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이맥스 8화까지 보고 나니, 이 드라마가 왜 호불호 갈리는지 보였다

얼마 전 지인에게 클라이맥스 8화까지 봤냐는 말을 들었는데, 대답보다 먼저 나온 건 웃음이었다. 이 드라마는 재미없다고 잘라 말하기엔 이상하게 끌고 가는 힘이 있고, 잘 만든 정치극이라고 말하기엔 군데군데 너무 급하게 뛰어넘는 장면이 있다. 그래서 더 취향을 많이 탄다. 8화는 특히 그 양면이 가장 또렷하게 보인 회차였다.
스포일러가 부담스러운 분이라면 여기서부터는 조심해서 읽는 편이 좋다. 인물 관계와 8화 엔딩의 방향을 언급한다.
8화는 판이 뒤집히는 회차였다
클라이맥스 8화는 중반부의 감정 축적보다 후반부 권력 게임의 방향 전환에 더 가깝다. 방태섭, 추상아, 이양미가 각각 쥔 카드가 드러나고, 선거판과 연예계 스캔들, 영화 사계를 둘러싼 비자금 의혹이 한 줄로 묶인다. 사실 이 정도 소재면 16부작에서도 충분히 복잡한데, 이 작품은 10부작 안에서 밀어붙인다.
그래서 장점과 단점이 동시에 생긴다. 장면 전환은 빠르고, 매 회차마다 사건은 있다. 지루할 틈은 적다. 그런데 감정이 납득되기 전에 사건이 먼저 치고 나가는 순간도 많다. 시청률 흐름도 그 분위기를 보여준다. 닐슨코리아 기준으로 1회 2%대 후반에서 시작해 3회에는 3%대 후반까지 올랐지만, 8회는 다시 2%대 후반으로 내려갔다. 화제성 있는 배우와 소재에 비해 시청자 이탈이 생긴 이유도 어느 정도 이해된다.
하지원과 나나의 과거가 만든 긴장감
8화에서 가장 눈에 들어오는 건 추상아와 황정원의 과거다. 이 드라마가 단순히 누가 누구를 배신했느냐만 보여줬다면 훨씬 납작했을 텐데, 두 사람의 관계를 통해 사적인 감정이 어떻게 공적인 폭탄이 되는지 보여준다. 여기서 클라이맥스 특유의 차가운 맛이 나온다.
사실 정치극에서 사생활 폭로는 낯선 장치가 아니다. 문제는 그 폭로가 인물을 더 깊게 만드는가, 아니면 자극적인 사건으로만 소비되는가다. 클라이맥스 8화는 둘 사이 어딘가에 있다. 추상아와 황정원의 감정선은 더 보고 싶을 만큼 흥미롭지만, 동시에 조금만 더 천천히 쌓았으면 훨씬 아팠을 관계다. 하지원의 절제된 얼굴과 나나의 불안한 에너지가 장면을 버티게 한다.
방태섭은 매력적인데, 설득력은 흔들린다
방태섭이라는 인물은 좋은 의미로도 나쁜 의미로도 드라마의 중심이다. 주지훈이 가진 느슨한 여유, 공격적으로 돌아서는 순간의 눈빛, 자기 이익을 위해 누구와도 손잡을 수 있는 냉정함이 캐릭터를 살린다. 8화에서도 권종욱과 손잡고 반격을 준비하는 흐름은 꽤 흥미롭다.
근데 문제는 방태섭이 너무 자주 편리하게 움직인다는 점이다. 위기에 몰린 것처럼 보였다가도 금세 새로운 카드를 꺼내고, 관계가 무너진 것 같다가도 다른 동맹이 생긴다. 이런 전개는 장르적으로는 속도감을 주지만, 인물의 바닥을 보는 느낌은 약해진다. 정치 스릴러를 좋아하는 사람은 이 속도를 장점으로 볼 수 있고, 인물 심리를 따라가는 드라마를 원하는 사람은 허술하다고 느낄 수 있다.
이 드라마가 맞는 사람과 아닌 사람
클라이맥스 8화까지 본 기준으로, 이 작품은 완성도보다 추진력으로 보는 드라마에 가깝다. 대사 한 줄 한 줄의 밀도나 정치 구조의 현실감을 기대하면 아쉬움이 생긴다. 반대로 배우들의 얼굴, 관계의 균열, 배신과 반격이 계속 이어지는 드라마를 좋아한다면 꽤 잘 맞는다.
- 권력 암투와 스캔들이 빠르게 얽히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맞는다.
- 주지훈, 하지원, 나나, 오정세, 차주영의 캐릭터 연기를 보는 재미를 중요하게 여긴다면 볼 만하다.
- 개연성의 촘촘함을 가장 중요하게 보는 사람에게는 답답할 수 있다.
- 정치극보다 멜로와 심리극의 결을 기대했다면 8화 이후 호불호가 더 커질 수 있다.
8화 이후 계속 볼 만한가
솔직히 말하면, 클라이맥스 8화는 명확하게 잘 만든 회차라기보다 다음 회를 보게 만드는 회차다. 방태섭과 추상아가 흔들리고, 이양미가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면서 남은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반격전으로 넘어간다. 이 지점에서 궁금증은 확실히 생긴다. 다만 그 궁금증이 인물에 대한 애정에서 오는지, 사건의 끝을 확인하고 싶은 마음에서 오는지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나는 이 드라마를 별점으로만 평가하면 조금 박하게 줄 것 같다. 그런데 추천 여부를 묻는다면 완전히 다르게 답하겠다. 정치, 연예계, 자본이 한 테이블에 앉아 서로의 약점을 물고 늘어지는 이야기를 좋아한다면 클라이맥스 8화는 꽤 맛있는 구간이다. 단, 치밀한 수 싸움보다 감정과 사건의 과열을 즐기는 쪽에 더 가까운 작품이라는 점은 알고 들어가는 게 좋다.
클라이맥스라는 제목처럼 8화는 모든 게 폭발하는 순간이라기보다, 폭발 직전에 누가 도화선을 쥐고 있는지 보여주는 회차였다. 그래서 완벽하진 않아도 이상하게 계속 보게 된다. 좋은 드라마의 조건을 다 갖췄다기보다는, 끝까지 확인하고 싶게 만드는 드라마의 조건을 꽤 영리하게 붙잡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