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영화 추천 넷플릭스에서 고르다 멈춘 밤

얼마 전 친구가 넷플릭스에서 인도 영화를 골라 달라며 물었다. 신나는 노래가 나오는 작품을 떠올렸지만, 그 친구가 평소 좋아하는 건 조용한 추리극이었다. 인도 영화도 취향을 먼저 물어야 고르기 쉬워진다. 오늘 밤 원하는 게 웃음인지, 긴장감인지, 오래 남는 이야기인지에 따라 시작점이 달라진다.
아래 작품은 넷플릭스의 한국어 작품 소개에서 확인할 수 있는 영화들이다. 다만 실제 재생 가능 여부는 시점과 계정 지역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제목을 검색해 재생 버튼을 확인하는 편이 정확하다. 이야기의 방향을 바꾸는 장면은 밝히지 않았다.
인도 영화가 처음이라면 가볍게 들어갈 두 편
민날 무랄리
벼락을 맞은 재단사 청년이 특별한 힘을 얻는다. 설정만 보면 익숙한 슈퍼히어로 영화 같지만, 재미는 작은 마을의 사람들 사이에서 나온다. 능력을 얻은 뒤 곧장 세상을 구하러 뛰어가는 영웅을 기대하면 초반이 느긋하게 느껴질 수 있다. 대신 인물들이 서로를 바라보는 시간이 쌓이면서 액션에도 감정이 붙는다.
화려한 도시와 거대한 조직보다 생활감 있는 히어로 이야기를 좋아한다면 잘 맞는다. 코미디와 액션의 균형도 편안하다. 인도 영화의 리듬에 아직 익숙하지 않은 친구에게 나는 이 작품을 먼저 권하는 편이다.
모니카, 오 마이 달링
이번에는 분위기가 확 달라진다. 잘나가는 로봇 공학자가 살인 계획에 휘말리면서, 믿었던 말과 사람이 자꾸 의심스러워진다. 범죄 이야기인데도 화면과 음악은 경쾌하다. 누가 누구를 속이는지 따라가는 재미가 있어, 묵직한 사회극보다 장난기 있는 스릴러를 찾는 날에 좋다.
다만 등장인물들의 욕망이 얽히는 속도가 빠르다. 휴대전화를 보며 흘려보기보다는 표정과 대사를 따라가야 제맛이 난다. 어두운 사건을 유머로 풀어내는 방식이 취향에 맞는지도 선택 기준이다.
추리하는 즐거움이 먼저라면
자네 잔: 용의자 X
홀로 아이를 키우는 여성이 수사에 휘말리고, 이웃의 수학 교사가 돕겠다고 나선다. 여기에 집요한 수사관이 들어오면서 인물 사이의 거리가 조금씩 좁아진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바탕으로 한 영화라 원작을 읽은 사람에게는 각색을 비교하는 재미도 있다.
이 영화는 큰 액션보다 누가 무엇을 알고 있는지 살피는 시간이 좋다. 추리물에서 단서를 하나씩 짚어 보는 편이라면 추천한다. 원작의 장면을 그대로 만나고 싶다는 마음이 크다면 차이를 의식하게 될 수도 있다. 그보다는 같은 이야기의 또 다른 얼굴을 본다는 기분으로 고르면 편하다.
웃음 뒤에 묵직한 감정이 남는 작품
달링스
폭력적인 남편이 술을 끊으면 달라질 거라 믿던 여성이 어머니와 함께 복수를 계획한다. 설정부터 가볍지 않다. 영화에는 어설픈 계획이 빚는 웃음이 있지만, 그 웃음이 가정 폭력의 무게를 지우지는 않는다. 그래서 시원한 복수극 한 편을 기대했다면 마음이 불편해질 수 있다.
내용 주의: 가정 폭력 장면과 위협적인 관계가 나온다. 이 소재를 감당할 수 있는 날, 모녀가 서로를 대하는 방식까지 보고 싶은 사람에게 어울린다. 알리아 바트와 셰팔리 샤가 만드는 온도 차도 인상적이다.
마하라지
한 기자가 존경받는 지도자의 부도덕한 행태에 맞선다. 실제 소송 사건을 바탕으로 한 시대극이라, 한 사람의 용기뿐 아니라 그를 둘러싼 사회의 시선도 보게 된다. 사건의 배경을 낯설게 느낄 수 있지만, 권위 있는 사람의 말을 어디까지 믿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은 지금 봐도 선명하다.
내용 주의: 권력 남용과 성적 착취를 다루는 무거운 이야기다. 통쾌한 법정 공방만 기대하기보다, 문제를 말하는 사람에게 어떤 부담이 돌아오는지 보고 싶은 날에 권한다.
음악이 이야기를 끌고 가는 밤에는
참킬라
가난한 집안에서 자란 펀자브의 가수가 도발적인 가사로 큰 인기를 얻는다. 찬사와 비난이 동시에 따라붙는 삶을 그린 실화 바탕 영화다. 노래가 장면을 잠깐 장식하고 지나가는 게 아니라, 그가 어떤 사람으로 받아들여졌는지를 보여준다. 음악 영화를 좋아한다면 공연 장면만으로도 볼 이유가 있다.
반면 신나는 성공담을 기대하면 분위기가 무겁게 다가올 수 있다. 넷플릭스 작품 소개에도 그의 갑작스러운 죽음이 언급된다. 그 사실보다 더 오래 남는 건, 사람들이 노래에 열광하면서도 노래하는 사람에게는 서로 다른 기준을 들이대는 모습이었다.
한 편만 고른다면 마음의 상태부터 떠올리면 된다. 편하게 웃고 싶으면 <민날 무랄리>, 사건을 따라가고 싶으면 <자네 잔: 용의자 X>, 음악과 인물의 삶을 함께 보고 싶으면 <참킬라>다. 인도 영화의 매력은 한 가지 익숙한 이미지로 묶이지 않는 데 있다. 취향에 맞는 한 편을 만나면, 다음 작품을 고르는 눈도 조금 달라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