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무싸를 끝까지 봤더니, 불편한데 오래 남는 드라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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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무싸를 끝까지 봤더니, 불편한데 오래 남는 드라마였다

얼마 전 모자무싸를 보다가 잠깐 멈춘 장면이 있었다. 누가 크게 울거나 소리를 지르는 장면도 아니었는데, 이상하게 마음이 불편했다. 잘난 친구들 사이에서 혼자만 제자리인 사람, 남의 성공을 축하하면서도 속으로는 무너지는 사람, 그런 감정을 너무 정확히 건드렸기 때문이다.

모자무싸는 제목부터 길다. 정식 제목은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 줄여서 모자무싸라고 부르지만, 사실 이 줄임말 안에 드라마의 성격이 거의 들어 있다. 이 작품은 누가 성공하고 누가 실패했는지를 보여주는 드라마라기보다, 실패했다고 느끼는 사람이 자기 안의 모멸감과 어떻게 하루를 버티는지 따라가는 쪽에 가깝다.

모자무싸는 어떤 드라마인가

JTBC 드라마 모자무싸는 영화판을 배경으로 한다. 중심에는 황동만이라는 인물이 있다. 대학 시절 함께 영화를 꿈꿨던 친구들은 감독, 제작자, 프로듀서로 자리를 잡았지만 동만만은 아직 자기 영화를 완성하지 못했다. 시나리오를 여러 편 썼고, 오래 버텼고, 계속 꿈을 말했지만 현실은 자꾸 그를 밀어낸다.

이 설정만 들으면 실패한 창작자의 재기담처럼 보인다. 그런데 드라마는 그렇게 간단하게 달리지 않는다. 사이다 장면을 크게 터뜨리기보다, 한 사람이 자기보다 앞서간 사람들을 볼 때 생기는 질투와 수치심을 오래 들여다본다. 그래서 재미가 빠르게 오는 작품은 아니다. 대신 2회, 3회 지나면서 인물의 표정과 말 사이에 숨어 있는 감정이 쌓인다.

구교환은 이 드라마에서 특유의 어긋난 리듬을 잘 쓴다. 말투는 덤덤한데 눈빛은 이미 무너져 있고, 괜찮은 척하는 순간일수록 더 위태롭다. 고윤정이 맡은 변은아 역시 단순한 구원자나 로맨스 상대가 아니다. 자기 상처를 가진 채 동만의 결핍을 마주하는 인물이라, 두 사람의 관계는 달콤하다기보다 서로의 폐허를 알아보는 느낌에 가깝다.

재미보다 감정의 밀도가 먼저 온다

모자무싸를 볼 때 가장 먼저 기대치를 조절해야 할 부분은 속도다. 자극적인 사건, 통쾌한 복수, 매회 반전으로 끌고 가는 드라마를 원한다면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다. 사실 이 작품의 긴장은 바깥 사건보다 안쪽 감정에서 나온다. 친구가 잘됐다는 소식을 듣고 축하 메시지를 보내는 손, 그런데 그 뒤에 따라오는 자기혐오. 그런 장면들이 작품의 중심이다.

박해영 작가의 전작을 좋아했던 사람이라면 익숙한 결이 있다. 나의 아저씨가 고단한 사람들의 품위를 말했고, 나의 해방일지가 매일의 권태와 해방 욕망을 건드렸다면, 모자무싸는 비교와 무가치감에 훨씬 가까이 붙는다. 특히 30대 후반부터 50대 초반까지, 주변 사람의 성취가 곧 내 실패처럼 느껴진 적 있는 사람에게 꽤 세게 들어온다.

시청률만 놓고 보면 초반에는 조용한 편이었지만, 입소문은 감정선 쪽에서 붙은 작품이다. 닐슨코리아 기준으로 초반 2%대에서 출발했고, 중반 이후 3%대 후반까지 올라갔다는 보도가 있었다. 숫자 자체보다 흥미로운 건 반응의 성격이다. 크게 웃기거나 울려서가 아니라, 보고 나면 누군가와 오래 얘기하고 싶어지는 드라마라는 점이다.

