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 상영작을 취향대로 골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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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영화제 상영작을 취향대로 골라봤다

영화제 상영작 목록을 펼칠 때마다 제목보다 먼저 보는 건 그날 내 기분이다. 유명 감독의 신작이 끌리는 날도 있지만, 조용한 대화가 오래 남는 날도 있다. 2026년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작도 그 기준으로 골라봤다. 부산국제영화제의 작품 소개를 바탕으로, 줄거리의 중요한 전개는 밝히지 않고 어떤 관객에게 맞을지 짚었다.

대화가 오래 남는 영화를 찾는다면

개막작인 김종관 감독의 <낮과 밤은 서로에게>는 한 카페를 지나가는 네 쌍의 남녀를 따라간다. 우연한 마주침, 오랜 친구와의 재회, 처음 만난 사람 사이의 대화가 각각 다른 온도로 흐른다. 80분 동안 큰 사건보다 말투와 표정의 작은 변화를 보고 싶은 사람에게 맞겠다. <더 테이블>에서 사람 사이의 미묘한 거리를 좋아했다면 가장 먼저 눈여겨볼 작품이다. 반대로 뚜렷한 갈등과 빠른 전개를 기대한다면 잔잔하게 느껴질 수 있다.

오키타 슈이치 감독의 <사토코는 언제나>도 인물에게 시간을 내어주는 영화다. 열다섯, 서른다섯, 쉰다섯 살의 세 사토코가 저마다 자기 이야기를 써 내려간다. 첫사랑의 아픔부터 일과 관계의 혼란, 자녀를 키운 뒤 다시 자신을 바라보는 순간까지 삶의 시기가 폭넓다. 러닝타임은 138분. 가벼운 위로 한마디보다 서로 다른 나이의 고민을 천천히 따라가고 싶은 관객에게 권한다.

익숙한 이름에서 새로운 감정을 찾고 싶다면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룩백>은 후지모토 타츠키의 만화를 실사로 옮긴 작품이다. 그림을 그리는 두 소녀가 서로의 재능에 자극받고 함께 꿈을 키운다. 창작하는 사람이라면 친구를 좋아하면서도 부러워했던 마음이 특히 가깝게 닿을 듯하다. 원작이나 애니메이션을 본 관객은 인물과 공간이 실사에서 어떻게 살아나는지 비교하는 재미도 있다. 다만 밝은 우정담만 예상하고 고르기에는 감정의 무게가 있는 작품이다.

연상호 감독의 <실낙원>은 그보다 훨씬 불안한 질문을 던진다. 스쿨버스 실종 사건으로 아들을 잃은 어머니 앞에 9년 뒤 낯선 모습의 아들이 나타난다. 증강현실 속에서 만나던 아이와 눈앞의 아이 사이, 무엇을 믿을 수 있는지가 이야기의 동력이다. <부산행>의 속도감보다 인물의 의심과 선택을 따라가는 심리 스릴러를 기대하는 편이 어울린다. 소재에 아동 실종과 죽음이 포함되므로 이런 이야기가 힘든 날이라면 다른 작품을 먼저 고르는 게 좋겠다.

영화제가 아니면 지나쳤을 작품도 있다

경쟁 부문에 오른 마지드 마지디 감독의 이란 영화 <빵과 책>은 작은 마을의 유일한 교사 솔란을 중심에 둔다. 학교 급식 지원이 끊기자 학생들이 학교에 나오지 못할 위기에 놓이고, 솔란도 어려운 선택 앞에 선다. 교육과 생계가 한 사람의 선의만으로 버텨질 수 있는지 생각하게 만드는 설정이다. 133분이라는 길이와 무거운 소재가 부담일 수 있지만, 사회 문제를 인물의 삶 가까이에서 보고 싶은 관객에게는 이 목록에서 가장 선명한 선택이다.

공포영화를 좋아한다면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의 태국 영화 <인헤릿>도 눈에 들어온다. 수십 년 만에 돌아온 할머니와 가문에 얽힌 비밀을 다루는 작품으로, <셔터>와 <랑종>의 감독이라는 이력만으로도 장르 팬의 기대를 모을 만하다. 가족의 과거가 현재를 압박하는 이야기를 좋아한다면 잘 맞겠다. 호러에 약한 사람에게는 앞의 대화 중심 작품들이 훨씬 편한 선택이다.

상영작 목록을 볼 때 내가 고르는 순서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작에는 개막작과 갈라 프레젠테이션처럼 익숙한 이름도 있고, 경쟁 부문에서 처음 만나는 영화도 있다. 나는 감독 이름으로 한 편을 고른 뒤, 평소에는 지나쳤을 국가나 장르에서 한 편을 더 고른다. 이번 목록이라면 <낮과 밤은 서로에게>와 <빵과 책>, 또는 <룩백>과 <인헤릿> 같은 조합이다. 분위기가 다른 두 편을 나란히 놓으면 내 취향도 좀 더 또렷해진다.

2026년 영화제는 10월 6일부터 15일까지 열렸다. 지금 관람을 생각한다면 영화제 상영 일정은 이미 끝났으니, 각 작품의 국내 개봉이나 OTT 공개 여부를 따로 확인해야 한다. 공개 시기는 작품마다 다를 수 있다. 영화제 목록의 좋은 점은 당장 볼 수 있는 영화만 찾게 하지 않는 데 있다. 제목 하나를 기억해 두었다가 나중에 만나는 즐거움도 꽤 크다.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작을 취향대로 골라봤다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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