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영화 개봉예정작을 훑어봤더니 취향이 갈렸다

며칠 전 10월 개봉표를 훑다가 같은 주에 걸리는 영화들의 분위기가 꽤 다르다는 걸 느꼈다. 1000편 넘게 보다 보니 기대작을 고를 때도 화제성보다 ‘지금 내가 어떤 기분인가’를 먼저 따지게 된다. 2026년 10월 19일 기준, 아직 개봉하지 않은 작품 중 취향별로 눈여겨볼 만한 영화를 골랐다. 아래 내용은 공개된 줄거리와 작품 정보를 바탕으로 한 개봉 전 선택 가이드다. 이야기의 전환점이나 반전은 언급하지 않는다.
서늘한 이야기가 당긴다면 실낙원
10월 21일 개봉 예정인 연상호 감독의 <실낙원>은 9년 전 사라진 아들이 돌아오면서 시작된다. 엄마는 아이의 생존을 기뻐하지만, 눈앞의 청년이 자신이 기억하는 아들과 다르다는 불안도 느낀다. 김현주와 배현성이 모자로 출연한다. 공개된 설정만 놓고 보면 ‘돌아온 사람이 누구인가’라는 수수께끼와 상실을 견뎌온 사람의 마음이 함께 움직이는 심리 스릴러다.
연상호 감독의 이전 작품에서 큰 사건이 밀려오는 속도감을 좋아했다면 이번에는 기대의 방향을 조금 바꿔 잡는 편이 좋겠다. 배급사 CJ ENM이 공개한 이야기의 중심은 한 가족의 재회와 의심에 있다. 저는 이런 영화에서 사건의 답보다 인물이 왜 그 답을 두려워하는지가 더 오래 남는다. 불편한 긴장을 즐기는 사람에게 우선권을 주고 싶다. 다만 가볍게 놀라며 보는 공포물을 찾는 날이라면 소재가 무겁게 느껴질 수 있다.
사람을 오래 바라보고 싶다면 씽씽과 여전히 찬란하게
같은 10월 21일 개봉 예정인 <씽씽>은 뉴욕 싱 싱 교도소의 연극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수감자들을 따라간다. 콜먼 도밍고가 연기하는 디바인 G를 중심으로, 무대에서 다른 사람이 되어보는 시간이 자신의 삶을 어떻게 바꾸는지 보여주는 작품이다. 교도소 영화라고 해서 탈출이나 범죄 수사의 박진감을 기대하면 방향이 다르다. 상처를 가진 사람들이 함께 무언가를 만드는 과정을 좋아한다면 이쪽이 맞다. 배우들의 표정과 대화를 따라가는 영화가 당기는 날에 고르겠다.
<여전히 찬란하게>는 김혜자가 출연하는 118분짜리 한국 드라마로, 역시 10월 21일 개봉 예정이다. 오래전 친구를 다시 만난 두 여성이 함께 노래자랑에 나서려 한다. 그런데 한 사람의 기억이 조금씩 흐려진다. 씨네21에 공개된 줄거리에는 현재의 재회와 1942년 소녀 시절의 약속이 함께 담겨 있다. 익숙한 ‘추억’ 이야기로만 받아들이기에는 두 사람이 지나온 시간의 무게가 크다. 가족이나 오래된 친구와 볼 영화를 찾는다면 후보에 올릴 만하지만, 기억을 잃어가는 인물의 이야기에 마음이 많이 흔들리는 사람은 그 점을 알고 고르는 게 좋다.
작은 대화의 여운을 좋아한다면 눈 둘 데가 없네
홍상수 감독의 <눈 둘 데가 없네>도 10월 21일 관객을 만난다. 씨네큐브에 공개된 소개에 따르면 주인공 상희는 남동생과 함께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어머니를 찾아 제주도로 간다. 함께 보내는 이틀 남짓한 시간 동안 가족의 말과 시선이 오간다. 상영시간은 72분. 길이는 짧지만, 이런 종류의 영화는 사건의 수보다 대화 사이의 거리감을 보는 재미가 크다.
제 선택 기준은 분명하다. 갈등이 또렷하게 풀리고 감정이 크게 터지는 영화를 원한다면 다른 작품이 낫다. 반대로 누군가 무심코 건넨 말이 오래 걸리는 경험을 좋아한다면 눈여겨볼 만하다. 같은 날 개봉하는 <실낙원>이 재회 이후의 의심을 밀어붙인다면, 이 영화는 재회한 사람들이 서로를 얼마나 알고 있는지 가만히 묻는 쪽에 가깝다. 두 작품을 나란히 놓으니 취향의 차이가 더 선명해진다.
10월 마지막 주에는 웃음과 낯선 상상을 골라볼 수 있다
10월 28일 개봉 예정인 <수능, 출제의 비밀>은 수능 문제를 만드는 사람들의 40일 합숙을 소재로 한 코미디다. 이선빈이 뜻밖에 출제 현장에 들어간 국어 교사를, 유재명이 출제 위원장을 맡는다. 씨네21에 공개된 상영시간은 99분. 시험을 치르는 학생이 아니라 ‘문제없는 문제’를 만들어야 하는 어른들을 바라본다는 점이 재미있다. 익숙한 한국 사회의 풍경에서 웃음을 찾는 사람, 무거운 이야기 대신 동행과 편하게 볼 작품이 필요한 사람에게 어울리겠다.
같은 날 개봉 예정인 애니메이션 <장님 버드나무와 잠자는 여자>는 방향이 전혀 다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들을 엮어, 지진 이후 일상이 흔들린 사람들에게 뜻밖의 사건이 찾아오는 이야기다. 거대한 개구리가 등장한다는 설정부터 현실적인 서사만 기대하면 낯설 수 있다. 대신 이상한 장면을 따라가다 상실과 불안의 감각을 만나는 작품을 좋아한다면 매력적인 선택이다. 씨네21 기준 상영시간은 108분, 관람등급은 15세 이상이다. 어린이를 위한 애니메이션을 찾는 경우에는 특히 등급을 먼저 확인해야 한다.
한 편만 고른다면 지금 필요한 감정부터 생각해보겠다. 긴장은 <실낙원>, 사람의 온기는 <씽씽>이나 <여전히 찬란하게>, 조용한 대화는 <눈 둘 데가 없네>, 웃음은 <수능, 출제의 비밀>, 낯선 상상은 <장님 버드나무와 잠자는 여자> 쪽이다. 개봉일과 상영관은 바뀔 수 있으니 예매 전 극장 편성표를 다시 확인하는 게 좋다. 제게 좋은 추천은 가장 유명한 영화를 앞세우는 일이 아니라, 보고 나온 뒤의 기분까지 조금은 예상하고 건네는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