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빙 재난영화 추천 여섯 편을 다시 골라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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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빙 재난영화 추천 여섯 편을 다시 골라봤더니

얼마 전 티빙에서 재난영화를 고르다가 목록만 한참 넘겼다. 같은 재난영화라도 어떤 작품은 숨 돌릴 틈 없이 달리고, 어떤 작품은 사고가 난 뒤 사람들의 태도를 오래 바라본다. 1000편 넘게 영화를 보면서 느낀 건, 재난의 규모보다 그날 내가 보고 싶은 긴장감의 종류를 먼저 고르는 편이 실패가 적다는 것이다. 티빙에 올라온 작품 가운데 성격이 뚜렷한 여섯 편을 골랐다. 아래 내용은 기본 설정까지만 다루며 주요 전개와 엔딩 스포일러는 없다.

답답한 하루를 털어낼 탈출극이 필요하다면

엑시트

도심에 유독가스가 퍼지고, 용남과 의주는 건물 옥상과 옥상을 건너며 탈출구를 찾는다. 소재만 보면 무겁지만 영화의 리듬은 경쾌하다. 조정석과 윤아가 맡은 두 인물이 산악 동아리에서 익힌 기술을 써먹는 과정에는 웃음과 조마조마함이 함께 있다. 재난영화 특유의 비장한 대사보다 몸으로 문제를 푸는 장면이 많은 편이다.

러닝타임은 103분. 길게 감정을 소모하지 않고 속도감 있는 영화를 보고 싶은 날 잘 맞는다. 반대로 거대한 재난의 원인이나 사회 시스템의 대응을 깊게 다루는 이야기를 기대한다면 조금 가볍게 느껴질 수 있다. 높은 곳에서 아슬아슬하게 움직이는 장면이 이어지니 고소공포증이 있다면 그 점은 감안하는 게 좋다.

백두산

엑시트보다 스케일을 키우고 싶다면 백두산 쪽이다. 화산 폭발이 시작된 한반도에서 추가 폭발을 막으려는 작전이 중심축을 이룬다. 128분 동안 도심의 붕괴와 이동 작전, 인물 사이의 신경전이 번갈아 나온다. 이병헌과 하정우가 함께하는 장면은 재난 상황 속 버디 영화처럼 흘러가서, 볼거리와 배우의 호흡을 동시에 찾는 사람에게 권하고 싶다.

다만 재난의 물리적 현실성을 꼼꼼히 따지는 관객보다는 큰 화면에 어울리는 사건과 감정선을 즐기는 관객에게 더 잘 맞는다. 영화가 과학적 검증보다 작전의 긴박함에 무게를 두기 때문이다. 티빙 재난영화 추천 목록에서 가장 전형적인 블록버스터를 한 편 고르라면 이 작품을 먼저 떠올리겠다.

좁은 공간에서 버티는 시간이 더 무섭다면

터널

터널은 무너진 구조물 안에 갇힌 한 사람의 시간과 바깥의 구조 과정을 나란히 보여준다. 하정우가 연기한 정수에게 남은 것은 배터리 78%의 휴대전화, 생수 두 병, 딸의 생일 케이크 정도다. 물건의 개수가 구체적이라 시간이 지날수록 작은 선택도 크게 느껴진다. 126분짜리 영화지만 화면을 꽉 채우는 것은 폭발 장면보다 기다림과 불확실성이다.

제가 이 영화를 다시 볼 때 눈이 가는 곳은 사고 현장 밖이다. 구조가 늦어질수록 뉴스, 여론, 비용 계산이 한 사람의 생존과 얽힌다. 폐쇄 공간의 압박을 좋아하면서도 사람과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보고 싶은 사람에게 맞는다. 답답한 공간이나 구조 지연을 보는 일이 유독 힘들다면 가벼운 마음으로 틀 작품은 아니다.

더 33

비슷한 매몰 재난이라도 더 33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집단 생존극이다. 칠레 광산 붕괴로 지하 700m에 갇힌 광부 33명과 지상에서 이들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이야기를 이끈다. 터널이 한 사람의 고립에 집중한다면, 이 영화는 많은 사람이 좁은 공간에서 어떻게 질서를 만들고 버티는지에 더 관심을 둔다. 러닝타임은 126분이다.

실제 사건을 알고 봐도 긴장의 중심은 사라지지 않는다. 무엇이 일어났는지보다 그 시간을 사람들이 어떤 마음으로 견뎠는지가 중요해서다. 재난영화의 압박감은 원하지만 끝까지 희망의 기운을 붙잡고 싶은 날 어울린다. 실화 소재가 주는 무게가 있으니 가족과 함께 볼 작품을 찾는다면 먼저 분위기를 생각해 두는 편이 좋다.

재난 뒤 사람의 선택이 궁금하다면

콘크리트 유토피아

대지진 뒤 폐허가 된 서울에서 황궁 아파트만 남는다. 처음에는 안전한 건물을 둘러싼 생존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곧 입주민과 외부인을 가르는 규칙이 영화의 중심으로 들어온다. 130분 동안 재난 장면의 규모보다 누가 안에 머물 자격이 있는지를 두고 벌어지는 갈등이 오래 남는다. 이병헌이 연기한 영탁을 보는 재미도 크다. 장면마다 그 인물을 조금씩 다르게 판단하게 된다.

시원한 구조 장면이나 빠른 탈출을 원한다면 기대와 어긋날 수 있다. 대신 극장을 나와서도 인물의 선택을 이야기하고 싶은 관객에게는 여섯 편 중 가장 먼저 권하고 싶다. 갈등이 점차 거칠어지는 작품이라 편안한 주말 영화보다는 묵직한 이야기를 받아들일 여유가 있는 날이 좋다.

감기

감기는 감염이 퍼진 도시가 폐쇄되면서 벌어지는 혼란을 그린다. 122분 안에 병원, 거리, 격리된 사람들의 모습이 빠르게 쌓인다. 전염병이라는 소재가 익숙해진 뒤 다시 보면 영화 속 공포를 키우기 위해 설정한 감염 속도와 치사율이 특히 과격하게 느껴진다. 현실을 그대로 재현한 이야기로 보기보다는, 통제가 시작된 도시에서 개인의 생존과 공공의 판단이 충돌하는 재난극으로 보는 편이 맞다.

감염 소재를 불편하게 느끼지 않고 빠른 사건 전개를 좋아한다면 선택할 만하다. 반면 의학적 개연성을 가장 중요하게 본다면 설정이 거슬릴 수 있다. 저는 감기보다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보고 난 뒤의 대화를 더 길게 만든다고 느꼈지만, 당장 긴박한 혼란 속으로 들어가고 싶은 밤에는 감기의 속도가 잘 맞는다.

오늘의 기분으로 한 편만 고른다면

웃으며 숨 가쁘게 달리고 싶다면 엑시트, 큰 규모의 볼거리가 필요하다면 백두산이다. 좁은 공간의 압박과 구조 과정을 보고 싶을 때는 터널이나 더 33을 고르면 된다. 사람의 선택이 더 궁금한 날에는 콘크리트 유토피아, 빠르게 번지는 감염 재난이 당기는 날에는 감기 쪽이다. 티빙에 작품 페이지가 올라와 있어도 시청 가능 여부와 구매 조건은 시점이나 이용권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재생 전 표시를 확인하면 좋다. 결국 오래 기억나는 재난영화는 무너지는 건물보다 그 앞에서 달라지는 사람의 얼굴을 보여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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