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이맥스 10회까지 보고 나니 방태섭과 추상아의 복수가 더 서늘했다

얼마 전 클라이맥스 10회를 보고 나서 가장 오래 남은 건 통쾌함이 아니라 찝찝함이었습니다. 복수극이라고 하면 보통 누군가 무너지고 누군가는 속이 시원해지는 구조를 기대하게 되는데, 이 드라마는 방태섭과 추상아가 이긴 순간에도 이상하게 시청자를 편하게 두지 않습니다.
먼저 적어둘게요. 아래 내용에는 클라이맥스 10회와 최종 흐름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아직 9회, 10회를 보지 않았다면 감상 후 읽는 쪽이 훨씬 낫습니다.
방태섭과 추상아, 사랑보다 계약에 가까웠던 관계
클라이맥스는 처음부터 로맨스의 얼굴을 한 권력극에 가까웠습니다. 방태섭은 흙수저 출신 검사라는 콤플렉스를 계단처럼 밟고 올라가려는 인물이고, 추상아는 톱배우라는 화려한 껍질 안에서 계속 추락의 공포를 느끼는 사람입니다. 두 사람의 결혼은 달콤한 사랑이라기보다 서로의 욕망을 보증해주는 동맹에 가깝죠.
그래서 10회에서 두 사람이 다시 같은 방향을 보는 장면은 단순한 화해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둘은 서로를 믿어서 손을 잡는다기보다, 자기 혼자서는 지옥을 빠져나갈 수 없다는 걸 너무 잘 알기 때문에 붙습니다. 사실 이 지점이 클라이맥스의 장점이자 호불호 포인트입니다. 인물에게 선명한 도덕적 출구를 주지 않거든요.
10회의 복수는 왜 시원하기보다 차갑게 느껴졌나
방태섭 추상아 복수의 방향은 꽤 명확합니다. 자신들을 몰아넣은 권력 카르텔을 역으로 흔들고, 이양미와 손국원 라인의 약점을 이용해 판을 바꾸는 방식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이들이 정의를 되찾으려는 사람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그들은 피해자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가해의 언어를 너무 잘 배운 인물들입니다.
추상아는 자신의 이미지를 무기로 쓰는 법을 알고, 방태섭은 법과 권력의 틈을 누구보다 정확히 읽습니다. 10회가 흥미로운 이유는 두 사람이 같은 목표를 향해 움직일 때 생기는 파괴력입니다. 따로 있을 때는 불안하고 흔들리던 인물들이, 함께 움직이는 순간 거의 시스템처럼 작동합니다. 그런데 그 시스템이 따뜻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복수의 성취감보다 ‘이 사람들은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하는 불안이 먼저 올라옵니다.
이양미와 권력 카르텔이 만든 진짜 적
클라이맥스 10회에서 이양미는 단순한 악역으로만 소비되지 않습니다. 그는 판을 설계하고, 여론을 움직이고, 상대의 약점을 공개해 사람을 사회적으로 죽이는 방식에 익숙합니다. 방태섭과 추상아가 맞서는 상대는 한 개인이라기보다, 그런 방식이 당연하게 굴러가는 권력의 습관입니다.
여기서 드라마는 꽤 냉정합니다. 누군가의 비밀 영상, 살인 의혹, 비자금, 선거 캠프의 거래 같은 소재가 빠르게 이어지는데, 자극적인 사건 자체보다 ‘누가 그 정보를 쥐고 있느냐’가 더 중요하게 움직입니다. 정보가 죄보다 세고, 여론이 재판보다 먼저 사람을 심판합니다. 이 구조를 따라가다 보면 방태섭과 추상아의 복수도 결국 같은 도구를 쓰게 된다는 점이 선명해집니다.
클라이맥스 10회가 맞는 시청자
이 드라마는 깔끔한 권선징악을 기대하는 분에게는 조금 답답할 수 있습니다. 10부작이라 전개 속도는 빠른 편이지만, 인물들의 선택이 매번 명쾌하게 납득되는 타입은 아닙니다. 특히 중반부 이후 사건이 몰아치는 방식은 어떤 시청자에게는 강한 몰입으로, 또 다른 시청자에게는 과한 설정으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 권력 암투, 선거판, 연예계 스캔들이 섞인 이야기를 좋아한다면 잘 맞습니다.
- 착한 주인공보다 욕망이 선명한 인물을 보는 재미를 선호한다면 끝까지 볼 만합니다.
- 복수극에서 통쾌함보다 씁쓸한 여운을 좋아하는 쪽이라면 10회의 온도가 꽤 맞을 겁니다.
- 현실성보다 강한 사건성과 배우들의 에너지에 끌리는 시청자에게 더 유리한 작품입니다.
방태섭 추상아 복수가 남긴 뒷맛
솔직히 클라이맥스 10회는 완성도 면에서 모든 장면이 매끈하다고 말하긴 어렵습니다. 어떤 반전은 빠르고, 어떤 선택은 조금 더 시간을 들였으면 좋았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런데 방태섭과 추상아라는 두 인물이 만들어내는 분위기만큼은 끝까지 살아 있습니다. 주지훈과 하지원이 각자 가진 차가운 얼굴, 무너질 듯 버티는 얼굴이 이 드라마의 설득력을 많이 끌어올립니다.
제 기준에서 클라이맥스 10회의 매력은 ‘복수에 성공했는가’보다 ‘복수한 뒤에도 이 사람들은 행복할 수 있는가’에 있습니다. 방태섭과 추상아는 자신들을 짓누른 세계를 향해 칼을 겨눴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들도 그 세계의 문법을 닮아버렸습니다. 그래서 마지막에 남는 감정은 승리의 쾌감보다,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수록 더 깊은 곳에 갇히는 사람들을 본 듯한 서늘함에 가깝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