이런 사람에게 잘 맞는다

  • 나의 아저씨, 나의 해방일지처럼 인물의 내면을 천천히 따라가는 드라마를 좋아하는 사람
  • 성공담보다 실패감, 질투, 열등감 같은 감정을 솔직하게 다루는 이야기에 끌리는 사람
  • 구교환의 불안정하고 섬세한 연기를 좋아하는 사람
  • 영화판, 창작자, 오래 버틴 사람들의 이야기에 관심 있는 사람
  • 큰 사건보다 대사와 침묵, 표정으로 쌓이는 드라마를 선호하는 사람

반대로 매회 강한 사건이 있어야 몰입하는 편이라면 초반이 버거울 수 있다. 특히 1, 2회는 인물 소개보다 감정의 온도를 맞추는 데 시간을 쓴다. 이 드라마는 친절하게 손잡고 끌고 가는 쪽이 아니라, 옆자리에 앉아 한참 말없이 있다가 어느 순간 속마음을 꺼내는 쪽이다.

스포일러 없이 보는 관전 포인트

스포일러 없이 말하자면, 모자무싸의 핵심 관전 포인트는 동만이 성공하느냐가 아니다. 그는 왜 남의 성취 앞에서 그렇게 작아지는가, 왜 자기가 원하는 일을 계속 사랑하면서도 그 일을 미워하게 되는가, 그 질문을 따라가면 작품이 훨씬 선명해진다.

또 하나는 8인회 관계다. 대학 시절 같은 출발선에 있었다고 믿었던 사람들이 시간이 흐른 뒤 전혀 다른 위치에 서게 될 때, 우정은 생각보다 쉽게 비틀린다. 누구는 선의로 말했지만 누군가에겐 모욕으로 들리고, 누군가는 도와주려 했지만 상대는 동정으로 받아들인다. 이 미묘한 간극이 모자무싸의 좋은 장면들을 만든다.

고윤정의 변은아를 볼 때도 로맨스 문법만 기대하지 않는 편이 좋다. 은아는 동만을 이해해주는 인물이면서 동시에 동만의 못난 부분을 비추는 거울이다. 그래서 두 사람의 장면은 설렘보다 긴장이 먼저 생긴다. 서로를 안아주는 장면조차 예쁘게 포장되지 않고, 살아남은 사람들이 겨우 숨을 고르는 느낌으로 남는다.

OTT로 볼 때는 이렇게 접근하면 좋다

모자무싸는 방송 당시 JTBC 편성으로 공개됐고, OTT에서는 티빙과 넷플릭스 기준으로 언급된 작품이다. 다만 OTT 공개 상태는 시기와 이용권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실제 감상 전에는 사용하는 서비스 안에서 제목을 직접 검색하는 게 가장 정확하다.

감상 방식은 몰아보기보다 2회씩 끊어 보는 쪽을 권한다. 감정이 꽤 눅진해서 한 번에 달리면 인물들의 피로감이 그대로 넘어올 수 있다. 대신 하루나 이틀 간격을 두고 보면 대사 하나가 오래 남는다. 특히 동만의 열등감이 불편하게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면, 그건 작품이 실패해서가 아니라 너무 가까운 감정을 건드렸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모자무싸는 누구에게나 쉽게 추천할 드라마는 아니다. 하지만 취향이 맞는 사람에게는 꽤 깊이 박힌다. 나는 이 작품을 잘 만든 위로극이라기보다, 위로받고 싶다는 말조차 민망한 사람들을 위한 드라마로 봤다. 화면은 조용한데 보고 나면 마음속에서 오래 시끄러운 작품, 그런 드라마가 가끔은 더 오래 남는다.

모자무싸를 끝까지 봤더니, 불편한데 오래 남는 드라마였다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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