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플레이 드라마 추천 다시 골라보니 취향이 갈렸다

드라마를 추천해 달라는 말을 들으면 작품 이름보다 먼저 그날의 기분이 궁금해진다. 같은 수작이라도 퇴근 후 웃고 싶은 사람과 밤새 긴장하고 싶은 사람에게 똑같이 권할 수는 없으니까. 1000편 넘게 보다 보니 별점보다 오래 남는 기준도 생겼다. 첫 회를 켰을 때 기대한 재미를 주는지, 그리고 그 재미를 끝까지 따라갈 마음이 드는지다. 쿠팡플레이 드라마 추천작 가운데 성격이 뚜렷한 여섯 편을 골랐다. 이야기의 출발점만 적었으니 줄거리 스포일러 걱정은 내려놓아도 된다.
웃고 싶다면 소년시대, 조용히 빠지고 싶다면 안나
가장 편하게 첫 편으로 권하는 작품은 임시완 주연의 <소년시대>다. 1989년 충남, 맞고 사는 게 일상이던 병태가 부여로 전학을 간다. 새 학교에서는 그를 전설적인 싸움꾼으로 착각한다. 이 오해 하나로 시작하는 코미디가 충청도 말맛과 배우들의 표정 덕분에 꽤 오래 힘을 낸다. 병태가 허세를 부릴수록 들킬까 봐 보는 쪽이 더 조마조마하다.
그런데 이 드라마를 단순한 복고 코미디로만 기억하기는 어렵다. 웃음 뒤에 학교 안의 서열과 폭력이 보인다. 가볍게 시작해 인물에게 마음을 주는 이야기를 좋아한다면 잘 맞는다. 반대로 학교 폭력 묘사가 불편하다면 초반의 유쾌한 분위기만 보고 고르지는 않는 편이 좋다. 쿠팡플레이 작품 정보에는 청소년 관람불가로 표시돼 있다.
<안나>는 속도를 낮추고 사람의 얼굴을 오래 들여다보는 날에 어울린다. 사소한 거짓말로 다른 사람의 삶을 살게 된 여자가 주인공이다. 수지의 연기는 큰 감정을 쏟아내기보다 표정과 침묵 사이에 균열을 남긴다. 화려한 삶을 구경하는 재미보다 거짓말을 유지하는 사람의 불안을 따라가는 재미가 크다. 빠른 반전이 연달아 나오는 스릴러를 기대했다면 차분하게 느껴질 수 있다. 인물의 선택을 곱씹는 심리극을 좋아한다면 그 차분함이 장점이 된다.
긴장감의 온도도 다르다, 어느 날과 가족계획
<어느 날>은 평범한 대학생 현수가 하룻밤 사이 살인사건의 용의자가 되는 이야기다. 사건의 답을 서둘러 맞히는 재미보다, 한 사람이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어떻게 흔들리는지를 지켜보게 만든다. 김수현의 불안한 얼굴과 차승원이 연기한 변호사의 거친 생활감이 서로 다른 무게로 맞물린다. 법정물과 범죄극을 좋아하고, 인물이 궁지에 몰리는 장면을 견딜 수 있는 사람에게 권한다. 마음 편히 틀어둘 드라마를 찾는 날에는 꽤 버거울 수 있다.
같은 긴장감이라도 <가족계획>은 훨씬 기묘하다. 기억을 편집하는 능력을 가진 엄마와 가족이 악당들을 상대한다는 설정부터 평범한 가족극과 거리가 멀다. 배두나와 류승범을 중심으로 모인 가족은 다정한 말보다 함께 행동하는 방식으로 관계를 보여준다. 범죄 스릴러에 판타지와 검은 유머가 섞여 있어 다음 장면의 방향을 쉽게 짐작하기 어렵다.
솔직히 취향은 크게 갈릴 작품이다. 잔혹한 장면과 냉소적인 웃음에 익숙하다면 독특한 매력이 보이지만, 가족이라는 제목만 보고 따뜻한 주말 드라마를 기대했다면 당황할 수 있다. 쿠팡플레이에서도 청소년 관람불가로 안내한다. 두 작품 중 현실적인 압박감이 끌린다면 <어느 날>, 낯선 설정과 장르의 혼합이 궁금하다면 <가족계획> 쪽이다.
사랑 이야기가 필요한 날에도 같은 멜로는 아니다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은 일본에서 만나 사랑하고 헤어진 두 사람이 5년 뒤 한국에서 다시 마주하는 이야기다. 이세영과 사카구치 켄타로가 연기하는 관계에는 재회의 설렘만큼 이미 지나간 시간의 무게가 있다. 사건이 크게 터질 때보다 두 사람이 말을 고르고 상대를 바라보는 순간에 집중하게 된다. 감정을 천천히 쌓는 멜로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맞고, 첫 회부터 빠른 전개를 원하는 사람에게는 느리게 다가올 수 있다.
<뉴토피아>는 정반대의 속도로 출발한다. 좀비에게 습격당한 서울에서 군인 재윤과 사회 초년생 영주가 서로를 향해 달려간다. 박정민과 지수가 맡은 두 사람의 관계를 중심에 두고 액션, 코미디, 로맨스를 함께 굴린다. 그래서 정통 좀비 생존극의 무거운 공포를 기대하면 장난스럽게 느껴질 수 있다. 연애 감정과 재난 상황이 부딪히는 어수선한 재미를 좋아한다면 오히려 그 점이 눈에 들어온다. 좀비와 유혈 표현에 민감하다면 피하는 편이 낫다.
첫 회를 고를 때는 지금의 기분부터
웃음으로 시작하고 싶다면 <소년시대>, 인물의 속을 오래 들여다보고 싶다면 <안나>가 좋다. 팽팽한 현실극은 <어느 날>, 낯선 장르의 맛은 <가족계획>이 맡는다. 사랑 이야기 안에서도 잔잔한 여운은 <사랑 후에 오는 것들>, 소란스러운 에너지는 <뉴토피아>에 가깝다. 작품 제공 여부와 이용 조건은 바뀔 수 있으니 재생 전 쿠팡플레이의 작품 정보를 한 번 확인하면 된다. 내 취향에는 아무 생각 없이 한 편을 틀고 싶을 때 <소년시대>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다만 조용한 밤에는 <안나>의 불편한 침묵이 더 오래 남기도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