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ost 노래방에서 불러봤더니 남는 곡은 따로 있었다

드라마를 보고 마음에 남은 노래를 노래방에서 불렀다가, 첫 후렴부터 숨이 찼던 적이 있다. 화면 속에서는 분명 따라 부를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마이크를 잡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드라마 ost 노래방 선곡은 좋아하는 작품을 떠올리는 일인 동시에, 지금 내 목소리와 자리에 맞는 곡을 고르는 일이기도 하다.
영화와 드라마를 오래 보다 보니 OST를 고를 때는 세 가지를 먼저 떠올리게 된다. 후렴을 편하게 부를 수 있는지, 함께 온 사람들이 곡을 알아볼 만한지, 그리고 그 노래가 방 안의 분위기와 어울리는지다. 같은 명곡이라도 혼자 조용히 부를 때와 친구들 앞에서 첫 곡으로 부를 때의 느낌은 꽤 다르다.
첫 곡은 익숙한 멜로디가 편하다
시작부터 고음을 길게 끌어야 하는 곡을 고르면 아직 목이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 힘을 쓰게 된다. 이럴 때는 조정석의 ‘아로하’가 무난하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보지 않은 사람도 멜로디를 알아듣는 경우가 많고, 노래의 표정도 밝다. 다만 편안하게 들리는 것과 편안하게 부르는 것은 다르다. 원곡의 부드러운 호흡을 그대로 흉내 내기보다 자기 목소리로 담백하게 부르는 편이 자연스럽다.
조금 더 차분하게 시작하고 싶다면 《응답하라 1988》 OST인 오혁의 ‘소녀’가 좋다. 큰 소리로 밀어붙이기보다 한 문장을 또렷하게 전하는 맛이 있다. 원곡의 거친 음색을 따라 할 필요도 없다. 이 곡은 누군가를 압도하는 무대보다, 다 같이 잠시 노래에 귀를 기울이는 자리에 어울린다.
드라마의 감정을 다시 꺼내고 싶을 때
OST를 부르는 재미는 멜로디만이 아니라 작품을 보던 때의 감정에도 있다. 《도깨비》의 ‘첫눈처럼 너에게 가겠다’를 들으면 에일리의 목소리와 함께 드라마의 서늘하고 애틋한 분위기가 떠오른다. 그래서 이 곡은 확실히 존재감이 있다. 대신 후반으로 갈수록 힘이 필요한 편이다. 원키가 버겁다면 시작 전에 키를 낮추고, 앞부분에서는 성량을 아껴 두는 게 낫다. 처음부터 크게 부르면 정작 중요한 후렴에서 여유가 없어진다.
《태양의 후예》의 거미가 부른 ‘You Are My Everything’도 감정선을 길게 가져가고 싶은 사람에게 맞는다. 영어 제목 때문에 검색할 때 잠깐 헤맬 수 있으니 가수 이름을 함께 입력하면 편하다. 이런 발라드는 원곡 가수처럼 모든 음을 채우려 하기보다, 문장 끝을 편하게 놓아주는 쪽이 듣기 좋을 때가 많다.
스포일러를 피하고 싶은 동행이 있다면 OST에 얽힌 장면 설명은 잠시 미뤄두자. 노래만으로도 분위기는 충분히 전해진다.
혼자 부를지 같이 부를지가 선곡을 바꾼다
《도깨비》의 ‘Stay With Me’는 찬열과 펀치가 함께 부른 곡이라 파트를 나누는 재미가 있다. 랩과 노래를 맡을 사람이 자연스럽게 정해진다면 방 안의 공기가 금방 살아난다. 반면 혼자 부를 때는 파트가 바뀌는 순간이 바쁠 수 있다. 듀엣으로 생각하고 예약할지, 혼자 끝까지 가져갈지 먼저 정하면 덜 당황스럽다.
함께 부르기 좋은 곡이라고 해서 모두가 큰 소리로 합창해야 하는 건 아니다. ‘아로하’처럼 후렴에서 주변 사람이 살짝 목소리를 보태기 쉬운 곡도 있고, ‘소녀’처럼 한 사람이 끝까지 들려줄 때 더 좋은 곡도 있다. 노래방에 간 인원보다 그날의 분위기를 보는 편이 선곡에 도움이 된다.
좋아하는 노래와 부르기 좋은 노래 사이
《호텔 델루나》의 태연이 부른 ‘그대라는 시’는 들을 때의 잔잔함 때문에 쉽게 고르게 된다. 그런데 막상 부르면 음을 길게 유지하고 감정을 일정하게 가져가는 일이 만만치 않다. 소리를 크게 내지 않아도 집중력이 필요한 노래다. 반대로 익숙한 발라드라도 자기에게 맞는 키를 찾으면 훨씬 편하게 부를 수 있다. 첫 소절만 보고 결정하지 말고 가장 높은 후렴을 기준으로 키를 맞추는 이유다.
노래방 기기에 원하는 곡이 없다면 곡명과 가수명으로 각각 찾아볼 만하다. 같은 OST라도 원곡 가수와 리메이크 가수가 다를 수 있고, 기기마다 수록 상황도 다르다. 예약 전에 화면에 표시된 가수를 한 번 확인하면 예상과 다른 반주가 나오는 일을 줄일 수 있다.
내가 좋아하는 드라마 OST와 내가 기분 좋게 부를 수 있는 OST가 늘 같지는 않았다. 그래서 노래방에 갈 때는 꼭 부르고 싶은 곡 하나와 편하게 시작할 곡 하나를 따로 생각한다. 그 작은 차이 덕분에 노래가 끝난 뒤에도 드라마의 여운이 기분 좋게 남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