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드라마 결말 보고 다시 떠올린 장면들

지리산을 다 보고 나서 가장 오래 남은 건 범인의 얼굴보다 마지막 해돋이였다. 산에서 벌어진 죽음의 진상을 따라가던 이야기가 결국 누가 살아 돌아와 다시 산에 오를 수 있는가로 끝나기 때문이다. 지리산 드라마 결말이 헷갈렸다면 범인의 정체, 현조가 남긴 단서, 마지막 재회 순서로 보면 흐름이 선명해진다.
아래부터는 16회 최종화의 범인과 생존 여부를 모두 밝힌다. 아직 시청 전이라면 여기서 멈추는 편이 좋다.
범인은 김솔, 사고처럼 보였던 죽음의 뒤에 있었다
지리산에서 이어진 의문의 죽음은 우연한 조난 사고만이 아니었다. 범인은 레인저 김솔이다. 그는 이세욱과 함께 검은다리골에 얽힌 사람들을 노렸고, 산에서 일어난 사고처럼 범행을 감췄다. 서이강이 김솔을 의심해도 곧바로 붙잡지 못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의심을 입증할 물증이 없었기 때문이다.
김솔의 원한은 어린 시절 살던 검은다리골로 거슬러 올라간다. 마을 사람들이 그의 가족에게 남긴 상처와 가족을 잃은 기억이 오랜 시간 복수심으로 굳어졌다. 그런데 드라마는 그 사연을 들려주면서도 살인을 정당한 일로 그리지는 않는다. 김솔은 자신이 산의 뜻을 따른다고 믿지만, 그 말은 끝내 자신의 선택을 가리는 핑계에 가깝다.
이 지점에서 지리산은 단순한 범행 장소보다 복잡한 의미를 갖는다. 누군가는 산을 이용해 사람을 해치고, 레인저들은 같은 산에서 사람을 찾아 살린다. 같은 장소를 두고도 김솔과 이강·현조가 전혀 다른 행동을 한다는 대비가 후반부의 중심이다.
현조의 마지막 표식은 범인을 잡을 증거를 가리켰다
강현조는 병원에 의식 없이 누워 있는 동안 생령의 모습으로 산에 남아 있었다. 이 설정 때문에 처음 보면 현조가 이미 죽은 것인지, 산에 보이는 모습이 환영인지 혼란스럽다. 마지막회에서 중요한 건 그의 생령이 이강에게 줄 수 있는 정보를 끝까지 찾고 있었다는 점이다.
김솔이 숨겨 둔 증거를 없애자 사건이 다시 막히는 듯하다. 그때 현조는 이강과 약속한 방식으로 마지막 표식을 남긴다. 표식이 가리킨 것은 산속의 또 다른 시신이 아니라 해동파출소에 보관된 이세욱의 휴대전화다. 휴대전화에 남은 김솔과 이세욱의 연락 기록이 두 사람의 범행을 잇는 물증이 된다. tvN 최종화에서도 이 장면을 현조의 마지막 단서로 강조한다.
현조가 표식을 남긴 직후 산에서 사라지는 장면은 꽤 잔인하다. 병원에서는 가족이 생명 유지 장치를 중단하기로 한 상황이라, 이강에게도 시청자에게도 이별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장면만으로 현조의 죽음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뒤에 나오는 병원 장면과 마지막 해돋이까지 봐야 그의 상태가 드러난다.
김솔의 최후와 이강·현조의 생존
수사망이 좁혀지자 김솔은 이강을 납치해 다시 산으로 향한다. 이강의 할머니까지 자신이 죽였다고 털어놓는 순간, 김솔의 복수는 과거의 특정 인물에게만 향한 것이 아니었음이 분명해진다. 그는 자신의 믿음에 거슬리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해칠 수 있는 인물이 됐다.
이강은 차에서 벗어나지만 김솔의 위협은 계속된다. 그때 떨어진 바위가 김솔을 덮치고 이강은 살아남는다. 김솔이 줄곧 산의 뜻을 내세웠다는 점을 떠올리면, 그의 최후는 의도적인 역설처럼 읽힌다. 다만 바위가 떨어진 일을 산의 초자연적인 심판이라고 확정하기보다는, 작품이 남겨 둔 상징적인 장면으로 보는 편이 자연스럽다.
현조도 죽지 않는다. 이강이 빈 병실을 보고 무너진 뒤, 의료진의 설명을 통해 그가 스스로 숨을 쉬기 시작했음이 밝혀진다. 시간이 흐른 뒤 이강은 휠체어 없이 다시 걷고, 현조 역시 산에 오른다. 두 사람이 새해 첫 해를 보며 마주하는 장면이 실제 마지막 재회다. 둘의 감정을 긴 대사로 규정하기보다, 다시 같은 산에 설 수 있게 된 모습을 보여주며 끝낸다.
해돋이가 반갑지만 조금 급하게 느껴지는 이유
개인적으로 이 결말에서 가장 좋았던 건 현조의 예지보다 레인저들의 협력이 사건을 끝까지 밀고 간다는 점이다. 현조는 표식을 남기고, 이강은 그 뜻을 해석하며, 동료들은 휴대전화를 찾아 수사로 연결한다. 신비한 능력 하나가 범인을 해결하는 이야기였다면 마지막 해돋이의 온기도 덜했을 것이다.
아쉬움도 있다. 현조가 깨어나고 이강이 다시 걷게 되는 과정은 짧게 지나간다. 두 사람의 회복을 더 오래 지켜보고 싶었던 시청자라면 행복한 마지막 장면에도 갑작스럽다는 느낌이 남을 수 있다. 반대로 산을 배경으로 한 미스터리에 구조 현장의 동료애와 희망적인 끝을 기대했다면 충분히 마음이 갈 작품이다. 촘촘한 범죄극의 인과만을 기대하면 초자연적 설정과 빠른 회복이 걸릴 수 있다.
결국 마지막 해돋이는 모든 상처가 사라졌다는 선언보다는, 상처를 겪은 사람들이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온 장면에 가깝다. 16회 동안 산이 사람을 앗아가는 모습을 봐 왔기에, 이강과 현조가 나란히 살아서 그 풍경을 보는 순간이 더 길게 남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