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영화 추천 티빙에서 골라 보니 취향이 갈렸다

얼마 전 티빙에서 좀비 영화를 고르다가 제목보다 먼저 보게 된 게 있었다. 같은 좀비물이어도 어떤 작품은 숨 막히는 고립을 보여주고, 어떤 작품은 좀비를 핑계로 웃긴다. 영화를 많이 볼수록 별점보다 그날의 기분에 맞는지가 더 중요해진다. 티빙에 등록된 작품 가운데 서로 다른 맛을 가진 다섯 편을 골랐다. 아래에는 결말이나 주요 반전의 스포일러는 없다.
혼자 남겨진 기분이 무섭다면 #살아있다
가장 먼저 권하고 싶은 작품은 2020년 영화 #살아있다다. 98분 동안 무대는 주로 아파트와 그 주변에 머문다. 밖에서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람들이 덮쳐오고, 집 안에서는 식량과 연락 수단이 하나씩 사라진다. 주인공 준우가 처음부터 노련한 생존자가 아니라는 점이 이 영화의 장점이다. 내가 저 상황에 놓였다면 휴대전화 배터리부터 확인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든다.
빠른 추격전만 기대하면 중간의 고립감이 길게 느껴질 수 있다. 반대로 좀비의 얼굴보다 텅 빈 집과 끊어진 통신이 더 무서운 사람에게는 잘 맞는다. 유아인과 박신혜가 각기 다른 공간에서 생존을 도모하는 설정도 단순해서, 복잡한 세계관을 익힐 필요 없이 바로 몰입할 수 있다. 잔혹한 장면을 아주 못 보는 사람이라면 가볍게 틀 영화는 아니다.
익숙한 이야기를 비틀어 보고 싶다면 오만과 편견 그리고 좀비
오만과 편견 그리고 좀비는 제목 그대로 19세기 영국의 구애와 계급 이야기에 좀비 액션을 끼워 넣는다. 티빙에 표시된 상영 시간은 107분. 무도회와 예절이 중요한 세계에서 자매들이 전투 훈련까지 한다는 발상이 이 영화의 재미다. 우아한 의상과 거친 싸움이 한 화면에 들어오는 순간, 전통적인 시대극과는 전혀 다른 리듬이 생긴다.
사실 로맨스도 공포도 한쪽으로 깊게 밀어붙이는 작품은 아니다. 원작의 인물 관계를 알고 있다면 장난스러운 변주를 보는 재미가 크고, 몰라도 엘리자베스와 다아시의 충돌을 따라갈 수 있다. 정통 좀비 영화의 처절함을 원한다면 기대와 다를 수 있지만, 공포는 부담스럽고 설정 놀이는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보기에는 좋은 선택이다.
웃고 싶을 때는 좀비 사용 설명서와 프랑스에서도
좀비 사용 설명서는 91분짜리 좀비 액션 코미디다. 이 작품의 좀비는 물에 반응하고, 광합성을 즐기며, 몸에 풀이 자라기도 한다. 낯선 규칙을 알아내며 봉쇄된 섬에서 빠져나가야 한다는 설정이라, 감염자에게 쫓기는 장면에서도 공포보다 기묘한 호기심이 앞선다. 좀비 영화의 공식을 여러 편 봤다면 이런 엉뚱함이 꽤 반갑다.
카메라를 멈추면 안돼! 프랑스에서도는 또 다른 방향으로 웃긴다. 111분 동안 좀비 영화 촬영 현장의 사고와 소동을 따라가는 코미디로, 화면 속 좀비만큼 카메라 뒤의 사람들이 중요하다. 촬영이 꼬일수록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의 고집과 관계가 드러난다. 원작인 일본 영화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를 좋아했다면 비교하는 재미가 있지만, 원작의 신선한 충격을 그대로 기대하기보다는 프랑스판의 공연처럼 보는 편이 잘 맞는다. 두 작품 모두 무서운 밤을 보내고 싶을 때보다는 좀비라는 소재로 기분을 바꾸고 싶을 때 고르겠다.
좀비보다 사람을 오래 바라보는 내가 좀비?
조금 다른 작품도 한 편 넣고 싶다. 2024년 영화 내가 좀비?는 좀비로 변해가는 배우 지망생을 따라가는 98분짜리 페이크 다큐 형식의 극영화다. 대규모 감염이나 도시 탈출보다, 달라진 사람을 주변이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관심을 둔다. 장르를 빌려 편견과 시선의 문제를 이야기하는 쪽이다.
그래서 제목만 보고 속도감 있는 생존 액션을 기대했다면 당황할 수 있다. 반면 좀비를 괴물로만 소비하는 이야기에 조금 지쳤다면 이 영화가 눈에 들어올 것이다. 다섯 편 가운데 취향을 가장 타지만, 상영 후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작품을 찾는 사람에게 권하고 싶다.
티빙에서는 #살아있다로 긴장감을, 오만과 편견 그리고 좀비로 가벼운 변주를, 두 편의 코미디로 웃음을 고를 수 있다. 조용히 인물을 따라가고 싶은 날에는 내가 좀비?가 남는다. 작품 등록 여부와 구독권에 따른 시청 방식은 바뀔 수 있으니 재생 전 티빙의 작품 화면을 확인하는 편이 정확하다. 나는 좀비 영화가 가장 재미있을 때가 괴물이 무서워서가 아니라, 그 앞에서 사람들이 예상 밖의 선택을 할 때라고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