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영화 시간표를 훑다가 취향별로 다섯 편을 골랐다

극장 시간표를 훑다가 같은 줄에 놓인 영화들이 이렇게 다를 수 있나 싶었다. 정치 스릴러 옆에 캐릭터 애니메이션이 있고, 그 아래에는 고전 소설을 옮긴 작품이 있다. 영화진흥위원회의 10월 2주차 집계에서 가장 많은 관객을 모은 작품과 내가 먼저 권하고 싶은 작품도 꼭 같지는 않다. 최신영화는 인기순으로 고르기보다 지금 원하는 기분을 먼저 정하는 편이 실패가 적다. 아래 다섯 편은 이야기의 핵심 전개를 건드리지 않고, 어떤 사람에게 맞을지 중심으로 골랐다.
긴장감이 필요하다면 암살자(들)
1974년 영부인 저격 사건을 둘러싼 의혹을 영화적 상상으로 추적하는 정치 스릴러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9월 23일 개봉했고, 10월 2주차에만 약 58만 명이 관람했다. 관객 수가 이 영화의 취향까지 보증해 주는 것은 아니다. 실제 사건을 출발점으로 삼되 그 빈틈을 이야기가 어떻게 채우는지 지켜보는 재미를 원하는 사람에게 맞는다.
반대로 역사적 사실을 차분히 확인하려는 마음으로 들어가면 영화의 상상과 기록이 섞여 불편할 수 있다. 관람 뒤 사실관계가 궁금해지더라도, 극장 안에서는 먼저 스릴러의 질문을 따라가는 편이 좋겠다. 예고편 이상으로 의혹의 방향을 알고 싶지 않다면 상세 줄거리나 반전 소개는 미리 피하는 게 낫다.
친구와 볼 오락영화를 찾는다면 타짜와 오디세이
둘 다 규모가 있지만 즐기는 방식은 다르다. 타짜: 벨제붑의 노래는 같은 이름을 가진 두 친구가 글로벌 도박판에서 다시 만나는 복수극이다. 시리즈 네 번째이자 마지막 작품이라는 점도 선택 기준이 된다. 말싸움과 배신의 기류, 판이 뒤집힐 듯한 순간을 좋아한다면 이쪽이다. 다만 도박과 복수가 이야기의 중심인 만큼 가볍게 웃고 나오려는 날에는 기대한 분위기와 어긋날 수 있다.
오디세이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오디세우스의 귀향을 대서사 액션으로 옮긴 영화다. 영화진흥위원회 집계에서 8월 5일 개봉작인데도 10월 2주차 흥행 상위권에 남아 있었다. 신들과 괴물, 길고 험한 여정 같은 요소를 큰 화면에서 보고 싶다면 이쪽이 자연스럽다. 두 작품 중 하나만 고른다면 인물 사이의 승부를 보고 싶은 날에는 타짜, 낯선 세계를 통과하는 모험을 보고 싶은 날에는 오디세이에 손이 간다.
편안한 그림체에 마음이 놓인다면 치이카와
극장판 치이카와: 인어 섬의 비밀은 치이카와 일행이 보수 100배라는 제안을 받고 미지의 섬으로 떠나는 이야기다. 9월 30일 개봉했고, 영화진흥위원회 집계에서 10월 2주차 관객 약 55만 명을 모았다. 귀여운 캐릭터를 오래 보고 싶은 팬에게는 반가운 선택이다. 그런데 출발점부터 달콤한 제안과 섬의 비밀이 붙어 있다. 아무 사건도 없는 포근한 영화를 기대하기보다, 익숙한 캐릭터들과 함께 수상한 모험을 떠난다고 생각하면 감이 더 정확하다.
동행과 볼 영화를 고를 때도 이 차이가 꽤 크다. 치이카와를 이미 좋아한다면 표정 하나에도 즐거울 수 있지만, 캐릭터를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는 그 애정이 같은 속도로 생기지 않을 수 있다. 동행의 취향이 다르다면 먼저 캐릭터를 좋아하는지 묻는 편이 별점 몇 개를 확인하는 것보다 유용하다.
상영관에서 오래 생각할 영화를 찾는다면 이방인
프랑수아 오종 감독의 이방인은 알베르 카뮈의 소설을 영화로 옮겼다. 1938년 프랑스령 알제리를 배경으로 뫼르소에게 닥친 일을 따라간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집계한 국내 개봉일은 9월 30일이다. 소설을 읽은 사람이라면 문장으로 만났던 인물의 거리감이 화면에서 어떻게 느껴지는지 비교하며 볼 만하다. 원작을 읽지 않았더라도 사건을 빠르게 해결하는 영화보다 인물을 곱씹는 영화를 좋아한다면 후보에 넣을 수 있다.
다만 함께 본 사람과 곧바로 같은 감상을 나누기는 어려울지도 모른다. 이 작품의 매력은 누구를 응원할지 쉽게 정해 주는 데 있지 않기 때문이다. 화려한 전개가 필요한 날보다 영화가 끝난 뒤에도 한 인물을 오래 생각해 볼 여유가 있는 날에 더 잘 맞는다.
극장에 갈 시간이 한 번뿐이라면 지금 필요한 감정부터 고르면 된다. 팽팽한 의혹을 따라가고 싶다면 암살자(들), 동행과 오락의 속도를 즐기고 싶다면 타짜나 오디세이, 좋아하는 캐릭터와 모험을 떠나고 싶다면 치이카와, 보고 난 뒤 생각이 이어지는 영화를 원한다면 이방인이다. 상영 시간과 이후의 OTT 공개 여부는 바뀔 수 있으니 예매하거나 집에서 보기 직전에 이용하는 극장과 서비스에서 확인하는 게 정확하다. 내게 좋은 최신영화는 가장 떠들썩한 한 편보다 그날의 기분과 맞아떨어진 한 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