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무싸 황동만을 끝까지 따라가봤더니, 왜 공감이 어려웠는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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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무싸 황동만을 끝까지 따라가봤더니, 왜 공감이 어려웠는지 보였다

얼마 전 JTBC 드라마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 줄여서 모자무싸를 몰아서 봤는데 이상하게 황동만에게 오래 마음이 머물렀습니다. 불쌍한 인물인 건 알겠고, 구교환의 연기도 상당히 설득력 있는데, 막상 완전히 안아주기는 어려운 인물이었거든요.

황동만은 재능과 자존심, 열등감과 자기연민이 한 몸에 붙어 있는 사람입니다. 영화감독을 꿈꾸지만 현실은 계속 미끄러지고, 주변의 성공은 그에게 자극이 아니라 상처처럼 꽂힙니다. 그래서 이 캐릭터를 보며 울컥한 사람도 많았을 테지만, 반대로 왜 저렇게까지 남을 의식하나 싶어 피로했던 시청자도 적지 않았을 겁니다.

아래 내용에는 인물 관계와 후반부 흐름에 대한 언급이 있습니다. 큰 반전을 세세하게 풀지는 않지만, 아직 보지 않았다면 약한 스포일러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황동만은 불운한 사람이 아니라 불편한 사람에 가깝다

드라마가 황동만을 다루는 방식은 꽤 영리합니다. 그를 단순히 실패한 예술가로 포장하지 않습니다. 오래 버틴 사람의 초라함, 인정받지 못한 사람의 분노, 그런데 동시에 남에게 상처를 주면서도 자신만 피해자라고 느끼는 태도까지 같이 보여줍니다.

이 지점에서 공감이 갈립니다. 보통 시청자는 실패한 사람에게 마음을 열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실패를 이유로 타인의 성취를 깎아내리거나, 자기 고통을 남의 책임처럼 돌리는 순간부터 거리가 생깁니다. 황동만은 바로 그 경계 위에 서 있습니다.

특히 잘나가는 친구들 사이에서 혼자 뒤처졌다는 감각은 현실적입니다. 30대 후반, 40대 초반을 지나며 커리어 격차가 확 벌어지는 시기에는 친구의 성공이 진심으로 축하만 되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솔직히 누구나 한 번쯤 겪는 감정입니다. 하지만 황동만은 그 감정을 속으로 통과시키지 못하고 관계 안에서 터뜨립니다. 그래서 인간적이지만 피곤합니다.

공감이 어려운 첫 번째 이유는 자기연민의 농도다

황동만의 가장 큰 매력은 말맛입니다. 툭 던지는 말에 자조와 분노가 섞여 있고, 그 안에 오래 눌린 시간이 느껴집니다. 그런데 그 말들이 반복되면 어느 순간 방어가 됩니다. 자신을 지키기 위한 말이 아니라, 아무도 자신에게 가까이 오지 못하게 만드는 벽처럼 보입니다.

자기연민은 잘 쓰면 캐릭터의 깊이가 됩니다. 하지만 과하면 관객은 피로해집니다. 황동만은 내가 이렇게 된 데에는 이유가 있다는 감정을 계속 품고 있습니다. 문제는 그 이유가 충분히 이해되더라도, 그가 주변 사람에게 보이는 태도까지 전부 면죄부가 되지는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이 캐릭터가 어려운 겁니다. 슬픈 사람인데 착한 사람은 아닙니다. 외로운 사람인데 배려 깊은 사람도 아닙니다. 실패한 사람인데 실패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못난 선택을 합니다. 드라마는 그 모순을 지우지 않고 끝까지 들고 갑니다.

두 번째 이유는 질투가 너무 현실적으로 그려졌기 때문이다

영상 콘텐츠에서 질투는 자주 낭만화됩니다. 주인공이 잠깐 흔들리고, 곧 성장하고, 누군가의 한마디로 마음을 고쳐먹는 식이죠. 그런데 모자무싸의 황동만은 그렇게 산뜻하게 변하지 않습니다. 질투가 몸에 밴 사람처럼 움직입니다.

그가 박경세를 바라보는 감정, 변은아와 얽히며 흔들리는 자존심, 업계 사람들 앞에서 보이는 예민함은 현실의 민낯에 가깝습니다. 누군가를 부러워한다는 건 단순히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는 뜻만은 아닙니다. 때로는 왜 저 사람은 되고 나는 안 됐나, 내가 더 절박했는데 왜 세상은 나를 비켜갔나 같은 감정까지 끌고 옵니다.

그런데 이 감정은 보는 사람을 불편하게 만듭니다. 왜냐하면 황동만의 질투 안에서 우리 자신의 못난 얼굴도 조금씩 보이기 때문입니다. 공감이 안 되는 게 아니라, 너무 가까워서 밀어내고 싶은 순간이 생깁니다. 이 드라마가 잔잔한 척하면서 꽤 잔인한 이유도 거기에 있습니다.

그래도 황동만을 포기하기 어려운 순간들

공감이 어렵다고 해서 매력이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오히려 황동만은 최근 드라마 주인공 중 보기 드물게 지저분한 결을 가진 인물입니다. 착한 척도 덜 하고, 멋진 척도 오래 못 갑니다. 무너질 때는 품위 없이 무너지고, 인정받고 싶을 때는 너무 티가 납니다.

후반부로 갈수록 중요한 건 황동만이 갑자기 좋은 사람이 되느냐가 아닙니다. 그는 자기 안의 열등감과 무가치감을 완전히 없애는 인물이 아니라, 그 감정이 자신을 어디까지 망가뜨렸는지 조금씩 보는 인물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변화의 폭은 크지 않아도, 보는 맛은 있습니다.

  • 인물의 결점까지 견디며 보는 드라마를 좋아한다면 황동만은 꽤 오래 남습니다.
  • 빠른 전개와 사이다형 주인공을 원한다면 중반부가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 박해영 작가 특유의 자존심, 수치심, 구원에 가까운 관계 묘사를 좋아했다면 맞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 구교환의 건조한 유머와 불안정한 눈빛 연기에 끌린다면 이 캐릭터는 거의 맞춤형입니다.

황동만이 안 맞는 사람에게도 의미가 있는 이유

사실 모든 좋은 캐릭터가 사랑받을 필요는 없습니다. 어떤 인물은 싫고, 답답하고, 공감하기 어려워서 더 오래 생각납니다. 황동만이 그렇습니다. 그는 시청자에게 나를 이해해달라고 조르는 인물이 아니라, 내가 나를 얼마나 싫어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인물에 가깝습니다.

모자무싸를 추천할 때 저는 이 드라마를 따뜻한 힐링물이라고만 말하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표면은 사람을 품는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속으로 들어가면 꽤 날카롭습니다. 특히 황동만은 실패한 사람을 아름답게 미화하지 않고, 실패가 사람을 얼마나 좁고 예민하게 만들 수 있는지 보여줍니다.

그래서 황동만에게 끝까지 공감하지 못했다면 그것도 자연스러운 반응입니다. 다만 그 불편함이 드라마의 약점이라기보다는 의도에 가까워 보입니다. 좋은 사람이라서 응원하는 인물이 아니라, 저렇게까지 망가진 마음도 결국 어디론가 가야 한다는 걸 보여주는 인물. 저는 황동만을 좋아했다기보다, 외면하기 어려웠습니다. 그게 이 드라마가 남긴 가장 묘한 감각이었습니다.

모자무싸 황동만을 끝까지 따라가봤더니, 왜 공감이 어려웠는지 보였다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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