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액션 영화 추천을 부탁받고 다시 고른 일곱 편

액션 영화를 추천해달라는 말을 들으면 먼저 묻게 된다. 총격전이 좋은지, 추격전이 좋은지, 아니면 극장을 나설 때처럼 마음이 들뜨는 영화가 좋은지. 같은 액션이라도 재미가 붙는 지점은 꽤 다르다. 1000편 넘게 영화를 보면서도 다시 찾게 된 일곱 편을 취향별로 골랐다. 작품 이야기는 출발점까지만 다루니 큰 스포일러는 없다.
숨 돌릴 틈 없는 추격전이 보고 싶다면
먼저 떠오르는 건 스피드다. 일정 속도 아래로 내려가면 폭발하는 버스라는 설정을 알고 시작해도 긴장이 줄지 않는다. 공간은 좁고 선택지는 적다. 그래서 화려한 세계관을 외울 필요 없이 인물들이 지금 당장 무엇을 해야 하는지 따라가게 된다. 1994년 영화라 화면의 질감은 옛스럽지만, 위기를 하나 넘기면 곧 다른 문제가 생기는 리듬은 여전히 빠르다. 짧은 설명 뒤 곧장 사건 속으로 들어가고 싶은 사람에게 잘 맞는다.
다이 하드는 조금 다른 맛이다. 한 건물에 갇힌 경찰이 적을 상대하는 이야기인데, 주인공 존 맥클레인은 처음부터 모든 걸 통제하는 사람이 아니다. 몸이 상하고 계획이 틀어질수록 응원하게 된다. 스피드가 멈출 수 없는 이동의 긴장이라면, 다이 하드는 빠져나갈 수 없는 공간의 긴장에 가깝다. 1988년 작품의 말맛과 호흡까지 즐길 수 있다면 특히 좋다. 다만 두 영화 모두 폭발과 인질 위협이 이어져 가볍고 편안한 분위기를 기대한다면 피곤할 수 있다.
동작 하나하나가 보이는 액션을 원한다면
존 윅 1편은 간단한 이야기 위에 촘촘한 액션을 쌓는다. 주인공이 얼마나 강한지 대사로 길게 설명하기보다 움직임으로 보여준다. 총격과 근접전이 한 흐름으로 이어져서, 누가 어디에 서 있고 다음 동작이 왜 나오는지 눈으로 따라가는 재미가 크다. 시리즈를 처음 접한다면 규모가 커진 후속편보다 1편부터 보는 편을 권한다. 세계의 규칙이 처음 모습을 드러낼 때의 신선함이 있다. 반려동물과 관련된 폭력 장면이 발단에 있으니 이 소재에 민감하다면 미리 알고 고르는 게 좋다.
노바디는 평범해 보이는 가장이 뜻밖의 방식으로 반격하는 영화다. 존 윅과 닮은 구석이 있지만, 주인공이 맞고 비틀거리며 싸우는 모습에서 다른 재미가 난다. 능숙한 동작을 감상하고 싶다면 존 윅, 좀 더 거칠고 씁쓸한 유머가 섞인 싸움을 보고 싶다면 노바디 쪽이다. 두 작품 모두 폭력 묘사가 강한 편이다. 액션의 손맛은 좋지만 피가 많이 나오는 장면이 부담스럽다면 다른 선택지가 낫다.
큰 화면이 떠오르는 영화를 찾는다면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는 설명보다 이미지로 밀어붙인다. 사막을 가로지르는 차량 행렬,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같은 차에 타는 상황, 끝없이 바뀌는 추격의 방향이 영화의 힘이다. 대사를 놓칠까 걱정하며 볼 필요도 적다. 대신 소음과 거친 화면이 거의 쉬지 않고 이어지므로 조용한 밤에 잔잔한 영화를 찾는 사람과는 맞지 않을 수 있다. 이야기의 빈틈을 촘촘히 분석하기보다 화면과 리듬에 몸을 맡길 때 더 즐겁다.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은 반대쪽에서 만족감을 준다. 추격과 격투가 크지만, 임무가 어긋날 때마다 인물들이 다음 수를 고르는 과정이 또렷하다. 프랜차이즈를 따라온 사람은 관계의 무게까지 느낄 수 있고, 처음 보는 사람도 눈앞의 목표를 따라가기는 어렵지 않다. 다만 인물 사이의 지난 이야기를 모두 알고 싶다면 앞선 편을 본 뒤 시작하는 편이 낫다. 긴 러닝타임을 감수할 만큼 큰 장면을 연달아 보고 싶은 날에 어울린다.
액션 뒤에 남는 감정도 중요하다면
탑건 매버릭을 고르겠다. 비행 장면의 속도감이 먼저 눈에 들어오지만, 영화가 오래 남는 이유는 나이 든 주인공이 과거의 선택과 젊은 조종사들 앞에서 느끼는 부담에 있다. 앞의 여섯 편보다 감정의 흐름이 분명해서, 함께 보는 사람과 취향이 조금 달라도 고르기 편하다. 1986년작 탑건을 보면 관계가 더 선명해지지만, 새 영화의 임무와 갈등은 그 안에서도 이해할 수 있다.
한 편만 바로 골라야 한다면 나는 동행의 취향부터 생각한다. 쉬지 않는 긴장에는 스피드, 동작의 정교함에는 존 윅, 압도적인 화면에는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 보고 난 뒤의 여운에는 탑건 매버릭이다. OTT 편성은 지역과 시기에 따라 바뀌니 작품을 정한 다음 이용 중인 서비스에서 제목을 확인하면 된다. 좋은 액션 영화는 규모보다 내가 원하는 긴장과 감정의 온도를 정확히 맞췄을 때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