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신 16회까지 달려봤더니, 이 이상한 엔딩이 오래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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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신 16회까지 달려봤더니, 이 이상한 엔딩이 오래 남았다

얼마 전 닥터신 16회를 보고 나서 잠깐 화면을 멈춰놓고 있었다. 분명 끝까지 자극적인 드라마였고, 어떤 장면은 너무 과감해서 웃음이 먼저 나왔는데, 이상하게도 곧바로 꺼버리기는 어렵더라. 이 작품은 잘 만들었다 못 만들었다를 한 줄로 가르기보다, 피비 작가 특유의 욕망극을 어디까지 받아들일 수 있느냐에 따라 평가가 크게 갈리는 쪽에 가깝다.

스포일러가 있다. 아직 16회를 보지 않았다면 줄거리보다 분위기만 읽고, 본 뒤에 다시 오는 편이 낫다. 닥터신은 애초에 반전과 파국을 쌓아가는 드라마라서 마지막 회의 선택을 모르고 보는 맛이 꽤 크다.

16회는 ‘응징’보다 ‘기괴한 감정’이 먼저 온다

닥터신 16회에서 가장 강하게 남는 건 신주신의 최후다. 그동안 이 인물은 사랑이라는 말을 앞세웠지만, 사실상 욕망과 집착에 가까운 선택을 반복해왔다. 그래서 마지막 회가 단순히 벌을 내리는 방식으로 끝났다면 예상 가능한 권선징악이 됐을 것이다. 그런데 드라마는 여기서 한 발 더 나간다. 신주신의 말로를 현실적인 처벌이 아니라 거의 우화 같은 방식으로 밀어붙인다.

특히 ‘개로 환생한 듯한’ 엔딩은 닥터신을 끝까지 본 사람에게도 당황스러운 장면이다. 진지하게 보면 인과응보이고, 비틀어 보면 블랙코미디이며, 더 넓게 보면 이 드라마가 처음부터 품고 있던 질문의 이상한 답변이기도 하다. 사람의 몸, 영혼, 사랑의 대상, 욕망의 책임. 이 네 가지를 계속 뒤섞어온 작품이니 마지막도 평범한 법정극처럼 닫히지는 않는다.

피비 작가식 설정이 가장 세게 터진 회차

닥터신은 16부작 내내 ‘뇌 체인지’라는 설정을 멜로와 메디컬 스릴러 사이에 걸쳐놓았다. 사실 의학적 개연성을 촘촘하게 따지는 시청자라면 초반부터 걸리는 부분이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병원 소재를 리얼리즘으로 쓰기보다, 인간의 욕망을 드러내는 장치로 쓴다. 그래서 수술이나 혼수상태보다 중요한 건 누가 누구의 삶을 차지하려 했는가다.

16회는 그 질문을 노골적으로 되돌려준다. 사랑한다는 말이 상대의 존재를 존중하는 말인지, 아니면 내 욕심을 포장하는 말인지 끝까지 묻는다. 주신을 비롯한 인물들이 자기 감정을 사랑으로 착각하는 순간마다 드라마는 선을 넘게 만들고, 마지막에는 그 대가를 거의 민담처럼 보여준다.

이 지점에서 호불호가 선명하다. 어떤 시청자에게는 ‘이게 뭐야’ 싶은 엔딩이고, 어떤 시청자에게는 ‘그래, 닥터신이면 이 정도는 해야지’ 싶은 엔딩이다. 개인적으로는 후자에 조금 더 가깝다. 세련된 엔딩은 아니지만, 이 작품이 가진 이상한 에너지를 끝까지 밀고 갔다는 점에서는 기억에 남는다.

누구에게 맞는 드라마인가

닥터신 16회까지 추천할 수 있는 사람은 꽤 분명하다. 현실적인 메디컬 드라마, 촘촘한 수사극, 차분한 멜로를 기대한다면 맞지 않는다. 대신 말도 안 되는 설정을 감정의 과잉으로 받아들이고, 인물들이 파국으로 걸어 들어가는 과정을 보는 데 재미를 느끼는 사람에게는 꽤 강한 작품이다.

  • 임성한 작가 특유의 대사와 급커브 전개를 즐기는 사람
  • 막장이라는 단어를 단순한 비하가 아니라 장르적 재미로 받아들이는 사람
  • 사랑, 몸, 영혼 같은 소재가 뒤섞인 비현실적 멜로를 좋아하는 사람
  • 마지막 회에서 평범한 봉합보다 강한 장면 하나를 원하는 사람

반대로 인물 심리의 세밀한 누적을 중요하게 보는 사람에게는 피로할 수 있다. 닥터신은 설득보다 폭발을 선택하는 드라마다. 15회까지 쌓아온 갈등도 16회에서 차근차근 풀리기보다, 운명과 응보의 감각으로 한꺼번에 밀려온다. 그래서 납득보다 체감이 앞선다.

16회의 진짜 재미는 황당함을 피하지 않는 태도

많은 드라마가 마지막 회에서 갑자기 얌전해진다. 논란을 피하려고 안전한 감정선으로 수습하고, 인물들에게 그럴듯한 대사를 나눠주며 끝낸다. 닥터신 16회는 반대다. 끝까지 과하고, 끝까지 이상하고, 끝까지 자기 세계 안에서만 움직인다. 이 점이 단점이면서 동시에 이 작품을 말하게 만드는 힘이다.

특히 세빈이 강아지에게 사랑을 전하는 장면은 단순한 충격 장면으로만 소비하기엔 묘하다. 사랑의 대상이 몸인지 영혼인지 묻던 드라마가 마지막에 거의 불편한 농담처럼 답을 내놓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조롱처럼 느낄 수 있고, 누군가는 업보의 형식으로 볼 수 있다. 나는 그 애매함이 닥터신다운 끝이라고 봤다.

별점보다 취향 판별이 먼저인 작품

닥터신 16회는 별점으로 말하기 어려운 회차다. 완성도만 놓고 보면 매끄럽지 않은 부분이 있고, 감정선도 거칠다. 그런데 시청 경험으로 보면 쉽게 잊히지 않는다. 좋은 드라마와 이상하게 계속 떠오르는 드라마는 다르다. 닥터신은 후자에 더 가깝다.

내 기준에서는 추천 대상이 넓지는 않다. 하지만 취향이 맞는 사람에게는 꽤 짜릿하다. TV CHOSUN 주말극의 자극, 피비 작가식 욕망의 과장, 그리고 마지막 회에서만 가능한 황당한 응징을 기대한다면 16회까지 달릴 이유가 있다. 다만 작품을 보는 내내 ‘이건 왜 이렇게까지 가지?’라는 생각이 들 수 있는데, 솔직히 그 질문 자체가 닥터신을 보는 재미이기도 했다.

잘 닫힌 드라마라기보다 자기 방식으로 문을 세게 닫은 드라마다. 문짝 소리가 너무 커서 놀랐지만, 적어도 조용히 잊히는 마지막 회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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