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와일라잇 순서별 결말을 다시 보니 선택이 달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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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와일라잇 순서별 결말을 다시 보니 선택이 달라 보였다

오랜만에 트와일라잇 다섯 편을 이어 보니, 기억에 남아 있던 건 삼각관계였는데 눈에 들어온 건 벨라가 매번 감수하는 대가였다. 개봉 순서가 곧 이야기 순서다. 트와일라잇(2008), 뉴 문(2009), 이클립스(2010), 브레이킹 던 파트 1(2011), 브레이킹 던 파트 2(2012)로 보면 된다. 아래에는 각 편의 마지막 장면까지 적었다. 처음 볼 예정이라면 여기서부터 스포일러에 주의하는 편이 좋다.

1편 트와일라잇, 사랑을 택했지만 위험은 남는다

포크스로 이사 온 벨라는 에드워드 컬렌에게 끌린다. 그가 뱀파이어라는 사실을 알게 된 뒤에도 마음은 달라지지 않는다. 그런데 인간과 뱀파이어가 가까워질수록 벨라의 안전은 에드워드 혼자 지킬 수 있는 문제가 아니게 된다. 인간을 사냥하는 제임스가 벨라를 노리고, 벨라는 가족을 지키려다 함정에 걸린다.

끝에서는 컬렌 가족이 제임스를 막고 에드워드가 벨라의 몸에 퍼지던 독을 빨아낸다. 벨라는 인간으로 살아남는다. 무도회에서 두 사람은 함께 춤을 추지만, 벨라가 바라는 영원한 동행과 에드워드가 원하는 인간으로서의 삶은 아직 어긋나 있다. 게다가 제임스의 연인 빅토리아가 복수를 다짐한다. 첫 편의 결말이 달콤하면서도 불안한 이유다. 축축한 숲과 느린 로맨스가 좋다면 다섯 편 중 이 영화의 분위기가 가장 오래 남을 수 있다.

2편 뉴 문, 이별 뒤에 제이콥이 들어온다

에드워드는 벨라가 자신 곁에서 계속 다칠 수 있다고 생각해 가족과 함께 포크스를 떠난다. 벨라는 긴 상실감에 빠지고, 곁을 지키는 제이콥과 가까워진다. 제이콥이 늑대로 변하는 존재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야기는 뱀파이어와 늑대 무리 사이의 오래된 갈등까지 넓어진다. 1편의 설렘을 기대했다면 이 편의 긴 공백과 우울함이 낯설 수도 있다.

앨리스의 환영을 오해한 에드워드는 벨라가 죽었다고 믿고 볼투리 앞에 모습을 드러내려 한다. 벨라가 이탈리아 볼테라까지 가서 그를 막는다. 두 사람은 돌아오지만, 볼투리는 뱀파이어의 비밀을 아는 인간 벨라를 그냥 둘 수 없다고 압박한다. 마지막에 에드워드는 벨라에게 결혼을 청한다. 재회의 기쁨으로 끝나는 듯해도 벨라가 인간으로 남을 수 있는 시간에는 사실상 기한이 붙은 셈이다. 제이콥에게 마음이 갔다면 이 장면은 특히 씁쓸하다.

3편 이클립스, 삼각관계의 답을 고른다

빅토리아는 벨라에게 복수하려고 신생 뱀파이어 군대를 만든다. 컬렌 가족과 제이콥의 늑대 무리는 벨라를 지키기 위해 손을 잡는다. 동시에 벨라는 자신을 사랑하는 두 사람 사이에서 더는 선택을 미룰 수 없게 된다. 전투와 로맨스가 번갈아 밀려오므로 앞선 두 편보다 속도감 있는 이야기를 원하는 사람에게 잘 맞는다.

싸움 끝에 에드워드는 빅토리아를 죽이고, 신생 뱀파이어들의 위협도 사라진다. 벨라는 제이콥의 마음을 알면서도 에드워드와 함께할 삶을 선택한다. 제이콥에게는 분명 상처가 남는다. 이 결말을 단순히 누가 연애에서 이겼는지로 보면 벨라의 선택이 작게 보인다. 벨라는 자신이 어떤 세계에 속하고 싶은지까지 결정한다. 다만 그 선택이 주변 사람들에게 공평한 결과를 주지는 않는다.

4편 브레이킹 던 파트 1, 결혼식 뒤 분위기가 급변한다

벨라와 에드워드는 결혼하고 신혼여행을 떠난다. 여기까지는 오래 기다린 로맨스의 보상처럼 보인다. 하지만 벨라가 아이를 임신하면서 영화는 몸의 변화와 생존을 다루는 이야기로 급격히 바뀐다. 태아는 벨라를 쇠약하게 만들고, 가족과 늑대 무리는 아이가 가져올 위험을 두고 갈라진다. 임신과 출산 장면이 꽤 강렬해서 가벼운 로맨스를 기대하며 틀었다면 놀랄 수 있다.

벨라는 딸 르네즈미를 낳은 뒤 죽음에 가까운 상태가 된다. 에드워드는 독을 주입해 벨라를 뱀파이어로 바꾸려 한다. 제이콥은 아기를 해치려다 르네즈미에게 각인되고, 그 결과 늑대 무리가 아기를 공격할 명분도 사라진다. 마지막에 벨라가 붉은 눈을 뜨며 변신이 성공했음을 알린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려던 벨라의 소원이 이루어졌지만, 그 대가가 얼마나 컸는지 먼저 보여주는 끝이다.

5편 브레이킹 던 파트 2, 전투의 진실을 알고 나면

뱀파이어가 된 벨라는 새 힘에 적응하고, 방어 능력까지 키운다. 한편 볼투리는 르네즈미를 금지된 불멸의 아이라고 오해한다. 컬렌 가족은 르네즈미가 인간과 뱀파이어 사이에서 태어나 성장하는 아이라는 사실을 증언할 이들을 모은다. 앞선 영화들이 벨라의 선택을 따라갔다면, 마지막 편은 그 선택으로 생긴 가족을 지키는 데 무게를 둔다.

클라이맥스의 대규모 전투에서 칼라일과 재스퍼를 비롯한 인물들이 죽는 듯 보인다. 하지만 이 장면은 실제로 벌어진 싸움이 아니라, 앨리스가 볼투리의 수장 아로에게 보여준 미래의 환영이다. 양쪽 모두 막대한 희생을 치를 수 있음을 본 아로는 물러난다. 이어 르네즈미와 같은 존재인 나후엘이 나타나 그녀가 위협적인 불멸의 아이가 아니라는 점을 뒷받침한다. 마지막에 벨라는 자신의 기억을 에드워드에게 보여준다. 처음에는 에드워드가 벨라의 마음을 읽을 수 없어서 시작된 관계였는데, 이제 벨라가 스스로 그 마음을 열어 보이는 장면이 된 것이다.

다섯 편을 이어 보면 1편의 설렘, 2편의 상실, 3편의 선택, 4편의 대가, 5편의 가족이 차례로 쌓인다. 가장 취향을 탈 작품은 어두운 몸의 변화를 길게 보여주는 4편이고, 결말의 반전까지 즐기려면 5편은 화면에서 눈을 떼기 어렵다. 나는 마지막 전투의 규모보다 벨라가 자기 기억을 건네는 조용한 순간이 이 시리즈에 더 어울린다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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