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이맥스 결말까지 보고 나니, 이양미가 추상아를 괴롭힌 이유가 더 선명했다

얼마 전 ENA 드라마 <클라이맥스>를 끝까지 봤는데, 이상하게도 마지막 장면보다 오래 남은 건 이양미와 추상아가 마주 앉아 서로를 찌르던 장면들이었습니다. 이 드라마는 사건을 따라가는 재미보다, 권력 앞에서 사람이 어디까지 자기 자신을 포기하는지를 보는 쪽에 더 가깝습니다.
먼저 말해두면, 아래 내용에는 <클라이맥스> 결말과 후반부 전개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특히 이양미가 추상아를 괴롭히는 방식, 방태섭과 추상아의 마지막 선택, 1년 뒤 장면까지 언급합니다.
이양미가 추상아를 괴롭히는 장면이 불편했던 이유
이양미가 추상아를 괴롭히는 방식은 단순한 악역의 화풀이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훨씬 계산적입니다. 그는 추상아 개인을 미워한다기보다 방태섭이 가장 아끼는 지점을 공격합니다. 방태섭에게 직접 칼을 겨누는 대신, 그의 체면과 욕망이 붙어 있는 추상아를 무너뜨리는 쪽을 택한 겁니다.
계란을 깨뜨리는 장면이나 굴욕을 주는 장면은 그래서 더 거칠게 다가옵니다. 얼굴이 알려진 배우에게 공개적 수치심은 곧 생계와 자존감, 과거의 영광을 동시에 흔드는 공격입니다. 이양미는 그걸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추상아가 다시 배우로 성공하고 싶어 한다는 욕망까지 이용하죠.
사실 이 구도가 흥미로운 건, 추상아도 완전히 무력한 피해자로만 그려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는 계속 선택합니다. 굴욕을 참을지, 거래에 응할지, 방태섭 곁에 남을지, 다시 판을 흔들지. 문제는 그 선택이 대부분 자유로운 선택이라기보다 생존을 위해 떠밀린 선택처럼 보인다는 데 있습니다.
클라이맥스 결말은 통쾌함보다 찝찝함에 가깝다
<클라이맥스> 결말에서 방태섭과 추상아는 이양미를 제압하는 듯한 위치에 섭니다. 보통 이런 장르라면 악역이 무너지고, 주인공이 자기 자리를 되찾으며 어느 정도 쾌감을 줘야 합니다. 그런데 이 작품은 끝까지 깔끔하게 풀어주지 않습니다.
1년 뒤 이양미가 특사로 풀려나는 전개는 꽤 노골적입니다. 권력 게임에서 한 번의 승리는 영구적인 승리가 아니라는 뜻이죠. 법과 여론, 언론, 정치적 거래가 뒤섞인 세계에서는 죄의 크기보다 누가 더 큰 판에 연결되어 있는지가 더 중요하게 작동합니다.
추상아가 공포를 이기지 못하고 약물에 의존하는 결말도 인상적입니다. 겉으로는 살아남았지만, 속은 이미 망가져 있는 상태니까요. 이 드라마의 제목이 <클라이맥스>인 것도 아이러니합니다. 인물들은 계속 정점을 향해 달리지만, 막상 도착한 곳에는 해방감보다 더 큰 불안이 있습니다.
추상아는 왜 끝까지 방태섭 곁에 있었나
추상아의 선택을 이해하려면, 그를 사랑 이야기의 주인공으로만 보면 안 됩니다. 방태섭과 추상아의 관계는 로맨스보다 동맹에 가깝습니다. 서로를 필요로 하고, 서로의 욕망을 알고, 서로의 약점까지 공유하는 관계입니다.
추상아에게 방태섭은 위험한 사람이지만 동시에 다시 올라갈 수 있는 사다리이기도 합니다. 방태섭에게 추상아는 사랑의 대상이면서도 정치적 이미지와 자기 과시의 상징입니다. 그래서 둘은 계속 서로를 붙잡습니다. 애정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고, 욕망만으로도 다 설명되지 않는 애매한 관계입니다.
이 지점에서 하지원의 연기가 꽤 중요하게 작동합니다. 추상아는 매 장면 울부짖거나 무너지는 인물이 아닙니다. 오히려 표정을 눌러 담을수록 더 위태로워 보입니다. 이양미 앞에서 당하는 굴욕보다, 그 굴욕을 삼키고 다음 패를 생각하는 얼굴이 더 무섭게 남습니다.
이 드라마가 맞는 사람과 안 맞는 사람
<클라이맥스>는 잘 짜인 정치 스릴러를 기대하면 호불호가 갈릴 수 있습니다. 후반부 전개가 빠르고 자극적인 사건을 계속 밀어붙이기 때문에, 개연성을 촘촘하게 따지는 시청자라면 걸리는 부분이 꽤 있을 겁니다. 실제로 방영 당시에도 화제성에 비해 시청률과 반응은 엇갈렸습니다.
대신 인물의 욕망이 충돌하는 장면, 배우들의 표정 싸움, 권력층의 추한 민낯을 과장된 멜로처럼 보는 재미를 좋아한다면 꽤 볼 만합니다. 특히 이양미와 추상아의 관계는 단순한 선악 대결이 아니라, 서로 다른 방식으로 살아남으려는 두 여성의 충돌로 읽을 여지가 있습니다.
- 추천하는 쪽: 권력 암투, 연예계 스캔들, 부부 동맹 서사를 좋아하는 사람
- 조금 망설일 쪽: 현실적인 수사물이나 촘촘한 정치극을 기대하는 사람
- 가장 강한 포인트: 하지원, 차주영이 맞붙는 후반부 감정전
- 아쉬운 지점: 자극적인 장면에 비해 인물 선택의 설득이 부족한 순간들
이양미와 추상아의 싸움이 남긴 것
이양미 추상아 괴롭힘 장면은 단순히 보기 불편한 악행으로 소비하기엔 조금 복잡합니다. 이양미는 추상아를 꺾으면서 방태섭을 공격하고, 추상아는 무너지는 와중에도 자기 생존의 판을 다시 짭니다. 둘 다 피해자이자 가해자의 얼굴을 조금씩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클라이맥스> 결말은 속 시원하다기보다 씁쓸합니다. 누군가는 감옥에 가고, 누군가는 돌아오고, 누군가는 살아남았지만 예전의 자신으로 돌아가지 못합니다. 개인적으로 이 드라마는 완성도보다 장면의 온도로 기억될 작품에 가깝습니다. 특히 추상아가 끝내 불안을 떨치지 못하는 마지막 감각은, 이 세계에서 진짜로 이긴 사람이 있었는지 다시 생각하게 만듭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