리다. 한 사람에게는 오래된 인연이 다른 사람에게는 처음 만난 관계일 수 있다. 그 어긋남이 설렘에 묘한 쓸쓸함을 더한다.
오래 품은 마음이나 재회의 감정에 약하다면 이 작품이 맞는다. 신혜선이 연기하는 지음은 거침없이 다가가면서도 혼자 감당해 온 시간을 얼굴에 남긴다. 다만 환생의 규칙을 빈틈없이 따지는 편이라면 이야기 후반의 선택이 다소 급하게 느껴질 수 있다. 설정의 논리보다 인물들이 잃어버린 시간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에 마음을 두고 보는 편이 좋다. 넷플릭스에서 작품을 찾을 수 있지만, 실제 제공 여부는 시청 시점에 다시 확인하는 게 정확하다.
밝은 학원 로맨스가 필요하면 여신강림
야옹이 작가의 웹툰에서 출발한 ‘여신강림’은 화장으로 외모 콤플렉스를 감춘 주경이 새로운 학교에서 관계를 맺는 이야기다. 드라마는 비밀을 들킬까 불안한 주경의 마음을 코미디로 풀면서도, 외모에 대한 평가가 십 대에게 얼마나 크게 다가오는지 놓치지 않는다. 수호와 서준을 둘러싼 삼각 구도는 익숙하지만, 인물마다 다른 방식으로 주경을 바라보는 장면이 재미를 만든다.
무거운 갈등을 오래 끌고 가는 작품보다 표정이 살아 있는 청춘 로맨스를 보고 싶을 때 잘 맞는다. 다만 학교생활의 상처를 다루는 방식은 현실극보다 동화에 가깝다. 주경의 변화가 화장 기술 하나로 완성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하면 작품의 온도가 조금 다르게 느껴질 수도 있다. 넷플릭스와 티빙의 작품 목록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구독 상태와 지역에 따라 재생 가능 여부는 달라질 수 있다.
달콤함보다 흔들리는 관계를 보고 싶다면 알고있지만,
정서 작가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알고있지만,’은 미대생 나비와 재언의 끌림을 따라간다. 서로에게 관심이 있다는 사실은 분명한데 관계를 설명하는 말은 흐릿하다. 그래서 작은 친절이 크게 보이고, 별것 아닌 침묵도 오래 걸린다. 설렘이 곧 안정감은 아니라는 걸 아는 사람이라면 두 인물의 선택이 답답하면서도 익숙할 것이다.
이 작품은 편안한 연애 판타지를 기대하는 날보다, 감정의 불균형과 애매한 경계를 들여다보고 싶은 날에 어울린다. 나비의 망설임이 반복된다고 느낄 수 있지만, 그 반복 자체가 관계의 분위기를 만든다. 성인 등급 작품인 만큼 가벼운 학원 로맨스를 찾는 사람에게는 권하기 어렵다. 넷플릭스에서 시청 가능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네 작품 중 하나만 고른다면 오늘의 기분부터 떠올리는 편이 빠르다. 자기 마음을 들여다보고 싶으면 ‘유미의 세포들’, 오래된 그리움에 기대고 싶으면 ‘이번 생도 잘 부탁해’, 환한 설렘이 필요하면 ‘여신강림’, 쉽게 이름 붙일 수 없는 관계가 궁금하면 ‘알고있지만,’이다. 좋은 로맨스는 모두에게 똑같이 달콤한 작품보다, 지금 내 마음과 맞는 속도로 다가오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