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라이어 유연석 서현진 대립을 보니 마음이 불편했다

‘낭만닥터 김사부’에서 유연석과 서현진을 함께 봤던 기억 때문인지, 두 배우가 다시 마주 선 첫 장면은 반가웠다. 그런데 ‘라이어’는 그 익숙한 호흡을 금세 불편한 긴장으로 바꾼다. 첫 데이트를 보낸 두 사람이 다음 날 밤의 일을 전혀 다르게 말한다. 누가 맞는지 빨리 고르고 싶어질수록, 내가 무엇을 근거로 사람을 믿는지도 돌아보게 된다.
이 글은 1회에서 드러난 사건의 출발점까지만 이야기한다. 성폭력 신고를 둘러싼 갈등이 중심 소재다. 소재 자체가 부담스럽다면 시청 전에 알아두는 편이 좋겠다. 2회 마지막의 반전과 그 이후 전개는 밝히지 않는다.
다정했던 첫 데이트가 진실 공방으로 바뀌는 순간
민준호는 심장외과 전문의이자 아들을 홀로 키우는 아버지다. 강지선은 준호의 아들이 다니는 초등학교의 사서교사다. 두 사람은 우연한 만남을 거쳐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고 첫 데이트를 한다. 여기까지는 차분한 로맨스처럼 보인다. 하지만 다음 날 지선이 준호를 성폭력 혐의로 신고하면서 두 사람의 일상은 무너진다. 준호는 강제성이 없었다고 주장하고, 지선은 강제적인 일이었다고 말한다.
이 설정이 만드는 긴장은 단순히 진술 두 개가 엇갈린다는 데 있지 않다. 준호에게는 의사로서 쌓은 평판과 아버지로서의 생활이 있고, 지선에게는 자신이 겪었다고 말하는 일을 설명해야 하는 고통이 있다. 사건이 알려지는 순간부터 두 사람 모두 이전의 자리로 쉽게 돌아갈 수 없다. 그래서 시청자도 추리의 재미만 따라가기 어렵다.
유연석과 서현진의 대립은 표정에서 시작된다
두 배우가 ‘낭만닥터 김사부’ 이후 약 10년 만에 다시 호흡을 맞췄다는 사실은 이 작품을 보는 묘한 배경이 된다. 과거에는 서로에게 힘이 되어 주던 인물로 기억되지만, 이번에는 같은 밤을 두고 정면으로 부딪힌다. 익숙한 얼굴 사이에 생긴 거리감이 대사보다 먼저 느껴진다.
유연석이 연기하는 준호는 침착하게 자신의 입장을 설명한다. 그 태도가 억울한 사람의 절제처럼 보일 때도 있고, 감정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 사람의 방어처럼 보일 때도 있다. 서현진의 지선은 자신이 겪은 일을 확신하면서도 그 일을 말해야 하는 상황에 흔들린다. 두 배우 모두 한 가지 감정만 크게 밀어붙이지 않는다. 덕분에 장면마다 누구의 말이 더 그럴듯한지 판단이 움직인다.
솔직히 이 작품에서 연기 대결을 ‘누가 더 잘하나’로 보는 건 조금 아깝다. 두 사람의 시선과 말의 속도가 달라질 때, 방금까지 믿었던 해석이 흔들리는 경험이 더 흥미롭다. 첫 주 방송을 기준으로 ‘라이어’가 보여준 가장 강한 장점도 그 불안정한 균형이다.
단서를 따라가되 사람을 쉽게 판정하지 않게 된다
‘라이어’는 같은 사건을 서로 다른 기억과 진술로 제시한다. 시청자는 작은 말투, 반응, 주변 사람의 태도까지 단서처럼 읽게 된다. 그런데 단서가 많아질수록 확신이 커지기보다 의심의 방향이 바뀐다. 드라마가 던지는 질문은 누가 거짓말을 하는가에 그치지 않는다. 우리는 왜 어떤 사람의 말을 더 빨리 믿는가에 가깝다.
그렇다고 화면에 나온 한 장면이나 인물의 사회적 지위만으로 사건을 판단해서는 곤란하다. 침착함이 진실의 증거는 아니고, 혼란스러운 반응도 거짓의 증거가 아니다. 작품 속 조사 과정과 반전 역시 극적인 장치로 받아들이는 편이 맞다. 이 거리를 유지할 때 두 인물의 대립이 구경거리를 넘어선다.
첫 방송은 전국 시청률 1.9%로 출발했다는 닐슨코리아 집계가 있다. 숫자만으로 취향을 결정할 작품은 아니다. 빠른 사건 해결이나 시원한 응징을 기대한다면 초반의 답답함이 크게 느껴질 수 있다. 반면 대화 한 번에 관계가 달라지고, 뒤늦게 나온 정보 때문에 앞 장면을 다시 생각하게 되는 심리 스릴러를 좋아한다면 붙잡힐 만하다.
어떤 날에 볼 만한 드라마인가
편하게 틀어둘 드라마를 찾는 날보다는, 한 회를 보고 장면의 의미를 곱씹고 싶은 날에 어울린다. 특히 유연석과 서현진의 재회를 기대했다면 두 배우의 호흡은 충분히 볼 이유가 된다. 다만 달달한 재회극을 기대했다면 예상보다 훨씬 무겁다. 성폭력 신고가 이야기의 중심에 놓이는 만큼, 해당 소재에 민감한 시청자에게는 권하기 어렵다.
방송은 MBC 금토드라마로 시작했고, MBC가 전한 집계에는 디즈니+와 웨이브에서의 시청 순위도 언급됐다. 이용 중인 서비스에서 공개 회차를 확인하면 된다. 아직 초반 회차인 만큼 인물의 진실이나 작품 전체의 완성도를 단정하기는 이르다. 지금까지의 ‘라이어’는 답을 서둘러 주기보다, 그 답을 원하는 시청자의 마음부터 흔드는 드라마에 가깝다. 나는 그 조심스러운 불편함이 다음 회를 기다리게 만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