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 폐막식 수상작을 따라가 봤더니

영화를 천 편 넘게 보다 보니 시상식 소식에서 먼저 눈길이 가는 건 트로피보다 작품 이름이다. 상을 받은 영화가 내 취향에도 맞을지는 별개의 문제라서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식도 수상작을 ‘누가 좋아할 영화인가’라는 기준으로 다시 읽어봤다. 작품의 주요 전개와 끝 장면은 언급하지 않는다.
올해 폐막식은 수상작을 상영했다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는 2026년 10월 6일부터 15일까지 열렸다. 폐막식은 마지막 날 오후 6시 영화의전당에서 시작했고, 배우 임시완이 단독으로 진행했다. 공식 상영 시간표에는 ‘폐막식 + 부산 어워드 수상작 상영’으로 적혀 있다. 미리 제목이 공개된 폐막작 한 편을 보러 가는 방식과는 조금 달랐다. 시상 결과를 확인한 뒤 그해의 선택을 스크린에서 만나는 구성이었다.
그날 부산 어워드 대상은 마지드 마지디 감독의 이란 영화 <빵과 책>에 돌아갔다. 심사위원 특별상은 에디 차효노 감독의 <마이 마더>, 감독상은 리윈찬 감독의 <평범하기 위하여>가 받았다. 뉴 커런츠상 수상작은 샤샹크 왈리아 감독의 <어둠 속의 새들>이었다. 부산국제영화제가 공개한 수상 명단을 보면, 화제성만으로 작품을 고르기보다 서로 다른 지역의 이야기가 어떤 방식으로 영화가 되었는지 살펴볼 만하다.
대상작 <빵과 책>이 맞는 사람
<빵과 책>은 메마른 마을의 유일한 교사 솔란을 따라간다. 학교 급식 지원이 끊기면서 아이들의 등교와 학교의 존속까지 흔들린다. 솔란은 수업을 이어가기 위해 위험한 선택을 한다. 영화제가 소개한 러닝타임은 133분이다. 짧고 경쾌한 영화를 찾는 날보다는, 한 사람의 선택을 오래 지켜볼 마음이 있는 날에 어울린다.
이 설정에서 끌리는 건 ‘좋은 교사’라는 말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다. 아이들을 위하는 마음과 자기 삶을 지키려는 마음이 함께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천국의 아이들>에서 마지드 마지디 감독이 보여준 인간적인 시선을 좋아했다면 우선 관심을 둘 만하다. 다만 가난한 마을의 사정을 따뜻한 풍경으로만 소비하는 이야기를 기대한다면 무게감이 다르게 느껴질 수 있다. 부산 어워드 대상이라는 이름보다, 그런 갈등을 133분 동안 따라가고 싶은지가 선택의 기준이다.
가족 영화라는 말로 묶기 어려운 두 편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은 <마이 마더>는 딸을 만나기 위해 움직이는 어머니의 이야기다. 공식 작품 소개에는 가정폭력, 이주노동, 사형 선고가 등장한다. 이 정도만 알아도 관람 전 마음의 준비가 필요한 작품임을 짐작할 수 있다. 96분으로 비교적 짧지만 소재는 가볍지 않다. 가족의 사랑을 포근하게 확인하고 싶은 사람보다, 한 여성의 삶을 가로막는 사회적 조건까지 함께 보고 싶은 사람에게 맞겠다.
감독상 수상작 <평범하기 위하여>는 사고 이후 달라진 청년 위지에와 가족의 일상을 다룬다. 영화제 소개에 따르면 사고 가해자의 보상과 죄책감, 가족 사이의 거리, 재활 과정에서 생기는 관계가 이야기의 축이다. 러닝타임은 112분. 큰 사건의 해답을 빠르게 얻는 영화보다, 식탁에 다시 함께 앉는 일이 왜 어려운지 지켜보는 영화를 좋아한다면 눈여겨볼 만하다. 반대로 사고 뒤의 회복을 단순한 감동담으로 기대하고 고르면 결이 다를 수 있다.
두 작품 모두 가족을 다루지만 시선은 다르다. <마이 마더>가 어머니와 딸을 둘러싼 폭력과 억압에 무게를 둔다면, <평범하기 위하여>는 사고 이후 한 가족이 일상을 다시 만들어가는 과정에 가까워 보인다. 이 비교는 부산국제영화제의 작품 소개를 바탕으로 한 취향 안내다. 아직 작품을 보지 않았다면 수상 부문만 보고 비슷한 영화라고 생각하지 않는 편이 좋다.
폐막식 뒤에 무엇을 찾아볼까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식을 계기로 영화를 고른다면 대상부터 순서대로 볼 필요는 없다. 인간적인 드라마와 도덕적 갈등에 끌리면 <빵과 책>, 사회적 현실을 직면하는 묵직한 가족극을 찾으면 <마이 마더>, 관계가 조금씩 달라지는 과정을 좋아하면 <평범하기 위하여>가 출발점이다. 새로운 감독의 목소리를 좇는 관객이라면 뉴 커런츠상 수상작 <어둠 속의 새들>도 기억해 둘 만하다.
2026년 폐막식은 이미 끝났다. 지금 이 작품들을 찾는다면 영화제 상영 기록과 이후의 극장 개봉·OTT 공개를 구분해서 확인해야 한다. 영화제에서 상영됐다는 사실만으로 현재 어느 서비스에서 볼 수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개봉과 공개 일정은 작품마다 달라진다.
내가 폐막식 수상 명단을 좋아하는 이유는 취향을 대신 결정해 주기 때문이 아니다. 낯선 영화 한 편을 찾아볼 단서가 생기기 때문이다. 올해 명단에서는 <빵과 책>의 교사가 품은 선택이 가장 오래 마음에 남는다. 상의 크기보다 그 선택이 어떤 얼굴과 시간으로 그려졌을지가 궁금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