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버튼 영화 유령신부를 다시 봤더니 에밀리가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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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버튼 영화 유령신부를 다시 봤더니 에밀리가 남았다

영화를 천 편 넘게 보다 보면 줄거리보다 인물의 표정 하나가 오래 남는 작품이 있다. 얼마 전 팀버튼 영화 유령신부를 다시 봤는데, 이번에는 빅터보다 에밀리에게 자꾸 눈이 갔다. 처음 봤을 때는 기묘하고 예쁜 애니메이션이라고 생각했다. 다시 보니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과 그 사람을 붙잡아 두고 싶은 마음 사이를 섬세하게 건드리는 영화였다.

2005년에 나온 이 작품은 팀 버튼과 마이크 존슨이 함께 연출한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이다. 영국영화협회 자료에 소개된 상영 시간은 약 77분. 짧은 편이지만 결혼을 앞둔 빅터, 살아 있는 약혼자 빅토리아, 뜻밖에 그의 신부가 된 에밀리의 감정을 차례로 쌓아 올린다. 아래 이야기는 결말과 주요 반전을 밝히지 않는다.

숲에서 연습한 혼인 서약이 이야기를 바꾼다

빅터는 결혼식 예행연습을 망친 뒤 숲으로 가서 혼인 서약을 혼자 연습한다. 그 과정에서 죽은 신부 에밀리와 우연히 결혼하게 되고, 산 사람들의 세계와 죽은 사람들의 세계를 오가게 된다. 설정만 들으면 소동극 같지만 영화는 빅터가 이미 빅토리아와 마음을 나누기 시작했다는 점을 놓치지 않는다. 그래서 에밀리의 등장도 단순히 두 사람 사이를 방해하는 사건으로 보이지 않는다.

세 인물 모두 원하는 것이 분명하다. 빅터는 자신이 한 말에 책임을 져야 하고, 빅토리아는 남들이 정해 놓은 결혼에서 자기 마음을 지켜야 한다. 에밀리는 오래 기다려 온 약속을 믿고 싶다. 누구 한 사람만 응원하도록 밀어붙이지 않는 태도 덕분에, 영화를 다 보고 나면 누구의 마음이 가장 아팠는지 쉽게 답하기 어렵다.

살아 있는 마을보다 죽은 자들의 세계가 따뜻하다

다시 볼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색이었다. 산 사람들의 마을은 회색과 푸른빛에 가깝고, 집 안의 공기마저 답답해 보인다. 반대로 죽은 자들의 세계에서는 초록과 보라, 따뜻한 조명이 화면을 채운다. 해골들은 노래하고 떠들며 낯선 손님에게 말을 건다. 겉모습만으로 어느 쪽이 더 활기찬 곳인지 가늠했다면 예상이 빗나간다.

이 대비는 예쁜 배경을 만들기 위한 장치에 그치지 않는다. 살아 있는 사람들 사이에는 체면과 재산, 혼담을 둘러싼 계산이 흐르고, 죽은 이들 사이에는 뜻밖의 환대가 있다. 그래서 무서운 외형에 익숙해질 무렵에는 빅터가 어느 세계에서 더 편히 숨 쉬는지도 보인다. 기괴한 그림을 좋아하지 않아도 이 대비를 따라가는 재미가 꽤 크다.

인형을 조금씩 움직여 촬영한 스톱모션 특유의 질감도 이 영화에 잘 맞는다. 빅터의 가느다란 손가락과 에밀리의 낡은 웨딩드레스는 매끈한 화면보다 손으로 만든 물건에 가까운 느낌을 준다. 피아노 앞에서 두 인물이 가까워지는 장면에서는 큰 대사보다 손의 움직임과 짧은 침묵이 더 많은 이야기를 한다.

에밀리를 불쌍한 인물로만 보면 놓치는 것

에밀리는 처음에 빅터를 곤란하게 만든다. 빅터의 입장에서 보면 당장 원래 세계로 돌아가고 싶을 만하다. 그런데 영화가 조금 진행되면 에밀리 역시 누군가의 선택 때문에 오랫동안 상처를 안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여기서부터 그의 바람을 그저 엉뚱한 집착이라고 부르기 어려워진다.

헬레나 본햄 카터의 목소리는 에밀리의 들뜬 순간과 서운한 순간을 모두 살린다. 조니 뎁이 연기한 빅터는 큰소리를 내기보다 머뭇거리는 쪽에 가깝고, 에밀리 왓슨이 맡은 빅토리아는 조용하지만 자기 의사가 있는 사람으로 들린다. 세 목소리의 온도가 달라서, 누가 옳은지 판정하기 전에 각자의 처지에 머무르게 된다.

에밀리의 사연에는 중반 이후 중요한 정보가 더해진다. 그 부분을 미리 알고 보면 인물에게 다가가는 순서가 달라지니, 처음 볼 사람이라면 줄거리 검색은 여기서 멈추는 편이 좋겠다. 이 글도 그 이후의 선택과 마지막 장면은 건드리지 않았다.

누구에게 권하고 누구에게는 망설여질까

어두운 동화와 뮤지컬을 좋아한다면 잘 맞을 가능성이 높다. 대니 엘프먼의 음악은 장난스러운 합창에서 쓸쓸한 선율로 자연스럽게 옮겨 간다. 긴 영화를 볼 여유는 없지만 한 편의 이야기에 깊이 잠기고 싶은 밤에도 약 77분이라는 길이가 부담스럽지 않다. 화려한 액션보다 화면의 질감과 인물의 감정을 따라보는 사람에게 특히 권하고 싶다.

반면 시체와 해골의 모습에 민감하다면 초반부터 불편할 수 있다. 노래가 흐름을 끊는다고 느끼는 사람에게도 호불호가 갈릴 만하다. 사랑 이야기의 속도 역시 빠르다. 세 사람의 관계를 긴 호흡으로 설명하는 드라마를 기대했다면 감정이 충분히 쌓이기 전에 장면이 넘어간다고 느낄 수 있다.

팀 버튼의 작품이라는 이유만으로 봤을 때는 괴상한 미술과 재치 있는 설정이 먼저 보였다. 다시 보니 오래 남은 건 에밀리의 마음을 어디까지 이해할 수 있는가 하는 물음이었다. 유령신부는 짧고 아름다운 영화지만, 보고 난 뒤에는 세 사람 중 한 명의 얼굴을 꽤 오래 떠올리게 한다.

팀버튼 영화 유령신부를 다시 봤더니 에밀리가 남았다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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