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원·나나 클라이맥스 키스신을 보고 나서야 보인 추상아의 진짜 이야기

얼마 전 ENA 드라마 <클라이맥스> 5회를 다시 봤는데, 처음 볼 때보다 두 번째 볼 때 더 오래 남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하지원과 나나의 키스신이 화제성만으로 소비되기엔, 그 장면이 놓인 위치가 꽤 영리하더라고요. 자극적인 장면이라기보다 추상아라는 인물이 어디까지 무너졌고, 동시에 어디서부터 다시 자기 방식으로 살아남으려 하는지 보여주는 전환점에 가깝습니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특히 5회 이후 추상아와 황정원의 관계 변화, 그리고 추상아의 선택을 아직 보고 싶지 않은 분이라면 감상 후 읽는 편이 좋습니다.
키스신보다 먼저 봐야 할 건 추상아의 상태
<클라이맥스>는 권력, 선거, 연예계, 법조계가 한꺼번에 얽히는 생존극입니다. 주지훈이 맡은 방태섭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움직이지만, 5회에서 시선을 강하게 가져가는 인물은 하지원의 추상아입니다. 한때 정상에 있었던 배우였고, 지금은 결혼과 권력 관계 안에서 점점 소모되는 사람. 이 설정 자체는 낯설지 않지만, 하지원은 이 인물을 단순한 피해자처럼 연기하지 않습니다.
5회에서 추상아는 살인 사주 의혹에 몰립니다. 공황발작에 가까운 흔들림을 보이고, 자신을 감시해온 황정원과 마주하죠. 여기서 중요한 건 분노의 폭발이 아닙니다. 추상아는 오히려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상대를 밀어내는 대신 기묘한 방식으로 끌어당깁니다. 이때 나나가 맡은 황정원은 감시자이면서도 위로자처럼 보이고, 두 사람의 감정은 선명한 사랑이나 배신 하나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하지원 나나 장면이 화제가 된 이유
2026년 3월 30일 방송된 5회 이후, 하지원 나나 키스신은 꽤 빠르게 화제가 됐습니다. 이유는 분명합니다. 하지원이 오랜만에 드라마에서 보여준 강한 변신이었고, 나나는 <마스크걸> 이후 차갑고도 불안정한 얼굴을 설득력 있게 가져가는 배우로 자리 잡았기 때문입니다. 두 배우의 이미지가 충돌하는 순간이라 시청자가 멈칫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 장면을 단순히 ‘파격’이라는 말로만 묶으면 오히려 재미가 줄어듭니다. 추상아는 이 장면 직전까지 계속 궁지에 몰려 있습니다. 남편의 세계, 여론, 사건의 진실, 주변 인물의 감시까지 모든 것이 자신을 압박하죠. 황정원과의 입맞춤은 로맨틱한 해방이라기보다, 추상아가 자기에게 남은 통제권을 확인하는 장면처럼 보입니다. 누가 나를 감시했는지 알고도, 내가 먼저 감정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태도입니다.
나나의 황정원이 장면을 받쳐준 방식
나나의 연기는 여기서 과하게 튀지 않습니다. 사실 이런 장면은 한쪽이 감정을 크게 밀어붙이면 금방 납작해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황정원은 미안함, 경계, 끌림, 죄책감이 동시에 얹힌 얼굴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추상아가 다가가는 순간이 일방적인 유혹처럼 보이지 않고, 이미 둘 사이에 쌓여 있던 긴장이 터지는 느낌을 줍니다.
하지원은 인터뷰에서 나나가 상대를 편하게 해주는 배우라 키스신도 무리 없이 찍었다는 취지로 말했습니다. 이 말이 흥미로운 건, 화면에서도 비슷한 결이 느껴진다는 점입니다. 두 배우가 장면을 과시하려 들지 않고, 인물의 상처와 계산 사이에서 톤을 잡습니다. 덕분에 시청자는 ‘왜 이런 장면이 필요했나’보다 ‘이 관계가 어디까지 갈 수 있나’를 먼저 생각하게 됩니다.
클라이맥스가 맞는 사람과 아닌 사람
<클라이맥스>는 편하게 틀어두는 드라마와는 거리가 있습니다. 인물들이 대부분 선하지 않고, 권력 싸움의 밀도가 높으며, 감정선도 꽤 어둡습니다. 선거판과 연예계 스캔들, 법조 권력이 뒤엉키는 이야기를 좋아한다면 몰입할 구간이 많습니다. 반대로 따뜻한 인물 관계나 명확한 선악 구도를 기대하면 피로할 수 있습니다.
- 추천하는 쪽: <내부자들>식 권력극, 배우들의 센 얼굴, 배신과 생존이 이어지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
- 조금 고민할 쪽: 자극적인 설정에 쉽게 지치거나, 관계의 감정선을 명확하게 설명해주는 작품을 선호하는 사람
- 주목할 포인트: 하지원의 추상아가 피해자에서 생존자로 바뀌는 순간들
- 감상 팁: 키스신만 따로 보기보다 5회 전체 흐름 안에서 보는 편이 훨씬 낫습니다
화제 장면 뒤에 남는 건 배우의 얼굴
솔직히 말하면 <클라이맥스>의 모든 설정이 새롭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권력 카르텔, 비자금, 선거, 연예계 추문은 한국 장르물에서 자주 다뤄진 재료입니다. 그런데 하지원이 추상아를 연기하는 방식은 꽤 볼 만합니다. 무너질 때는 진짜로 무너지는 것처럼 보이다가, 다음 순간 표정 하나로 판을 다시 계산하는 인물처럼 바뀝니다.
나나 역시 황정원을 단순한 조력자나 감시자로 두지 않습니다. 상아를 향한 감정이 동정인지, 연민인지, 욕망인지, 혹은 자기 파괴인지 끝까지 흐리게 남깁니다. 그래서 두 사람의 장면은 장면 하나의 소문보다 관계 전체의 불안함으로 기억됩니다.
하지원 나나 클라이맥스 키스신은 분명 시선을 끄는 장면입니다. 다만 오래 남는 건 입맞춤 자체보다 그 직후 추상아의 얼굴입니다. 들킨 사람처럼 보이다가, 어느새 상대와 판을 모두 읽고 있는 사람의 얼굴. 저는 이 드라마를 볼지 말지 고민하는 사람에게 그 장면 하나만으로 추천하진 않겠지만, 하지원이 익숙한 이미지를 깨고 얼마나 차갑게 방향을 틀 수 있는지 보고 싶은 사람에게는 꽤 흥미로운 선택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