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좀비 드라마 킹덤을 다시 보니 사람이 더 무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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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좀비 드라마 킹덤을 다시 보니 사람이 더 무서웠다

얼마 전 《킹덤》을 다시 틀었다가 첫 회부터 멈추지 못했다. 처음 볼 때는 좀비가 언제 들이닥칠지에만 신경이 쓰였는데, 두 번째로 보니 역병을 앞에 두고도 권력을 놓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더 오래 눈에 남았다. 조선 좀비 드라마를 찾는 사람에게 이 작품을 먼저 권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사극의 권력 다툼과 생존 스릴러가 서로를 밀어 올린다.

괴물이 나오기 전부터 불안한 조선

《킹덤》은 병든 왕을 둘러싼 소문에서 출발한다. 세자 이창은 왕을 만날 수조차 없고, 궁 안에서는 누가 무엇을 숨기는지 알기 어렵다. 그 사이 지방에서는 원인을 알 수 없는 역병이 번진다. 이야기는 궁궐의 밀실과 굶주린 백성의 마을을 오가며, 같은 재난이 누구에게는 정치적 기회이고 누구에게는 당장 살아남아야 할 밤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좀비의 움직임은 빠르고 공격 장면도 거칠다. 하지만 이 드라마를 특별하게 만드는 건 한복 입은 좀비라는 그림만이 아니다. 통행을 막는 문, 좁은 골목, 제한된 식량처럼 조선이라는 공간의 조건이 도망칠 길을 줄인다. 현대 배경의 좀비물이라면 기대할 법한 차량이나 통신 수단도 없다. 누가 소식을 먼저 듣고, 누구에게 문을 열어 주느냐가 생존을 가른다. 그래서 추격 장면 뒤에 이어지는 사람들의 선택이 쉽게 잊히지 않는다.

좀비물 취향에 따라 만족도가 갈린다

《부산행》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속도를 높이는 작품을 기대했다면 초반의 궁중 장면은 느리게 느껴질 수 있다. 《킹덤》은 왕의 상태를 둘러싼 의심을 쌓고, 세자가 궁 밖으로 나간 뒤 역병의 규모를 체감하게 한다. 그 기다림을 견디면 액션의 무게도 달라진다. 화면에 몰려오는 감염자 수보다, 그들 앞에 누가 남겨졌는지가 보이기 때문이다.

  • 사극의 암투와 좀비물의 긴장을 둘 다 좋아한다면 잘 맞는다. 세자의 추적과 궁의 권력 싸움이 계속 맞물린다.
  • 재난 속 인물의 판단을 보는 편이라면 재미있다. 서비가 병의 단서를 좇는 장면과 이창이 백성을 대하는 장면이 좋은 기준점이다.
  • 가벼운 밤샘 오락을 찾는다면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피가 튀는 장면이 있고, 굶주림과 방치가 만든 참혹한 풍경도 나온다.
  • 무서운 장면보다 정치극을 선호해도 볼 만하지만, 좀비의 습격 자체를 피할 수는 없다. 넷플릭스의 관람 등급도 청소년 관람불가다.

주지훈이 연기한 이창은 처음부터 모든 답을 아는 영웅이 아니다. 왕의 병환과 자신의 처지를 확인하려 움직이다가, 궁 밖에서 벌어진 일을 보고 책임의 범위를 넓혀 간다. 배두나의 서비는 공포에 휩쓸리는 대신 병의 원인을 추적한다. 두 사람이 각자 다른 방식으로 사태에 대응하기에, 이야기가 단순한 도주극에 머물지 않는다.

볼 순서는 시즌 1부터가 좋다

넷플릭스에서 확인되는 본편은 시즌 2개다. 처음 본다면 시즌 1, 시즌 2, 스페셜 에피소드 《킹덤: 아신전》 순서를 권한다. 《아신전》은 역병의 기원과 새로운 인물 아신의 이야기를 다루지만, 먼저 보면 본편이 천천히 드러내는 의문을 미리 알게 된다. 본편을 본 뒤에는 낯설었던 장면에 다른 의미가 붙는다.

시즌 1은 소문의 실체를 찾아가는 공포와 지방에서의 생존이 중심이다. 시즌 2는 이미 벌어진 일을 어떻게 수습할지, 권력의 중심에서 무엇을 선택할지에 더 가까워진다. 그래서 시즌 1만 보고 판단하기보다 두 시즌을 이어 볼 때 이 작품이 겨냥한 이야기가 또렷해진다. 《아신전》은 분위기가 조금 다르다. 본편의 세자 일행보다 한 인물의 상실과 복수에 오래 머무르므로, 빠른 전개를 기대하면 호흡이 무겁게 느껴질 수 있다.

시청 전 한 가지는 분명히 해 두고 싶다. 아래 내용까지 포함해 이 글은 주요 반전과 인물의 운명을 밝히지 않는다. 작품을 보면서는 회차 소개나 검색 결과의 상세 줄거리를 먼저 읽지 않는 편이 낫다. 《킹덤》은 누가 무엇을 알고 있는지가 긴장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

다시 보니 남은 건 물린 사람보다 버려진 사람

첫 감상에서는 밤이 오기 전에 어디로 도망칠지만 보였다. 다시 보니 누가 안전한 곳에 들어갈 자격을 얻고, 누가 문밖에 남는지를 묻게 됐다. 《킹덤》의 좀비는 분명 무섭다. 그런데 그 공포가 오래가는 이유는 괴물의 생김새보다, 재난 앞에서 사람을 가르는 방식이 익숙하게 느껴져서다.

조선 좀비 드라마 한 편을 고른다면 《킹덤》은 여전히 선명한 선택이다. 다만 시원한 퇴치 액션만 바라는 날보다는, 무서운 장면 뒤에 남는 사람들의 얼굴까지 보고 싶은 날에 더 잘 맞는다. 나는 그 얼굴들 때문에 이 작품을 다시 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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