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던트 이블 다시 달려봤더니, 이 시리즈는 좀비보다 취향을 더 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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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던트 이블 다시 달려봤더니, 이 시리즈는 좀비보다 취향을 더 가른다

얼마 전 지인에게 “레지던트 이블은 어디서부터 보면 돼?”라는 질문을 받았는데, 잠깐 멈칫했습니다. 이 시리즈는 단순히 1편부터 순서대로 밀면 되는 작품이 아니거든요. 게임 원작을 얼마나 아는지, 밀라 요보비치식 액션을 좋아하는지, 좀비 아포칼립스보다 괴생명체 SF를 원하는지에 따라 체감이 꽤 달라집니다.

레지던트 이블은 원작 게임의 공포 DNA를 가져왔지만, 영화판은 시간이 갈수록 호러보다 액션 프랜차이즈에 가까워졌습니다. 그래서 누군가에게는 시원한 B급 쾌감이고, 누군가에게는 “이게 내가 알던 바이오하자드 맞나?” 싶은 작품이 됩니다. 이 애매한 간극을 알고 보면 훨씬 편합니다.

레지던트 이블은 어떤 시리즈인가

가장 널리 알려진 실사 영화 시리즈는 2002년 첫 작품 <레지던트 이블>에서 시작해 2016년 <파멸의 날>까지 이어진 6부작입니다. 중심 인물은 게임 원작 캐릭터가 아니라 영화 오리지널 캐릭터인 앨리스입니다. 이 선택 때문에 영화판은 원작 재현보다 독자적인 액션 세계관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기본 설정은 간단합니다. 거대 기업 엄브렐라 코퍼레이션이 바이러스 연구를 하다 재앙을 일으키고, 감염자와 변이 생명체가 도시와 세계를 무너뜨립니다. 초반에는 밀폐된 지하 연구소의 서스펜스가 강하고, 중반 이후에는 사막, 도시, 해저 시설까지 무대가 커집니다. 스케일은 커지지만 공포의 밀도는 점점 옅어지는 편입니다.

  • 호러 비중이 높은 쪽: 1편
  • 도시 붕괴 액션을 보고 싶다면: 2편
  • 포스트 아포칼립스 분위기: 3편
  • 슬로모션과 과장된 액션 취향: 4편 이후

처음 보는 사람에게 추천하는 순서

처음이라면 개봉 순서가 가장 무난합니다. 1편, 2편, 3편까지 보면 이 시리즈가 어떤 방향으로 변해가는지 감이 옵니다. 특히 1편은 지금 봐도 구조가 깔끔합니다. 제한된 공간, 알 수 없는 감염, 기업의 비밀, 생존자들의 불신이 적당한 속도로 쌓입니다.

다만 6편을 전부 의무감으로 볼 필요는 없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이 시리즈는 완성도보다 취향의 탄성이 중요합니다. 3편까지 보고 앨리스라는 캐릭터와 과장된 액션 톤이 맞으면 끝까지 가도 됩니다. 반대로 2편에서 이미 “내가 기대한 좀비물은 아닌데”라는 느낌이 강하다면 다른 버전으로 넘어가는 편이 낫습니다.

게임 원작 분위기를 기대한다면

게임의 라쿤 시티, 크리스, 질, 레온, 클레어 같은 인물 구도를 기대한다면 2021년작 <라쿤시티>가 더 직접적인 선택지입니다. 다만 이 작품도 평가가 아주 고르게 좋지는 않습니다. 원작 요소를 한 번에 많이 넣으려다 보니 캐릭터와 사건이 빽빽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팬서비스는 있지만 영화적 리듬은 호불호가 큽니다.

이 작품이 맞는 사람, 안 맞는 사람

레지던트 이블 실사 6부작은 ‘좀비 공포 영화’라기보다 ‘좀비 설정을 빌린 여성 액션 판타지’에 가깝습니다. 밀라 요보비치의 몸 쓰는 액션, 검은 가죽 코트, 실험체 설정, 기업 음모, 초인적 생존자 서사를 좋아한다면 꽤 잘 맞습니다. 장면마다 현실성을 따지기보다 비주얼과 속도감을 즐기는 쪽에 유리합니다.

반대로 감염 재난의 사회적 공포, 생존자 심리, 느릿하게 조여오는 서스펜스를 원한다면 기대치를 낮추는 게 좋습니다. 1편 이후로는 좀비보다 괴물과 총격전, 복제 인간, 거대 시설 액션이 더 전면에 나옵니다. 그래서 <28일 후>나 <부산행> 같은 감정선 중심의 감염물을 기대하면 결이 다르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 추천: 게임 원작을 몰라도 강한 여성 주인공 액션을 좋아하는 사람
  • 추천: 2000년대 장르 영화 특유의 거친 CG와 음악을 즐기는 사람
  • 비추천: 원작 고증을 가장 중요하게 보는 사람
  • 비추천: 무섭고 촘촘한 좀비 서사를 기대하는 사람

스포 없이 보는 관전 포인트

첫 번째는 엄브렐라라는 기업을 보는 재미입니다. 이 시리즈에서 진짜 괴물은 좀비만이 아닙니다. 인간을 데이터와 실험체로 다루는 기업 논리가 계속 반복됩니다. 장르적으로는 단순하지만, 2000년대식 바이오 테크 불안이 선명하게 묻어납니다.

두 번째는 앨리스의 변화입니다. 그는 피해자이면서 병기이고, 실험체이면서 구원자입니다.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캐릭터가 점점 신화적인 존재가 되는데, 이 과장을 받아들이느냐가 감상의 갈림길입니다. 사실 이 부분을 납득하려고 애쓰기보다, 프랜차이즈가 선택한 만화적 에너지를 인정하고 보는 쪽이 편합니다.

세 번째는 편마다 장르 맛이 다르다는 점입니다. 1편은 폐쇄 공간 스릴러, 2편은 도시 탈출극, 3편은 황량한 종말물, 4편 이후는 게임 스테이지를 영화로 옮긴 듯한 액션 쇼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한 편이 별로였다고 해서 전부 같은 맛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OTT에서 찾을 때는 이렇게 고르면 편하다

레지던트 이블은 실사 영화, 리부트 영화, CG 애니메이션, 드라마까지 갈래가 많습니다. 서비스별 보유작은 자주 바뀌기 때문에 작품명을 검색한 뒤 제작연도와 부제를 같이 확인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같은 제목 아래에 2002년 영화와 2021년 리부트가 함께 노출될 수 있어 헷갈리기 쉽습니다.

처음 한 편만 고른다면 저는 여전히 2002년 1편을 권합니다. 낡은 부분은 있지만, 이 시리즈가 왜 오래 살아남았는지 가장 선명하게 보여줍니다. 그다음은 2편으로 넘어가서 라쿤 시티의 붕괴를 보고, 여기서 취향이 맞으면 3편 이후의 더 큰 세계로 가면 됩니다. 레지던트 이블은 명작을 기대하고 들어가기보다, 장르적 취향을 확인하는 시리즈에 가깝습니다. 이상하게 허술한데도 계속 보게 되는 힘이 있고, 바로 그 지점이 이 프랜차이즈의 가장 솔직한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레지던트 이블 다시 달려봤더니, 이 시리즈는 좀비보다 취향을 더 가른다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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